양말 디자이너 홍정미 i hate monday 대표

양말 하나도 다르게 만들고, 다르게 팔면 블루오션이 되죠

패션 디자이너였던 홍정미(28)씨는 다니던 회사를 나와 양말 전문 브랜드를 만들었다. ‘아이 헤이트 먼데이(i hate monday)’라는 이름도 재미있지만 ‘자판기 판매’ ‘테이크아웃 컵 포장’ 등 재미있는 판매 방식과 패키지가 화제가 되면서 단숨에 젊은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2011년 양말 하나로 거두어들인 매출이 1억원을 넘었고, 2012년에는 결산해보면 그 이상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 선보인 지 불과 1년 반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홍정미 대표는 졸업 후 여성의류 브랜드 ‘오브제’에서 일했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5년간의 직장생활을 마감했지만, 창업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이 양말. 아직은 양말이 디자인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발견했고,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디자인 감각을 펼칠 수 있다는 데 끌렸다. 양말 제작 공정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양말공장을 직접 찾아갔다. “무급이라도 좋으니 일을 배우게 해달라”고 부탁해 겨우 자리를 얻었다. 6개월간 잔심부름을 하고, 청소를 도와주며 어깨너머로 양말 짜는 법을 배웠다. 이미 바느질에 능숙했던 터라 양말 직조 작업도 쉽게 익혔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자 사장에게 기계 한 대를 빌리고 원사를 구입해 직접 양말을 짰다.

매장을 내고 싶었지만 임대료가 너무 비싸 포기한 그는 온라인 쇼핑몰과 함께 ‘자동판매기’를 떠올렸다. 인터넷으로 자판기 제조회사들을 모두 검색해 자료로 만든 후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양말 자판기’라는 말에 모두 고개를 저었지만 한 업체가 “재미있겠다”며 반응을 보였다. 지방에 있는 공장이었지만 반가운 마음에 당장 달려갔다.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작업이라 제작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창업비용으로 가지고 있던 돈 1500만원을 몽땅 쏟아부어 자판기 한 대를 완성했다.

“요즘 가장 뜨는 장소, 코엑스 같은 핫 플레이스(hot place)에 설치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외부에 놓으면 부식 문제도 있고, 관리하기도 힘들 것 같아서 내부 설치를 고집했는데, 가는 곳마다 거절당했어요. 잡상인 취급을 당한 적도 많고요. 그러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편집숍 ‘메그앤메그’에서 ‘입구에 한번 갖다 놓아보라’는 답을 얻었어요. 그게 의외로 대박을 터뜨려 브랜드를 알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음료수처럼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하고 돈을 넣으면 양말이 테이크아웃 커피 컵에 담겨 톡 떨어지는 양말 자판기는 설치와 함께 큰 화제가 되었다. 디자이너가 만든 양말이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기발한 판매 방식과 포장으로 가로수길의 명물이 되었다. 그 반응에 놀란 ‘메그앤메그’는 “자판기 제작 비용을 투자할 테니 다른 지역 매장에도 놓자”고 제안했다. 지금 그의 양말 자판기는 가로수길 외에도 명동・잠실・부산 광복동 등 네 군데에 설치되어 있다.



기계를 빌려 직접 양말 제작까지 해 원가 절감

‘양말 자판기’ 덕분에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하면서 홈페이지를 통한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백화점 MD들이 앞 다투어 그를 찾기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정기적으로 여는 <신진 패션 디자이너 전>에도 초대되었다. 양말이 단독 디자인 상품으로 한자리를 차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최근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1주일 동안 1000만원어치를 팔았다. 디자이너의 작품이면서도 켤레당 5000원이라는 가격이 가장 큰 경쟁력이었다.

“가격을 정할 때 고심을 많이 했어요. 백화점에 가면 1만~2만원 대 양말도 많잖아요. 1000원짜리 양말을 신다가 5000원짜리 양말을 신는 것도 큰 도전인데, 1만원이 넘어가면 화가 날 것 같았어요. 제 경험이기도 하고요.(웃음) 그런데 공장에서 일을 해보니 그게 복잡한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더라고요. 처음에는 제가 직접 짜서 파는 형태로 원가 절감을 했고, 지금은 물량이 많아 두 군데 공장에서 만들지만 공정을 잘 알기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을 모두 줄였어요.”

그는 제품을 ‘재주문’ 받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여고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상품의 경우 판매 요구가 빗발쳐 1만 족을 생산한 적도 있지만 보통 한 디자인당 1000족 정도만 생산한다. 일상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그는 자신의 양말을 신는 사람들에게도 소소한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어 한다. ‘아이 헤이트 먼데이’라는 이름도 그렇게 생겨났다. 직장인들에게 열렬한 공감을 받고 있는 이 브랜드 이름은 자신의 직장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월요일에 출근할 생각을 하면 일요일 저녁부터 짜증이 나기 시작하잖아요. 그런데 양말이라도 좀 색다른 걸 신으면 출근길 기분이 한결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아울러 색 배열이나 스트라이프의 간격을 다르게 한 짝짝이 양말도 선보이고 있고, 패키지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양말을 주문하면 포장용 테이크아웃 컵과 종이봉투, 스티커가 함께 나간다. ‘그땐 미안해’ ‘항상 고마워’ ‘정말 사랑해’ ‘진짜 축하해’ ‘언제나 감사해요’ 같은 문구들이 들어간 스티커를 받는 사람에 맞추어 봉투에 붙이도록 한 것. 아기 사진을 스티커로 만들어 붙일 수도 있어 최근엔 돌잔치 답례품으로도 인기라고 한다.

“이렇게 빨리 반응이 올 줄은 몰랐어요. 이 사업을 준비하던 중 제가 가고 싶던 회사에서 입사 제안을 받고 많이 흔들렸거든요. 그때 남자친구가 ‘이렇게 벌려놓고 중단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말렸어요. 두 달 전 결혼해 지금은 남편이 되었는데, 그때 저를 잡아준 게 정말 고마워요. 남들은 운이 좋다고 하지만 모든 걸 직접 뛰어다니며 해결하느라 그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양말이 무슨 디자인 상품이냐고 무시할 때 제일 속상했다”는 그는 “아이 헤이트 먼데이가 알려지면서 양말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가방, 니트 등 새로운 상품으로 디자인 영역을 확장해 아이 헤이트 먼데이를 종합 패션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는 홍정미 대표. 남다른 발상을 사업화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졌기에, 그가 선보일 또 다른 작품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사진 : 김선아
  • 2013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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