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 人] 강시란 남북어울림대안학교 교장

새터민, 취약계층 아이들 엄마의 마음으로 품어줍니다

영화 〈의형제〉를 보셨는지. 국정원 요원 이한규(송강호 분)와 남파공작원 송지원(강동원 분)은 서로를 적대시하다가 한공간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인간적인 정이 싹튼다. 탈북한 새터민 아이들과 남한의 학생들이 한공간에서 지내는 무료기숙학교가 있다. 구로동에 있는 남북어울림대안학교. 30명 정도의 학생 중 남한 아이가 5명, 나머지는 새터민이다. 10대 초반부터 20대 후반까지 출생지도, 말투도, 문화도 다른 아이들은 한공간에서 때론 부딪히고, 때론 얼싸안아가면서 ‘다름’을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이 학교는 높은 대학 합격률로 여타 새터민학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올해에는 수시모집을 통해 서강대 3명, 한국외국어대 1명, 한양대 1명이 합격통지서를 이미 받았고, 작년에는 이화여대, 한국외대, 총신대, 시립대 등에 합격자를 배출했다. 재외국민특별전형이긴 하지만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 한양대 합격자의 경우 4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당당히 뚫었다.

이 성과를 만들어낸 주역은 강시란 교장이다. 남북어울림대안학교는 한민족문화복지재단 산하 학교로, 강 교장은 위촉받은 교장이다. 위촉이라고 해서 정해진 역할을 수행한다는 수준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0년 9월 개교부터 함께한 강 교장은 학교의 틀을 만들고 운영 수칙을 세우고, 수업 스타일을 정하는 운영 전반에서부터 자비를 들여 학생들의 식사까지 책임진다.

“처음에는 남한의 한 부모 가정 아이들, 저소득층 아이들을 멘토링하는 역할을 했어요. 교회 전도사로 있으면서 중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부적응 학생들을 소개받으면서 청소년 사역을 했죠. 그러다 새터민 사회로 확장하게 됐습니다.”

자원봉사 대학생 박순영(숭실대 3)과 함께.
이 학교는 비인가 학교다. 그래서 정부지원금이 없다. 100%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꾸려간다. 교장은 물론 월급 받는 선생님이 단 한 명도 없다. 상주 교사도 없다. 그렇다면 높은 대학 합격률은 어떻게 가능할까. 바로 실력파 자원봉사 대학생들의 힘이다. 숙명여대, 숭실대, 중앙대 등 6개 대학의 자원봉사자들이 1대 1 수준별 개인지도를 한다. 학생의 수준 테스트를 거친 후 담당 교사, 교장, 학생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각 학생에 맞는 교재를 선택해 과목별 전문 과외를 한다. 숙명여대, 숭실대, 중앙대 측과 협의해 한 학기에 30시간 이상 자원봉사 수업을 하면 1학점으로 인정받도록 했다. 대학생들은 이곳에서 생각지 않았던 것을 얻는다고 한다. 바로 ‘어울려 사는 삶’이다. 숭실대 영문과 3학년 박순영 학생의 말이다.

“저와 동갑인 새터민 남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스펙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 시작했고, 오래할 생각도 없었어요. 하다 보니 1년 넘게 하고 있네요. 저는 학점과 상관없이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할 것 같아요.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겠다’는 걸 깨달았죠.”

강시란 교장은 무용 전공이다. 이대 무용과 대학원을 나와 교수를 꿈꾸던 그는 방향을 틀어 목사가 됐고,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곳곳에 온기를 전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직접 밥까지 해먹이는 날이 많아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다. 주부습진을 달고 산다. 사람들은 그의 얼굴과 손을 번갈아 보며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생겼는데…”라며 안쓰러워한다.

“힘들면 못하죠. 사람을 만들어간다는 보람이 있어요. 목사, 교장을 떠나서 엄마의 심정만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때론 놔버리고 싶은 날도 있어요. 한 부모 가정 아이들, 새터민 아이들은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라 눈빛만 달라도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공격적인 성향을 띠거든요. 사람들은 왜 야단치지 않느냐고 하는데, 이 아이들은 이미 너무 많이 야단맞았고, 지지를 받아본 적이 없어요. 중요한 건 ‘너희를 믿는다. 지지한다’는 믿음을 주어서 자존감을 높이는 거예요. 아이들이 ‘저를 버리지 마세요’ 할 때 가장 가슴이 아파요.”

그의 아버지 고향은 평안북도 신의주다. 그의 고모는 대전 적십자원장을 역임하면서 대전 새터민의 대모 역할을 했다. 그는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본향에 대한 끌림이 있다”며 “새터민이 남 같지 않다”고 말했다.

사업가인 그의 남편과 딸들도 학교 운영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이 학교의 경쟁력인 1대 1 개인지도가 정착되기까지 맏딸 송나은씨의 역할이 컸다. 2년 전 숙명여대 대학원생이던 송씨는 조교로 있으면서 어머니 학교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했고, 타 대학 게시판에도 지원 공고를 올렸다. 그의 남편은 얼마 전 학생들에게 근사한 식당에서 거하게 한턱 쐈다.

새터민 아이들의 경우 혈혈단신으로 탈북한 경우가 적지 않다. 예전에는 정치사범이나 경제사범 탈북자가 많았지만, 최근엔 순전히 배가 고파서 탈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이 목숨 걸고 탈북한 것이 신기해 물어보면 “죽기 살기로 나서면 초인적인 힘이 나와요” 한다고. 힘겹게 남한 땅을 밟은 아이들, 그러나 적응이 쉽지 않다. 어렵사리 대학 문턱을 넘어도 남한 대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일례로, 복문이 많은 북한 문장에 길든 새터민 학생은 리포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고 한다. 새터민 출신 대학생의 중도 포기자가 80~90% 이른다. 강시란 교장은 “그래도 똑같이 경쟁해서 본인이 살아 남아야죠”라며 말을 이었다.

“남한의 건강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 이겨내야 해요. 남한 아이들과 부딪히면서 때론 깨지고 때론 끌어안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워야죠. 이 학교가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대학생이 된 후에도 영어공부를 하려고 이곳을 찾는 아이들이 있어요. 문화적인 트러블이요? 처음에는 있었어요. 그런데 젊은 아이들이다 보니 금세 융화돼요. 새터민, 남한 아이, 다문화 아이들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끌어안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전인적인 인격체를 갖춘 아이들로 키우고 싶습니다.”

학교 곳곳에는 온정의 손길이 가득하다. 계단 복도에서부터 학교 거실, 교실 안까지 이어지는 알록달록한 벽화는 지난해 3・1절에 트위터를 통해 모인 자원봉사자 70여 명의 작품이다. 이들은 자비로 김밥 재료와 그림 재료를 사와 묵직한 절터였던 공간을 꿈과 희망을 주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거실의 소파와 교실의 책걸상은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기증했고, 기숙사의 이불과 옷가지는 이랜드에서, 온풍기와 가습기, 전자레인지 등은 SK브로드밴드에서 지원했다. 점심은 인근의 구일초등학교에서 남은 급식으로 해결하고, 방학 때에는 강 교장이 직접 식재료를 사들고 와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든다. 그러나 운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의 손길은 턱없이 부족하다. 강 교장은 “작년 7월부터 전기세가 밀렸는데, 후원회장 건물이라 엄포만 놓고 전기를 끊지는 않으신다”며 그저 웃는다.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게 안타까워요. 학교가 5층 건물의 꼭대기인데 냉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여름엔 찜통이고 겨울엔 춥죠. 기숙사방에는 창문 하나 없어요.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를 시키고 싶어요. 이 아이들이 언젠가 통일이 되면 북한에 가서 지도자가 될 수 있지 않겠어요? 아이들이 그래요. ‘선생님, 통일되면 우리 북한에 아름다운 학교 만들어요. 남과 북이 함께 어울려 공부하는 학교 말이에요’라고요.”

사진 : 김선아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12년 한 해를 보내고 2013년을 준비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독립과 6·25 전쟁으로 인한 폐허 속에서 대한민국은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반면, 북한의 동포들은 아직도 극심한 빈곤과 인권탄압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2013년은 6·25 전쟁 정전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지금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목숨 바쳐 헌신하신 국가유공자들에게 감사드리고, 그들의 희생과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더 크고 튼튼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201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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