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학생들의 고민과 도전 그린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 저자 김도윤·제갈현열

지금 청춘들에게 필요한 건 감성적인 위로가 아니라 현실적인 조언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 지방대 졸업장을 손에 쥔 두 젊은이는 입사를 위해 그야말로 ‘고군분투’했다. 각각 외국계 기업과 대기업에 입사하기까지, 그들이 겪어온 길은 스스로 ‘지옥 같았다’고 표현할 만큼 험난했다. 그들은 그 경험을 모아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쌤앤파커스 刊)라는 책을 펴냈다. 졸업과 함께 높은 벽을 마주하게 될 20대 청춘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책을 냈다는 김도윤·제갈현열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계명대 동문이다. 올해 서른한 살인 김도윤씨는 경영학과를, 서른 살인 제갈현열씨는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시절 두 사람은 도전하는 공모전마다 입상한 학교 내 유명 인사였다. 특히 43회의 수상 기록을 세운 제갈씨는 지금도 계명대에서 ‘공모전의 전설’로 남아 있다. 17회의 수상 경력을 가진 김도윤 동문은 ‘대학생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다 해보겠다’는 각오로 기업체 인턴, 봉사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덕분에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경력이 무려 130개에 달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김씨는 2010년에, 제갈씨는 2011년에 각각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았다. 이처럼 실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그들이 졸업을 앞두고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 지방대 졸업자들이 설 자리는 극히 적었다. 화려한 공모전 수상 경력조차 별다른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숱한 좌절 끝에 제갈씨는 LG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HSAD에, 김씨는 다국적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그룹인 플러시먼 힐러드 코리아에 입사했다. 취업하기까지 힘겨운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올해 초 책을 내는 데 뜻을 모았다.

지방대 학생이기에 겪어야 했던 이유 없는 편견과 차별, 그리고 그 벽을 넘을 수 있었던 구체적인 방법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최근 사회 저명인사들이 펴낸, 청춘을 향한 감성적인 위로의 메시지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실도 집필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였다.

제갈씨는 “그런 류의 책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이야기가 20대들에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20대는 주변도 돌아보면서 천천히 걸어갈 때가 아니라 꿈을 향해 치열하게 달려야 하는 시기임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 광고기획 일을 하는 사람이 100명 정도 되는데 최종 학력이 지방사립대인 사람은 나 혼자”라며, “전체 400명의 직원 중에서 HSAD에 취업했다는 사실만으로 기사화된 사람도 나 혼자고, 내가 졸업한 계명대 광고홍보학과에서도 졸업생이 대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취업한 것은 1999년 학과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이건 제가 우리 사회에서 매우 특이한 경우임을 알려주는 것이죠. 이런 사례들을 일반화해서 많은 사람이 근거 없는 희망을 유포합니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 한 가지는, ‘학벌은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위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해요. 학벌은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정해야 할 상대의 강점이며, 그와는 다른 나만의 강점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지를 고민하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실패하는 진짜 이유는 학벌 때문이 아니에요. ‘학벌을 탓해도 괜찮을 만큼 자신의 삶에 당당한가’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는 답을 내놓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반성이 필요합니다.”

그는 책에서 “당신의 대학은 1등에서 거리가 멀다. 그런 대학에서조차 1등 한 번 해보지 못한 당신”이라는 촌철살인의 카피로 나태한 청춘을 일깨운다. 때론 독설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가 들려주는 이 ‘불편한 진실’은 지금 이 땅의 청춘들이 당면한 엄연한 현실이다.


현실의 벽 넘을 수 있는 ‘실전 운용법’ 소개

《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가 현실을 직시하라는 제갈현열의 일침이라면, 후반부는 ‘그 현실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김도윤식 처방이다. 뼈대를 만든 뒤 원고 작업은 각자 한 덕분에 글에는 두 사람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자유분방하고 유머 넘치는 제갈씨는 에둘러 가지 않는 직설화법을, 분석적이고 계획적인 김씨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매우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지방사립대조차 과분했던 남자”라며 자신을 소개한 김씨는 “대학 때, 처음 참가한 공모전에서 1등을 한 것이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

“생전 처음 1등이라는 걸 하면서 ‘남들보다 더 무식하게 준비하니 1등을 하는구나. 계속 이렇게만 하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 후 저만의 방식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노하우를 모두 책에 소개했습니다.”

그는 “실전 운용법이라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나처럼 부족한 사람에게는 하우(how)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퇴사해 ‘나우잉(nowing)’이라는 1인 기업을 세웠다. 그는 “학교나 기업 컨설팅을 비롯해 각종 강연, 워크숍, 청년 비전 캠프, 취업캠프 등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며, “청춘이 청춘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아무리 준비해도 현실의 벽은 늘 높았고, 학벌이라는 장애물을 부수기 위해 무던히 애썼지만 그 안에 숨겨진 더 큰 벽을 만나는 좌절을 겪으며 더 단단해졌다”는 두 사람. 전국 1등을 해도, 대통령 표창을 받아도 늘 불안했던 20대. 그 지옥을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계속해서 걸어 나가는 것이었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래서 그들은 아직 그 길 어딘가에 있는 후배들을 향해 이렇게 조언한다.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고 걸어 나가라”고, “세상이 항상 공정하지는 않지만 공정하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당신의 걸음을 멈춰야 할 이유는 될 수 없다”고.

사진 : 김선아
  • 201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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