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화면과 결합한 책 소독기 개발한 이재경 에버트리 대표

먼지 뒤집어쓴 책, 소독해서 보세요

도서관에 가면, 책들이 먼지를 수북이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오랜 세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세균, 곰팡이, 미세먼지, 책벌레 등 유해물질의 오염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빨리 꺼내 읽고 싶으면서도 만지기가 꺼림칙하다. 자외선을 이용해 책 내부에 있는 미세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까지 깨끗이 제거하는 소독기가 있다. 책의 먼지를 말끔히 처리할 수 있는데다, 소독 과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 책 소독기를 만든 사람은 이재경 에버트리 대표다. 정보단말기 회사 등 IT업계에서 14년간 근무했던 그는 창업에 대한 꿈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었다. 자타공인 아이디어 뱅크였던 그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이 창업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던 중 신종 인플루엔자 등 생활 곳곳에 세균주의보가 내리고 소독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다 지난해 책 소독기를 아이템으로 과감히 창업에 나섰다.

그가 만든 ‘LIVA 책 소독기’는 책 속에 서식하는 각종 바이러스, 병원균, 대장균 등을 자외선 살균을 통해 완벽하게 제거하는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바람을 일으키는 송풍장치로 책장을 한 장씩 낱장으로 펼쳐 먼지를 제거하고, 자외선을 투입하는데, 한국화학시험연구원으로부터 99.9%에 달하는 소독률을 인정받았다. UV-C자외선 중 살균력이 가장 강한 253.7mm의 자외선으로 책을 소독해 즉시 열람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어떻게 책 소독기를 생각해냈을까.

“공공도서관뿐 아니라 북 카페, 학교 도서관, 영유아 실내놀이터, 유치원에 있는 책들이 과연 세균에서 자유로울지 걱정스러웠습니다. 다른 물건과 달리 책을 소독하려면 책장을 일일이 펴서 해야 하는 만큼 까다로운데, 그래서 사람들이 만들어내지 못했던 물건을 개발한다는 도전이 재미있고 그만큼 보람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는 마음의 양식이 되는 책이 깨끗한 상태로 아이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직접 뛰어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가 든든한 힘이 돼줬다. 기존의 책 소독기와 차별화된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수십,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도 당연한 과정으로 여겼다.

“만년 후보선수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개발하는 데 가장 힘들었던 건 아이디어, 설계보다 소규모로 제품을 만들어주겠다는 업체가 없어서였습니다. 다행히 14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고 지내던 분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요.”

아무리 힘들어도 그는 ‘꿈이 있는 한 포기는 없다’는 자세로 버텼다. 그는 책 소독기에서 한발 더 나갔다. 지난해 9월 책 소독기에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화면이 달려 있는 복합기기 ‘애드타이저(ADTIZER)’ 론칭에 성공한 것이다. 애드타이저는 광고를 뜻하는 ‘advertisement’와 살균을 뜻하는 ‘sanitizer’를 합성해 만든 것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이 대표의 포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애드타이저는 출시되기 전 이미 3M코리아와 OEM을 체결했다. 책뿐 아니라 휴대용 액세서리, 간단한 소품 등을 살균할 수 있는 소독기에 문자와 영상 등 다양한 디지털 정보를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서비스를 접목한 것. 책을 소독하면서 다양한 정보와 광고를 볼 수 있게 하겠다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광고시장을 염두에 두고 내놓은 제품이다. 책 소독기와 애드타이저는 현재 전국의 공공도서관,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도서관 등 1000여 곳에서 이용하고 있다.

책 소독을 하면서 디지털 화면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는 ‘애드타이저’.
이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책 소독기를 가동시켜보았다. 원클릭 터치 버튼과 음성인식 기능이 있어 사용이 편리했다. 버튼 하나로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어 누구든 쉽게 책을 소독할 수 있는데, 책 한 권을 소독하는 데 1분 정도 걸렸다. 그사이 동영상을 볼 수 있어 지루함도 덜 수 있다. 도서관이라면 도서관 정보나 신간 소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손님이 기다리는 동안 휴대폰, 액세서리 등을 소독하면서 메뉴를 고를 수도 있다. 그는 법대를 나왔지만, IT 영업을 하다 자연스럽게 IT기술과 트렌드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현장을 다니면서 용어, 도면, 기술 등을 자연스레 익혔습니다. 현장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 변경을 요청하고 새로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직접 내면서 20여 종에 달하는 신제품 개발에 참여했죠. 그게 즐거웠습니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우연히 들어선 길에서 제 적성을 발견했고, 책 소독기 개발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에버트리는 앞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싱가포르・호주・말레이시아・대만 등에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고, 스위스 교육기자재 박람회를 비롯해 세계한국도서관정보대회, 디지털 싸이니즈 전시회, 벤처창업대전 참가 준비가 한창이다. 에버트리의 경쟁력은 남다른 아이디어와 개발능력에 있다는 그는 “세상에 없는 혹은 기존보다 월등한 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해나간다는 게 목표입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적성에도 맞고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책 소독기에 다른 기능을 첨가한 2차, 3차 제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지금 소독기보다 작은 크기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소독하게 하면서 어릴 적부터 위생관념을 길러주고 싶어요. 어린이집에는 10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책뿐 아니라 장난감도 소독하는 소독기를 공급하고 싶습니다. 신종 인플루엔자의 감염 우려가 있는 초등학교엔 실내화 갈아 신는 곳에 소독기를 놓아주고 싶고요.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 생활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하고 유익한 제품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싶습니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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