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온라인 직거래하는 ‘헬로네이처’

농업과 인터넷이 만나면?

눈에 갇히고, 옻독에 고생하면서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좋은 농산물을 찾아다니는 벤처기업이 있다. 농업과 IT를 결합한 ‘헬로네이처’가 바로 그곳이다. ‘헬로네이처’(www.hellonature.net)는 온라인으로 농산물 직거래를 중개하는 곳으로, 기존 업체들이 농산물을 저장해놓았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하는 것과 달리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바로 수확해 소비자에게 직배송하는 것을 무기로 삼고 있다.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왼쪽부터 유준재, 박병열, 진영길, 라종호 씨.
지난해 여름, 좌종호(26·서울대 농업경제학과)씨는 전공수업 과제 때문에 시장조사에 나섰다가 깜짝 놀랐다. 산지에서 3500원(10㎏)에 불과하던 경기도 여주산 가지가 소매시장에선 3만6000원에 거래되는 것을 본 것. 복잡한 유통과정 때문이었다. 소비자는 산지보다 10배 이상 높은 가격에 농산물을 구입해야 하고, 농민 손에 떨어지는 돈은 몇 푼 되지 않았다. 유통과정에서 신선도도 떨어졌다. 좌씨와 뜻을 같이하는 박병열(27)씨는 ‘신선한 농산물을 유통하면서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게 하자’며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싱싱한 과일·채소를 저렴한 값에 소비자의 식탁 위로 올릴 수 있다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조태환(20)·유준재(26) 두 명을 추가로 영입해 농수산물 직거래 사이트 ‘헬로네이처’를 만들었다. 박 대표는 “농산물 중간유통과정이 최종 판매가의 44%가량을 차지하는 게 현실”이라며 “농산물 가격에 끼인 거품을 제거해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면 농민도 도울 수 있고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가 된다”고 말한다.


헬로네이처 4인방은 소위 명문대 출신이다. 박 대표는 포스텍 산업공학과, 다른 3명은 서울대 경제학부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좋은 직장을 골라 갈 수도 있을 텐데 농산물 유통에 뛰어들어 창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박 대표는 외국계 컨설팅회사 A.T 커니와 쿠팡에서 회사생활을 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박차고 나와 농촌사업에 뛰어들었다면 사연이 있을 터다. 박 대표는 “높은 연봉을 받으며 날마다 뛰어난 인재들과 전략회의를 했지만 진정 내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안주하기보다는 열정과 오너십을 갖고 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변변한 사무실조차 없어 초기엔 친구 사무실과 커피숍을 전전했다. 문제는 사무실이 아니었다. 농산물 직거래를 시작하려면 농산물을 공급할 곳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었다. 사업 의지는 충만했지만 노하우가 없었다.

“딱히 방법이 없더라고요. 무작정 시골로 내려갔습니다.”

이들은 6개월 넘게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의 농산물 산지를 누비고 다녔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다 보니 눈 때문에 도로에 갇히고, 옻나무를 잘못 만져 옻독이 올라 고생하는 등 어려움도 많았다. 농민들은 도시에서 온 이방인을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기도 했다. 사업모델을 설명해놓고 농민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도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들은 농사일을 도우면서 농민들 가까이로 파고 들어갔다.

“강원도 산골까지 들어가 김장 김치를 함께 담그고 막걸리도 나눠 마셨어요. 그러면서 하나 둘씩 농민들의 마음을 얻었죠.”

그렇게 하나 둘 계약한 농가가 지금은 110여 곳에 이른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한 창업보육프로그램에 선정된 것도 이맘때였다. 100여 팀 중 네 팀을 뽑는데 헬로네이처가 선정된 것이다. 덕분에 무료로 상암동DMC(디지털미디어시티) 누리꿈스퀘어에 사무실도 얻었다. 올 1월 정식으로 법인도 설립했다. 헬로네이처는 생산자의 이름을 걸고 농산물을 판매한다.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였다.

“도매시장에서는 같은 지역에서 난 같은 종류의 농산물이라도 공급자가 누구냐에 따라 가격이 천양지차인데, 소매시장으로 넘어오면 같아집니다. 생산자나 소비자나 억울한 측면이 있는 부분입니다.”

박 대표는 “’헬로네이처의 사과’가 아니라 헬로네이처가 소개하는 ‘씨의 사과’로 브랜드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의 질문이나 이용후기 등을 취합해 생산자에게 직접 전달한다. 생산자가 소비자의 피드백을 참조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단순한 ‘판매’만이 아니라 소비자와 생산자가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열어주고 싶었습니다.”

헬로네이처는 기존 농산물 직거래 업체들과의 차별점으로 ‘품질’을 꼽았다. 생산자는 자신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에 대한 각종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내가 먹는 농산물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한 것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 깐깐한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추어 친환경농산물 인증 여부,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 여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생산자를 선정할 때 농약이나 비료를 얼마만큼 사용하는지 측정하고, 이를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또 회사 안에 ‘품질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고품질 농산물을 골라 별도로 판매한다. 품질위원회 위원은 요리책 저자나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요리 파워블로거들이다. 일단 계약을 맺은 생산자라 하더라도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거래를 끊을 수도 있다. 그만큼 엄격하게 품질을 지키겠다는 고집을 헬로네이처의 브랜드 전략으로 삼기 위해서라고 한다. 헬로네이처는 농산물로 출발했지만 앞으로 수산물・축산물로까지 그 범위를 확대할 예정. 웹에서 모바일로 확장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그들은 “농업이 IT기술과 만날 때 새로운 가치와 문화가 생긴다”고 말한다. 10년 전에는 옷을 입어보지 않고 사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차차 온라인에서 의류를 구매하는 데 익숙해진 것처럼, 농산물을 확인하지 않고 사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차차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단순한 ‘유통’이 아니라 농산물 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비전을 가지고 있다.


“농민들이 IT 기술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그걸 악용해서 사기를 친 사람도 많았고,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어떻게 판매할지 몰라 손해보는 분도 많았어요. ‘농사’와 ‘장사’를 둘 다 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올해 저희 사이트를 통해 멜론을 판매했던 분께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전에 사기를 당한 적이 있어 미심쩍어 하면서 판매에 응했는데,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어요. 마음이 울컥했죠. 처음에는 사업성을 보고 시작한 일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소명의식, 사명감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더 보람차고 행복합니다. 농민들은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판매, 유통, 소비자 관리 등은 저희가 대신하면서 그분들의 대리인 역할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지금은 내실을 다지는 단계. 3년 안에 농-수-축산물 등 먹거리 관련 모든 제품, 상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뉴질랜드의 제스프리나 미국의 선키스트와 같이 우리나라의 질 좋은 농산물을 해외에 선보이면서 세계적인 농산물 브랜드를 만드는 꿈도 꾸고 있습니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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