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 릴레이 ⑬ 이성낙 전 가천의과대학교 총장

다시 배낭여행을 떠나렵니다

다음 버킷리스트는 권성원 전 이화여대 의과대 교수(한국전립선관리협회 회장)가 이어갑니다.
나의 버킷리스트? 사실 요즘은 새롭게 시작하는 일보다 이것저것 구상했거나 하고 있는 일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면서도 왠지 구체적인 리스트 작성에는 거리를 두어왔다. 그래서 나의 버킷리스트를 첫째, 둘째… 하면서 구체적으로 챙기지는 않았지만, 머릿속에 드문드문 스치는 생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중 하나가 배낭을 메고 유럽 곳곳에 흩어져 있는 미술관을 찾아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대형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아닌, 한적한 소도시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박물관이나 미술관 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형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유명한 작품을 시대별로 전시해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특별한 구심점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외딴곳에 위치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대부분 그 지방 특유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특히 그 지방이 배출한 역사적 인물 중심의 스토리텔링 작품을 볼 수 있어 아주 특별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얼마 전 독일 옛 광산지역의 작은 도시 보트로프에서 현대미술의 거장 요제프 알베르스(Josef Albers, 1888~1976) 미술관을 우연히 만난 것이 한 예다. 현대 미니멀리즘의 추상미술을 이끈 화가 요제프 알베르스를 기리는 미술관을 ‘오지’에서 만난 것은 전혀 예기치 않았기에 더욱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보트로프에서 태어난 요제프 알베르스는 1930년대 등장한 독재 나치정권에 등을 돌리고 미국으로 갔으며, 그곳에서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우뚝 선 인물이다. 그의 고향 보트로프 시는 이러한 고인의 혼을 달래고 추모하는 미술관을 세워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독일 곳곳에 이런 미술관과 박물관이 무려 6500개나 산재해 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대변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아 아름다운 작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 못지않게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여행 자체인데, 특히 배낭여행에 함축된 자유로움과 슬로 라이프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 한구석에 설렘이 일렁인다. 대학시절 배낭 하나 메고 인적이 드문 들녘과 산속 오솔길을 때론 거센 비바람을 맞으며, 때론 따가운 뙤약볕을 받으며 홀로 걸으면서 사색에 잠기고, 가끔은 지나가는 대형 화물차에 편승하기도 하면서 노르웨이 최북단에 위치한 함메르페스트(냉전시대인 1960년대 노르웨이와 소련이 북단의 국경선을 두고 대치하던 때라 민간인으로 접근할 수 있는 최북단 도시)까지 다녀온 옛 생각이 아련히 떠오르니 그 설렘이 배가된다.

버킷리스트 하면 이것저것 떠오르면서 한편 리스트 작성에 때늦은 감이 있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필자의 버킷리스트 첫 번째 항목으로 이렇게 쓴다.

‘육체적 여건이 허락하는 한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배낭 하나 메고 자유롭게 떠나는 ‘유럽 문화 탐방 나들이’를 해야겠다.’

그림 : 배진성
  • 201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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