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현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

삶이 너무 복잡하다고요? 정리 컨설턴트와 상의하세요

초과 근무에 야근까지 해도 원하는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자 고민에 빠진 직장인 윤선현씨. 그는 원인을 찾기 위해 자신의 일상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가 발견한 것은 어지럽게 쌓여 있는 서류, 광고와 스팸메일로 가득 찬 메일함, 공허감만 더하는 만남과 허비되는 시간이었다. 자신을 둘러싼 공간, 시간, 인간관계를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하나씩 체계를 잡아갔고, 마침내 좀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2010년, 입사 전부터 창업을 꿈꾸던 그는 ‘베리굿정리컨설팅’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했다. 창업과 함께 그도 ‘정리 컨설턴트’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았다. 정리 컨설턴트는 공간, 시간, 인맥 정리를 도와주는 전문가를 이르는 말이다. 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공간과 시간, 인맥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리를 함께 하면서 그 방법을 알려주거나 정리를 대신해주는 일을 한다.

정리 분야 중 컨설팅 의뢰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분야는 상황의 심각성을 비교적 인식하기 쉬운 공간 분야다. TV 등 대중매체를 통해 종종 접하는 정리 컨설턴트는 마치 요술을 부리는 사람 같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지저분한 공간도 그들의 손길을 거치면 금세 쾌적한 공간으로 변모한다. 그러나 윤선현 대표는 공간을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만이 정리 컨설턴트의 역할은 아니라고 말한다.

“공간 정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에게 맞는 공간을 만드는 거예요. 정리 컨설턴트는 의뢰인의 업무, 일할 때의 우선순위, 정리를 원하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고 단순히 겉보기에 좋은 상태로 정리할 경우, 아무리 깨끗하게 정리됐어도 의뢰인이 ‘이걸 왜 여기다 뒀지?’ 하고 의아해하실 수 있죠.”

창업을 결심한 윤 대표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돈을 주고 정리 컨설팅을 받으려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의뢰가 오기를 기다리기보다 그는 직접 고객을 찾아나서는 방법을 택했다. 작은 강의실을 빌려 ‘정리력 100일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강의를 시작했다. 첫 달 수강생은 지인 3명을 포함 6명이었다. 정리에 관한 칼럼을 써서 웹진에 정기적으로 연재하기도 했다. 1년 후, 70명 남짓한 수강생이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모였고, TV 출연 제의와 인터뷰 요청도 물밀 듯 들어왔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그는 자신의 정리 노하우를 한데 모은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책을 읽다 ‘나도 한번 해볼까?’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정리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공간과 함께 시간과 인맥까지 포함한 정리 전반에 대해 다루고, 실천하기 쉬운 정리법을 제시하려 노력했습니다.”

올해 3월 출간된 그의 저서 《하루 15분 정리의 힘》은 출간 직후 자기계발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현재까지 총 1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뜨거운 반응에 그는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말한다.

이 시대 많은 사람이 정리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글쎄요. 정리는 10년 전에도, 100년 전에도 필요했을 텐데 유독 왜 지금 사람들이 더 열광할까요?” 하고 반문하더니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한참 후 말문을 연 그의 설명은 이렇다.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풍요해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너무 많은 것을 가지다 보니 오히려 적게 갖고 단순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올해로 2년째 정리 컨설팅을 해온 그는 시간이 갈수록 정리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한밤중에도 정리를 의뢰하는 전화가 자주 걸려와요. 어젯밤에는 어떤 아주머니가 전화를 하셨는데, 대뜸 ‘우리 집이 쓰레기장이에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전화하시는 분 중에는 정리되지 않는 집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시는 분이 많아요. 정리 컨설팅을 하면서 공황장애를 겪고 계신 분도 많이 만났어요.”

정리 컨설팅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원래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쩌다 우리 집이 이렇게까지 더러워졌는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이 말들은 정리가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님을 반증한다.


사람들이 정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그는 물건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태도를 지적한다.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존재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물건이 가져다주는 이점에 얽매여 물건을 쉬이 버리지 못하죠. 그런 식으로 불필요한 물건이 하나 둘씩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혼자 힘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는 정리를 물의 흐름에 비유한다. “물건을 매번 있던 자리에 두는 것은 올바른 정리 방법이 아니에요. 저는 공간 속 물건이 끊임없이 흘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물건이 중요도에 따라 놓이는 위치가 바뀌다 쓸모없어지면 버려지고, 새로운 물건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공간의 질서가 유지되는 거죠.”

날을 잡고 하루 종일 대청소를 하는 것보다 하루에 15분씩 구역을 정해 정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그의 조언도 정리의 흐름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듯 물건도 오랜 시간 방치하면 그 가치가 퇴색된다. 수시로 자신이 속한 공간에 있는 물건의 쓰임새를 살피고 정리해야 쓸모없는 물건으로 인해 공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시간과 인맥 정리 방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공간 정리와 마찬가지로 시간과 인맥 정리를 위해서도 일부러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대신 틈틈이 짬이 날 때마다 분주히 움직인다. “어떤 사람이 아침부터 밤까지 저를 미행한다면 진짜 신기해할 거예요”라며 웃는 그는 하루 중 한순간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지 않는다.

“자투리 시간에 할 일을 정해놓고, 그때그때 실천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저는 이동할 때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서 있을 때는 책을 읽고, 자리에 앉으면 노트북을 꺼내 문서 작업을 해요. 지하철에서 내린 후 계단을 오를 때는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가족에게 전화를 걸죠.”

휴대전화는 그의 보물 1호다. 갖고 있는 물건 중 하나만 남기고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남기겠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휴대전화요” 하고 대답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휴대전화 안에는 한 시간 단위로 촘촘히 짜인 1주일간의 스케줄부터 고객들의 연락처, 짤막한 메모까지 그의 생활을 이루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는 여가 생활도 휴대전화로 한다. 빡빡한 일상의 재미는 온라인상에서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싸이월드,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SNS, 정리 관련 카페와 블로그까지 운영하는 윤 대표는 틈틈이 스마트폰을 통해 SNS와 인터넷 사이트를 관리한다. “아까 잠시 쉬는 동안 올렸어요” 하며 그가 건넨 휴대전화 화면 속 SNS에는 “톱클래스 인터뷰했어요”라는 글이 쓰여 있다.

“온라인상에서의 교류는 제 여가생활이기도 하지만, 인맥을 관리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해요. 바쁘게 살다 보니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SNS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지인들과의 친분을 유지할 수 있죠.”

계획하는 일에 익숙한 그는 앞으로의 목표를 밝히는 데에도 막힘이 없다.

“올해 목표는 정리 컨설턴트 30명을 양성하는 거예요. 차츰차츰 현실화되어가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정리 컨설턴트 양성교육을 하는데, 한 번 할 때마다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이죠. 《하루 15분 정리의 힘》 후속으로 낼 책 두 권도 준비하고 있어요. 한 권은 중·고등학생을 위한 정리, 다른 한 권은 직장인의 정보 정리에 관련된 책이 될 겁니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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