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디마크러시 프렙 차터 스쿨’ 교장 세스 앤드류

한국식 교육 접목해 할렘가 아이들이 가난을 탈출할 힘 키웁니다

지난 2005년 설립된 ‘디마크러시 프렙 차터 스쿨(Democracy Prep Charter School)’. 빈민층이 사는 미국 뉴욕 할렘가에 세워진 이 학교는 ‘한국식 교육’을 도입해 최하위권이던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설립자이자 교장인 세스 앤드류는 지난 6월, EBS가 주관한 제1회 국제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해 성공 비결을 소개했다. 컨퍼런스가 시작되기 직전 인터뷰에 응한 앤드류 교장은 “한국인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한국의 교육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약 1주일간 한국에 머무는 동안 그는 내내 노란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셔츠에 타이, 재킷까지 갖추어 입은 차림새와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자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앞쪽엔 ‘디마크러시 프렙 차터 스쿨(Democracy Prep Charter School)’이라는 학교 이름이, 뒤쪽에는 ‘체인지 더 월드(Change the world, 세상을 바꿔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학교 모자인데 판매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학교의 핵심 가치인 ‘체인지 더 월드(Change the world)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상’ 같은 것이죠.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아주 많아요. 지식이나 재능으로 봉사할 수도 있고, 시 의회나 시청 공무원들에게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방안을 직접 제안할 수도 있지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도 세상을 바꾸는 좋은 사례입니다. 그래서 이 모자를 받는다는 것은 매우 영예로운 일이에요. 제가 이 모자를 가지고 있는 것은, 좋은 교육으로 학생들을 변화시키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지요.(웃음)”

브라운대와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교사생활을 했던 앤드류 교장은 지난 2001년 처음 한국에 왔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던 여자친구(지금의 아내)를 2주 일정으로 만나러 온 길이었다. 귀국 시기가 다가오자 여자 친구는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돼?”라는 말로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결국 그는 귀국을 연장하고, 1년간 천안의 한 중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교편을 잡았다.

그는 그 1년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한다. 미국학교와는 확연히 다른 교육법에 매료된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 몇 년간 더 교사생활을 하다 2005년 ‘디마크라시 프렙 차터 스쿨’을 세웠다. ‘차터 스쿨’은 미국 주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지만 교과 과정 등 학교 운영과 관련한 세부 사항은 학교가 결정할 수 있는 일종의 ‘자율형 공립학교’다. 할렘을 선택해 학교를 설립한 것에 대해 그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할렘은 가난과 범죄·마약으로 유명한 지역”이라며, “가난한 환경에서, 학교와 가정 어디에서도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한다.

“저는 뉴욕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할렘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어요. 미래에 대한 꿈도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학교의 시스템도 달라야 했지요. 그래서 미국 교육의 장점과 한국 교육의 장점을 합친 학교를 구상했어요. 저희 학교는 엄밀히 말해 완전한 미국식도, 그렇다고 한국식도 아닌, 전혀 새로운 교육 시스템입니다.”


학교에 적용한 ‘한국식 교육’이 어떤 것인지 묻자, 그는 곧바로 “선생님에 대한 존경, 교육열, 엄격한 규율”을 꼽았다. 특히 “학생·학부모는 물론 온 사회가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아무리 가난해도 자식만큼은 가르쳐야 한다’는 강한 교육열이 지금의 한국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가난의 고리를 끊고 그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 공부라고 생각한 그는 디마크러시 프렙 스쿨을 ‘공부하는 학교’로 만들었다. 정규 수업이 오전 7시 45분부터 오후 5시 15분까지 이어지고, 토요일에도 수업을 한다. 실력이 부족하거나 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오후 7시까지 여는 방과후 교실도 마련했다. 앤드류 교장은 “학교가 학원 역할도 한다”며 웃었다.

이와 함께 교복을 입도록 했고, 선생님에 대한 예의를 강조했다. 아이들은 이 새로운 시스템을 낯설어했지만 곧 적응해나갔다. 그 결과 설립 5년 만인 2010년에 뉴욕시 최우수 차터 스쿨로 선정되었고, 2010~2011학년도 학교 진척도 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고교 졸업시험 합격률은 뉴욕주 전체에서도 단연 상위였고, 우수 학군으로 이름난 지역보다 높았다. 디마크러시 프렙 스쿨이 거둔 이 놀라운 성과는 뉴욕시 교육 관계자를 놀라게 했고, 한국식 교육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한국어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한국의 날’도 있어

또 하나의 특징은 ‘한국어 수업’이 필수과목으로 지정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어 교사가 4명이나 있고, 한국의 날을 지정해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도 갖는다. 그동안 봉산탈춤, 태권도 등을 선보였다.

“저희 학교 학생들은 모두 흑인과 히스패닉입니다. 아시아계 학생은 한 명도 없어요. 그런데 그들이 전부 한국어를 할 줄 압니다. 한국어 수업은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했어요. 좋은 학교, 우수한 교사들을 만난다면 우리도 충분히 잘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죠. 아마 우리 졸업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한국어를 구사하는 유일한 흑인, 혹은 히스패닉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그들을 차별화시킬 것이고, 그들의 미래에서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선물이 될 것입니다.”

그는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학생들이 발전된 한국의 모습을 직접 보고,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그동안 배운 한국어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게 함으로써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가난한 그들은 뉴욕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표를 살 여유가 없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학생들에게 뜻 깊은 경험을 하게 해줄 후원자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다. 디마크러시 프렙 스쿨 이후 그는 할렘 지역에 모두 7개의 학교를 더 세웠다. 내년에는 할렘 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뉴저지에도 디마크러시 프렙 스쿨이 들어선다. 해마다 2개꼴로 학교를 신설하기 때문에 교사 채용은 늘 있다. 앤드류 교장은 “우리 학교들은 모두 한국어가 필수 과목이라 한국인 교사들의 지원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저희 학교가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실은 이것도 한국에서 배운 거예요. 한국 교육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인데도, 한국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는 부족하다’고 하잖아요.(웃음)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도 ‘디마크러시 프렙 스쿨’ 같은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대학에 입학한 저희 학교 졸업생들이 교사가 되어 한국 학교에서 가르치게 된다면, 정말 뿌듯하고 행복할 것 같습니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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