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 人] 김한나 ‘리멤버 727’ 대표

6·25전쟁이 정전된 7월 27일을 미국인들도 기념합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3년여를 끌던 6·25전쟁의 포화가 멈췄다. 그런데 미국이 이날을 국가적인 기념일로 삼고 있다. 7월 27일을 미국에서 국기가 게양되는 기념일 중 하나로 만든 데는 재미교포 김한나씨의 열정적인 노력이 있었다. ‘Remember 727’을 만들어 2008년부터 매년 ‘7월 27일’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고, 2009년 ‘한국전쟁참전용사인정법안(Korean War Veterans Recognition Act)’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한나씨를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만났다. 김한나씨는 현재 워싱턴 DC에서 찰스 랭글 하원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재미교포인 한나씨는 언제, 어떤 계기로 7월 27일의 의미를 알았고, 이날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겠다고 결심했습니까?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한국과 미국 양쪽의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으로서 한국과 미국을 잇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습니다. 그러려면 한국인으로서 내 뿌리를 탐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2001년 서울대 영문학과로 진학했죠. 원래는 3학년 때 미국대학으로 옮길 생각이었는데, 졸업 때까지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본능적으로 한국사회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고, 한국인을 너무 좋아하게 되었거든요. 제가 한국인이라는 것에 대해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었고요. 지금도 한국과 한국의 친구들이 너무 그립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미국으로 돌아와 로스쿨 입학을 준비했는데, 2006년 1월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육체적으로뿐 아니라 정신적・정서적으로도 큰 상처가 되었고, 삶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꿈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으로 2007년 워싱턴DC로 갔습니다. 조지 워싱턴대 대학원과 존스 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에 다니면서 미국평화봉사단에서 인턴을 하고, 미국평화연구소에서 파트타임 연구조수로 일하기도 했지요. 그때 제가 연구한 분야가 일제하 한국인에 대한 연구여서 한국 역사의 비극적인 부분에 대해 샅샅이 자료를 훑었습니다. 1945년 8월 15일, 한국이 일제로부터 해방되자마자 6·25전쟁을 향해 치달았다는 것은 정말 비극적이면서 아이러니한 부분이었습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끊임없이 고통을 당하던 때여서인지 6·25전쟁과 한국인의 비극적 운명에 너무나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 전쟁에서 수만 명의 미국 군인이 전사(戰死)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그때까지 6·25전쟁에 대해 제대로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6·25가 잊힌 전쟁이 되고 있는 게 너무 가슴 아팠고요. 사람들이 이 ‘잊힌 전쟁’을 다시 기억하도록,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퇴역군인들의 희생을 다시 생각하도록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 전쟁으로 고통받은 모든 사람의 화해를 도모하고 싶다는 희망도 있었지요.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6·25보다는 휴전협정이 맺어진 7월 27일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어요.


2008년에 ‘Remember 727’을 조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주로 어떤 분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나요?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한국에서 평화봉사단 활동을 했던 분들이 먼저 돕겠다고 나섰고, 워싱턴의 제 친구들도 합류했죠. 지금은 더욱더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이 저희 일을 여러 방면에서 돕고 있습니다. 워싱턴DC에서 활동하는 20~30대 전문직과 한국대사관 문화센터에서 일하는 인턴 등이 주축이 되는데, 미국인도 있고, 재미교포도 있습니다. 퇴역군인들도 명예회원이나 연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재미교포 단체들도 지원을 아끼지 않지요.

‘Remember 727’을 처음 창립했을 때 4가지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액션 플랜을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7월 27일을 6·25 참전용사들을 기념하는 날로 만드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그 법안 통과를 돕기 위해 100만 명의 서명을 받는 것, 세 번째는 공공장소에서 7월 27일 기념행사를 여는 것, 네 번째는 6·25 참전용사들의 사연을 수집하는 것이었습니다. 법안 통과를 위해 거의 1만 명한테 이메일을 보낸 것 같은데, 정말 운좋게도 이메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냈습니다. 그들이 이메일을 통해 의원들에게 연락해 6·25 참전용사들에 관한 법안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협력 덕분에 법안은 의회에서 신속하게 통과됐고, 2009년 7월 27일 오바마 대통령이 법안에 사인을 했습니다. 첫 번째 727 행사는 2008년 7월 27일, 워싱턴DC의 한국전쟁 기념공연 바로 옆 링컨기념관 호수 앞에서 열렸습니다. 6·25를 뜻하는 오후 6시 25분에 행사를 시작해 공연과 연설 등이 이어지고 7월 27일을 상징하는 7시 27분, 촛불에 불을 붙였는데, 굉장히 감동적이었습니다.


한나씨의 활동으로 한국전쟁참전용사인정법안이 제정된 것으로 압니다. 이 법안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되어 있나요? 그리고 법안 통과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나요?

미국에서 국기를 게양하는 날이 20일이 되지 않는데, 이 법안으로 인해 7월 27일이 국기게양일이 되었습니다. 1년 반 동안 가능한 한 모든 방법으로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한국전쟁에 관련이 있는 모든 국회의원(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아들이나 딸, 한국전쟁 참전용사가 많은 선거구의 의원, 재미교포가 많은 선거구의 의원 등)을 샅샅이 조사할 정도로 완전히 이 일에 사로잡혀 있었죠. 이메일과 팩스 등을 통해 435명의 의원 모두와 접촉하기 시작했고, 의원 사무실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설득작업을 벌였지요. 법안이 통과된 날 의회 방청석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찰스 랭글 의원이 이 법안에 대해 지지하는 발언을 할 때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박수를 쳤어요. 방청석에서 소리를 내면 안 되기에 밖으로 쫓겨나야 했지만, 너무 행복해서 창피한 줄도 몰랐어요.


법안 제정 후 미국 사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요?

미국 전역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로부터 ‘너무 기쁘고 자긍심을 느끼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을 때 정말 행복합니다. 7월 27일을 기념일로 선포하는 곳이 속속 생겨나고 있고요. 최근에는 재미교포 단체의 대표들로부터 그분들의 지역사회에서 7월 27일을 기념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있어요. 이 법안이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행사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요?

매년 7월 27일 직전 일요일에 행사를 여는데, 올해에는 7월 22일입니다. 매년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지역사회 고등학생 등 많은 젊은이들이 참여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어 올해는 특히 기대가 큽니다. 보통 공연과 연설, 그리고 7시 27분 촛불 켜기를 한 후 아리랑을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내년은 정전 60주년이 되는 해라 특히 의미가 큽니다. 콘서트 형식 등 조금 더 큰 규모의 행사를 생각하고 있는데, 한국기업의 후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나씨 개인의 앞으로의 계획과 한국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부탁합니다.

법안이 통과된 지 얼마 안 돼 찰스 랭글 의원실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찰스 랭글 의원실은 자주 드나들며 좋은 관계를 맺어오던 터였는데, 마침 그곳에서 20년 동안 일하던 직원이 은퇴하게 돼 제가 와서 일해주길 요청하셨죠. 지금은 대변인 역할을 하는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일하고 있어요. 찰스 랭글 의원은 미국 정치에서 하나의 아이콘이신 분이라, 그렇게 연륜 있고 명망 있는 분을 위해 일하는 것이 제게는 명예이자 특권이지요. 저는 학교생활 내내 거의 매년 반장을 맡아왔고, 중학교 때는 1200명을 대표하는 학생 대표도 했지요. 정계에서 일하는 게 적성에도 맞고 좋아요. 제가 선거에 나가기보다는 뛰어난 사람들, 특히 재미교포가 의원으로 선출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현재 민주당 연방의회 의원실에서 언론관계 보좌관으로 일하는 아시아계 미국인은 제가 유일합니다. 앞으로도 의원 보좌관이나 리멤버 727 활동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과 미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한국의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요? 저는 죽음을 정말 가까이에서 느껴본 사람입니다. 그랬기에 더 이상 욕심이 없다고 생각해요. 매일매일이 하나님이 이 땅에서 허락하신 여분의 날이니까요. 그렇기에 더욱 삶이 끝났을 때 후회가 없도록 매일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죽음의 고비를 넘긴 후 삶에 대해 더 열정적이 된 것 같아요. 한국의 청년들에게 ‘Give THANKS! Think HUGE! Act NOW!’ 세 가지를 당부하고 싶어요. 내가 받은 축복들을 헤아려보며 감사하고, 크게 생각하고, 지금 바로 행동하기. 간절하게 원하면서 행동에 옮기면 그 꿈을 이뤄주기 위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을 저는 믿어요. 그리고 바로 지금이 그 일을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7월 27일, 6·25전쟁 정전협정일

1953년 7월 27일은 1950년부터 3여 년간 계속되었던 6·25전쟁을 잠시 멈추기로 한, 정전협정을 맺은 날입니다. 미국은 2009년부터 참전기념일로 지정하고 관공서에 국기를 게양하고 다양한 행사를 실시하며 이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북한군의 기습남침으로 대한민국은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했으나, 국가유공자들의 노력과 유엔군의 도움으로 우리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는 155마일 휴전선에서 남과 북이 서로 대치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을 기억하고 지금도 6·25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정전협정일을 맞이하여 우리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하신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림과 동시에,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이라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가 하나 되어 튼튼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국가보훈처 제공)
  • 2012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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