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YWCA 한국여성지도자상 ‘젊은 지도자상’ 수상한 공정여행가·평화운동가 임영신

이제부터 공정여행으로 지구촌 사람들을 만나세요

어린 두 자녀와 남편을 남겨두고 전쟁터로 떠났던 사람. 지난 2003년 이라크 반전평화운동에 참가하기 위해 이라크에 다녀온 이매진피스의 임영신 대표(42). 그의 인생을 뒤바꿔놓은 이라크행 이후 그는 평화·진실·희망을 찾아 여행을 시작했다. 그 여행은 세상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며, 희망의 지도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더불어숲 페어라이프센터’로 임영신 이매진피스 대표를 만나러 갔다. 그의 첫인상은 포근했다. 훤칠한 키에 도시적인 외모를 지녔지만, 목소리와 눈빛은 무척 따듯했다. 평화운동을 하면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서 뿜어 나오는 기운이 느껴졌다.

요즘 그는 이곳에서 크고 작은 일들을 도우며 지내고 있다고 했다. 무심코 바라보면 평범한 카페와 다를 것이 없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커피를 만드느라 분주한 아줌마 바리스타, 대학생 형에게 영어를 배우고 있는 초등학생 꼬마까지 어느 카페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이곳은 공정한 일상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된 커피, 초콜릿을 팔기도 하고요. 많은 분이 기증한 책을 모아 도서관을 만들었는데, 하루 종일 책을 보며 머물 수 있고요. 주말에는 바쁘지만, 평일에는 빈 공간이 되는 교회가 지역을 위해 일하는 거죠.”

그는 ‘더불어숲 페어라이프센터’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남편 이도영 목사(더불어숲 동산교회)와 함께 공정한 일상을 통해 공정한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계획한 공간이라고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시민운동 단체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세상에 차가운 곳과 따뜻한 곳이 있다면 그 경계에서 지내고 싶었거든요.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역사의 증언, 뼈아픈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서 깨달은 점이 많았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진실이라도 수백만 명의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면 거짓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점도요. 하지만 끝까지 진실을 이야기했을 때 정의를 불러오는 기적을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티벳의 시각장애인학교 학생들과 함께.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만남은 시민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던 그가 이라크에서 반전평화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 중 하나였다. 그는 침례신학대학교와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을 졸업한 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간사, 녹색연합 협력간사, 아름다운재단 기획 및 모금팀 팀장으로 활동했다.

“돌이켜보면 반전평화운동을 위해 이라크로 떠났던 일이 큰 전환점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시 첫째 아이가 열 살도 안 되었을 때인데요, 어린 세 아이를 남겨두고 떠나는 마음이 편치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전쟁을 앞둔 이라크 사람들을 만나 평화를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지난 2003년, 이라크전쟁을 반대하는 전 세계 사람들이 이라크에 모여 반전평화운동을 벌였다. 이탈리아에서 온 스무 살의 모델, 영국에서 온 교사, 일본에서 온 목사, 베트남전 참전 후 평생 악몽에 시달린 미국 할아버지 등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이라크에 모여 전쟁이 두려운 이라크 사람들에게 평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그러나 평화를 전하기 위해 간 이라크에서 오히려 진실한 평화를 배워왔다.

“이라크 사람들은 언제 끔찍한 전쟁이 터질지 모르니 얼마나 불행할까 상상하면서 갔습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처음 만난 이라크인이 제게 건넨 말이 ‘쌀람’(평화를 의미하는 이슬람식 인사)이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환히 웃으며 먼 나라에서 온 손님들에게 예의를 갖추며, ‘바그다드’는 이라크의 고어로 ‘평화의 도시’라고 알려주더군요. 자신들은 괜찮다고 하면서요.”


그는 그 후 두 차례 더 이라크를 방문했다. 반전평화팀의 증언활동 및 긴급구호, 전쟁범죄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2006년부터 ‘분쟁지역에 평화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그는 파키스탄・이라크・아체・민다나오 등지에 평화 도서관을 지었다. 그 외에도 이라크 평화네트워크 대표, 이매진피스 대표를 맡아 평화운동과 공정여행 등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현실에 옮기고 있다.

“공정여행은 거창한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강대국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고급스럽고 화려한 리조트 대신 현지 사람이 운영하는 숙소에 머무는 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식당 대신 현지인이 하는 작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도 공정여행의 한 방법입니다. 나만 행복한 게 아니라 내가 여행하는 나라의 사람들도 행복하게 하는 일이지요.”

우리나라에 처음 공정여행을 소개한 사람답게 그는 공정여행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세계 평화를 위해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가 제안하는 공정여행 중에는 여행 중 커피농장에서 커피 수확을 돕는 일, 다치거나 병에 걸린 코끼리들이 모여 사는 농장에서 코끼리를 목욕시키고 먹이를 주는 일 등 흥미롭고 색다른 체험이 많다. 이제까지의 천편일률적인 여행보다 특별한 경험이라서 좋다는 사람도 많다. 영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이러한 공정여행 문화가 이미 자리 잡았으며 영국의 경우 이런 형태의 여행만 다니는 인구도 적지 않다고 한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요즘 사람들이 꿈꾸는 일 중 하나죠. 특히 우리나라 사람에게 인기가 높아요. 그 아름답고 경이로운 곳에 갈 때는 길을 안내해주는 셰르파, 짐을 짊어질 포터를 고용합니다. 고원 지대 사람들이라 산 오르기에는 이골이 난 셰르파와 달리 포터는 저지대에 살면서 농한기를 이용해 아르바이트로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루 5달러를 받고 20kg이 넘는 배낭 몇 개를 짊어지지요. 그러다 사고를 당하면 이틀치 일당을 주어서 내려 보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혼자 내려가다 죽는 포터도 꽤 많습니다.”

히말라야에서 할 수 있는 공정여행은 포터의 인권과 권리를 지켜주는 여행사를 통해 여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포터 한 사람에게 짐을 20kg 이상 지게 하지 않는다거나, 포터에게 응급상황이 생기면 끝까지 책임지고 도움을 주는 곳이다. 또 신혼여행지로 인기 있는 몰디브로 공정여행을 간다면, 하루에 수십 개의 방을 혼자 치우느라 관절염에 시달리는 직원들을 위해 팁을 꼭 챙겨주는 일도 포함된다.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며 사람들은 ‘이곳이 지상낙원’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우리가 머릿속에서나 그리던 곳이 몰디브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통령이 바뀌지 않은 몰디브의 독재정권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고통받게 하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리조트의 경관을 위해 주요 경제활동인 어업을 못하게 된 몰디브의 어민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이제부터라도 공정여행을 해야 할 것 같다. 처음 공정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자신만의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며 “반드시 외국으로 공정여행을 떠나야 하는 건 아닙니다. 자신이 그리는 공정여행이 어떤 방식으로 펼쳐졌으면 하는지를 미리 구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깊이 절망해본 사람은 그 고통이 희망의 뿌리라는 것을 안다고 했다. 그가 지금까지 분쟁지역과 오지를 여행하며 깨달은 점이다. 평화를 위해 또 모두가 공정하게 행복한 세상을 위해 떠나는 그의 여행은 한 가지 과제를 완성하는 중이다. 바로 희망의 지도다. 눈물과 한숨밖에 없을 것 같은 어두운 곳에서 발견한 희망을 기록해가는 일, 그가 쉬지 않고 공정여행을 떠나는 진짜 이유라고 한다.

사진 : 김선아
사진제공 : 이매진피스
장소제공 : 더불어숲 페어라이프센터
  • 2012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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