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러닝(G-Learning) 창안한 위정현 교수

“게임과 접목한 학습 프로그램으로 공부가 즐거워집니다”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온라인 게임은 학부모들에게 항상 경계의 대상이다. 하지만 게임을 학습과 접목함으로써 학업능력을 향상시키는 혁신적인 공부법이 등장해 화제다. 게임(Game)의 머릿글자를 따 G러닝(G-Learning)이라 이름 붙인 이 독특한 학습 방법을 고안한 사람은 위정현 교수(중앙대 경영학과). 국내 여러 초등학교에서 시범 운영돼 그 효과를 입증한 G러닝은 현재 미국에서도 호평받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는 22개 시·군 소재 42개 초등학교 5학년생을 대상으로 G러닝 시범 수업을 진행했다. 방과 후 수업에서 수학과 영어를 온라인 게임으로 배운 학생들은 한 학기 수업 후 영어 성적이 평균 23점 향상되었고, 수학은 13점이 올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중하위권 학생들의 약진이었다. 상·중·하로 나누어 수준별 수업을 진행한 결과, 상위권 학생들은 기존보다 11%가 오른 반면, 하위권 학생들은 214%가 향상되었다. 수학도 상위권은 5% 향상에 그쳤지만 하위권은 90%가 올랐다. 이는 학업성취도나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G러닝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수치다. 위정현 교수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게임 방식이다 보니 학생들이 영어와 수학이 어려운 과목이라는 편견 없이 모두 주도적으로 학습에 참여함으로써 얻은 성과”라고 분석했다.

“G러닝은 게임이 가지고 있는 재미와 몰입 요소를 활용해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공부의 재미를,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학업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즐겁게 공부하면서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으니,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학습법이죠.”

위 교수가 G러닝을 개발한 것은 2003년. 경영학과 교수인 그는 게임산업 및 시장 분석, 게임 정책 등을 주로 연구해왔다. 당시 온라인 게임은 중독, 폭력성 등의 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온라인 게임이 가지고 있는 ‘재미’와 ‘몰입성’에 주목했다. ‘한번 흥미를 가지면 무섭게 빠져들게 되는 특성을 공부에 접목한다면 아이들이 공부를 즐겁게, 잘하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그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의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학회에 나가 발표도 했지만 반응은 썰렁했다. 결국 ‘G러닝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오기가 발동해 (사)콘텐츠경영연구소를 만들고 개발 작업을 시작했다. 게임은 익숙한 분야였지만 연구실과 강의실만 오가던 그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엄청난 도전이었다. 개발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빚이 쌓였고, G러닝 연구에 몰두하느라 가족들의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없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고군분투한 끝에 그는 G러닝을 탄생시켰다. G러닝을 처음 도입한 것은 그가 맡고 있는 경영학과 수업에서였다. 게임을 통한 경제 수업이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자 서울대 경영대학원·선린인터넷고등학교 학생 등 게임이 익숙한 세대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보급했다. 2005년에는 일본에서도 G러닝을 도입했다. 확신이 생긴 그는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영어·수학 수업으로 분야를 넓혔다. G러닝을 통해 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성적이 대부분이 오르자 시범학교들이 속속 늘어났다. 지금은 서울・경기・인천 등 여러 초등학교에서 G러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0년에는 미국 UCLA의 세계적인 교육학 연구소(CRESST)에서 그를 초청했다. 교환교수로 연구소를 방문한 그 해 LA의 한 초등학교에 G러닝을 선보였고, 지난해에도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 G러닝으로 수학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학업 성적이 많이 향상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이에 힘입어 새 학기(9월)가 시작되면 시범학교가 더 늘어날 예정이다.


G러닝을 통해 전 세계 교육현장을 혁신하고 싶어

G러닝은 온라인상에서 역할을 나누어 팀원끼리 문제를 해결하는 롤플레잉 게임 방식. 우리나라에는 영어와 한글 두 가지 버전이 출시되었지만 외국에서는 모두 영어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영어가 가능하다면 전 세계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만나 함께 문제를 푸는 것이 가능하다. 개별적으로 사이트에 접속해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약에 의해서 혹은 학교장 재량으로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사업이 진행된다.

“저는 G러닝을 통해 전 세계 교육현장을 혁신하고 싶어요. 아이들은 교육방법을 바꾸어주면 얼마든지 즐겁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억지로 끌려가듯 공부하는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아이들도 선생님도 결코 행복할 수가 없어요. G러닝은 팀 안에서 각자 역할이 있기 때문에 모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또, 먼저 끝낸 팀은 반드시 뒤처진 팀을 도와주어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협동심과 배려를 배우고,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익히게 되지요. 아이들이 그렇게 학습에 몰입하는 동안 선생님은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됩니다. G러닝의 진정한 힘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지난 10년간 G러닝에 몰두하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학교 현장에서 들려오는 칭찬과 격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교육학 연구소에서 그를 먼저 찾아준 것도, 우리나라에서 만든 교육 프로그램이 철옹성 같은 미국 교육계에 당당히 입성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그는 보람을 느낀다. 지금도 프랑스・영국・룩셈부르크・필리핀 등 여러 나라 교육학계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어 방학이면 전 세계를 누비며 G러닝을 소개하는 강의를 한다. 서울대 경영학과 83학번인 그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인 서른한 살에 국비유학생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게임산업을 연구한 그는 귀국 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가 되었다.

투자자도 없고, 교육학 전공자도 아니면서 G러닝 같은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뛰어든 데 대해 그는 “오기로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 아이들을 위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4학년인 두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G러닝을 통해 전 세계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만나고, 서로 교류하며, 행복하게 공부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그의 열정에서 희망을 본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아이들이 공부하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과 함께.

사진 : 김선아
  • 2012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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