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 릴레이 ⑩ 최현주(코디 최) 미술가 겸 문화이론가

내 안의 진짜 나를 만나고 싶다

인간은 태어나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아기가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처음 보는 것으로 시작해 우리는 부모, 친구, 사회의 동료들에게 비친 자신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를 인식하면서 성장한다. 이러한 모습을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거울의 욕망’이 우리의 삶을 인도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항상 남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만, 사실은 남에게 비친 내가 아니라 나 자신의 ‘진실’에 목마르다. 나의 버킷리스트는 나의 ‘진실’을 찾아보는 것이다. 끝끝내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러나 진실을 어떻게 찾을지, 그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고, 확실히 알지도 못한다. 내가 해오던 일과 삶 속에 그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수와 작가 그리고 문화이론가라는 직업으로 살아왔기에, 첫 번째 버킷리스트는 아마도 구체적인 작품 정리가 될 것 같다. 없애야 할 작품과 간직해야 할 작품 그리고 가족에게 물려줘야 할 작품과 사회에 환원해야 할 작품을 분류하는 일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내 작품의 진실이 보이지 않겠는가.

두 번째 버킷리스트는 내 제자 중 진정 훌륭한 작가와 학자가 나와주는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의 가르침에 진실한 면이 있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세 번째 버킷리스트는 나 자신의 삶을 글로 정리해보는 것이다. 결단코 이 글은 남에게 보인 내 모습을 정리하기 위함이 아니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쓰는 자전적 글도 아니다. 스스로 내가 어떤 사람이며, 내 속에 있는 나의 진실은 무엇이었는가를 알기 위해 가족, 친구, 적, 사랑, 기쁨, 슬픔, 미움, 욕망, 좌절 그리고 못남과 괴로움까지, 가슴에서 떠나지 않은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다.

이런 일들을 해나가다 보면 사회와 남들이 규정한 도덕과 규범 그리고 평가 속에서 나 자신도 견디기 힘든 추함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진실을 찾고자 하는 힘없는 늙은이가 감당하기 힘든 후회가 밀려올지도 모르겠다. 노년의 나에게는 남들에 의해 만들어진 자기 괴리로부터 위로가 필요하며, 그 위로를 받기 위해 종교에 몰입하려 한다. 라캉이 말했듯이 남들에 의해 만들어진 ‘거울의 욕망’을 벗어나는 길은 종교다. 종교는 남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고, 절대 주 ‘신’을 의식하기에 가능하다.

그림 : 배진성
  • 2012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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