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 개발 전문기업 ‘VM’ 조범동 대표

‘스마트 그린’을 꿈꾸며 달리는 자전거

햇볕 좋은 아침, 출근길에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나선다. 그러나 오르막을 만나는 순간, 상쾌한 출근길의 낭만은 깨지고 만다. 힘겹게 언덕길을 오르며 하는 상상. ‘어릴 적 아버지가 그랬듯 누군가 뒤에서 밀어주면 참 좋을 텐데…’
전기자전거는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의 도움을 받아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언덕길을 오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전기의 힘 덕분에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도 자전거는 애물단지가 아닌 최고의 파트너가 된다.
요즘의 화두는 ‘스마트’와 ‘그린’이다. 전기자전거 개발 전문기업 ‘VM’은 ‘스마트 그린’을 꿈꾸는 회사다. 최근 환경과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동차를 대체할 교통수단으로 자전거가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와 비교해 자전거는 속도가 느리고 체력소모가 너무 많다는 점이 한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전기자전거다. 이웃나라 중국과 유럽 국가들은 일찍이 전기자전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보급을 시작했다. 현재 중국의 자전거 3대 중 1대, 유럽의 자전거 5대 중 1대는 전기자전거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전기자전거는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VM 조범동 대표를 만났을 때, 그의 옆에는 하얀 자전거 한 대가 있었다. VM의 대표제품인 ‘티바이크’다. 겉보기에는 일반 자전거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특징적인 건 안장 아랫부분에 달려 있는 배터리와 왼쪽 핸들의 제어판이다. 로(low), 미디엄(medium), 하이(high)의 세 속도 모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로에서 하이로 갈수록 자전거를 탈 때 힘이 덜 든다. 배터리를 꽉 차게 충전해서 미디엄 모드로 달리면 최대 90km까지 한 번에 달리므로 충전 걱정 없이 제법 먼 거리를 갈 수 있다.

전기자전거는 여행길에서 빛을 발한다. 좁은 골목골목을 힘들이지 않고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VM은 제주관광단지와 태안 산악용 캠핑장에서 전기자전거 대여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산강 4대강길 대여서비스 협의를 마무리 지어, 얼마 후면 VM 전기자전거를 타고 영산강길을 달릴 수 있다. 해외의 관심도 뜨겁다. 올해 3월 모로코의 항만도시 카사블랑카와 1000대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일본・독일・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와도 수출 협상 중이다.

조 대표는 대학생이던 2003년, 중국여행에서 전기자전거를 처음 접했다. 그러나 이때 기억을 다시 떠올린 건 대학원 졸업 후다. 당시 그에게는 높은 연봉의 연구직 제의가 들어와 있었지만, 그는 전기자전거 사업을 하고 싶었다. 외아들인 그가 안정적인 취업기회를 두고 이름도 채 알려지지 않은 전기자전거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는 극심했다.

“어떤 직업이든 미래가 불확실한 건 마찬가지인데 퇴직 후에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면 더 힘들지 않겠냐며 부모님을 설득했죠.”

그의 창업 선언에 대학 친구들은 ‘그러려니’ 했다. 대학시절 남달랐던 그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고려대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재학 중 전자제어 부문에서 23개의 특허를 냈다. 특허청 장학생으로 선정돼 매년 지원금도 받았다. 그가 낸 특허 가운데 전기스쿠터에 들어가는 파워모듈을 한 업체에서 함께 개발하자는 제안이 왔고, 어린 나이에 창업을 경험해보기도 했다. 이때 차곡차곡 모아둔 지원금과 개발비가 창업 자본금이 됐다.

2010년 6월, ‘서울시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의 지원으로 창업해 개발기간을 거쳐 지난해 10월 전기자전거를 정식 판매하기 시작했다. 판매 후 약 6개월 동안 벌어들인 수익은 1억7000만원이다. 직원 수 5명의 기업이 단기간에 낸 성과로는 놀라운 수치다. 사업 이야기를 하다 돌발질문을 했다. “제일 좋아하는 게 뭐예요?”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기차 타고 맛있는 거 먹는 거요.” 오른쪽 볼에 살짝 보조개가 패었다.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부터 좋아했겠죠?”

그가 일곱 살 때 다니던 유치원에서 한바탕 소란이 났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가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그를 발견한 곳은 유치원 앞 놀이터. 그는 우두커니 앉아 근처 버스종점을 응시하고 있었다.

“버스가 들락날락하는 게 신기해서 넋을 놓고 보고 있었어요. 저는 아주 잠깐 본 것 같은데, 제법 긴 시간을 보고 있었던 거죠.”(웃음)

버스와 기차를 좋아하던 동심은 그와 함께 자랐다. 대학교 때는 자동차 제작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직접 만든 자동차로 경주대회에 참여했다. 부대표 강신원씨와의 만남도 철도 동호회에서 이루어졌다.

“동호회 웹사이트에 고속철도 관련 문제를 냈는데, 딱 한 명이 맞혔죠. 알고 보니 의대 출신 친구더라고요.”

전공은 달랐지만 관심사가 같았던 두 사람은 쉽게 친해졌고, 의기투합해 전기자전거 사업을 하게 됐다.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도 한몫했다. 기상청 외부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기후변화와 관련된 보고서를 썼고,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는 녹색기술산업을 목표로 하는 단체인 ‘그린코리아21포럼’에서 일하며 녹색성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그가 전기자전거 회사의 대표가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국내 전기자전거 시장은 차츰차츰 성장하고 있다. 조 대표가 창업할 당시인 2010년만 해도 국내 전기자전거는 1년에 4000대 정도 판매됐다. 그러던 것이 1년 후에는 평균 1만5000대 수준으로 4배가량 뛰어올랐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기업들도 전기자전거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진출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조 대표는 싱긋 웃는다.

“오히려 기뻐요. 제 판단이 맞았다는 게 증명된 것 같거든요.”


하지만 대기업에 맞서 VM만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그에게 큰 과제다. 주행시간과 위치, 이웃의 위치정보 조회가 가능한 기존의 스마트 앱을 발전시켜 자전거와 사용자 사이를 보다 가까워지게 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앱에 성별, 나이, 신체 정보를 입력하면 전기자전거가 그에 맞춰 동력을 보조해주는 것이다. 올해 7월 시제품 출시를 목표로 모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기술개발보다 더욱 무게를 두는 것은 디자인의 차별화다. 자전거도 하나의 패션이라는 게 조 대표의 생각이다. 아티스트와 협력해 자전거에 사용자의 이니셜을 새겨넣는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전기자전거를 타고 한강공원으로 나갔다. 처음에는 별 느낌이 없더니 속도를 높이자 자전거가 신이 난 듯 달리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오랜만의 외출에 들뜬 조 대표는 “저쪽까지 갔다 올게요” 하고는 자전거도로 저편으로 사라졌다. 5분쯤 지났을까. 멀리서 쌩쌩 달리며 돌아오는 그를 발견했다. 훌쩍 커버린 일곱 살 소년의 미소가 다시 떠올랐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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