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 릴레이 ⑧ 김태원 푸른여름콘텐츠홀딩스 대표

미국 에미상 무대에 서거나, 제주도 산사에서 명상하거나

다음 버킷리스트는 이창섭 MBC 드라마국 부장이 이어갑니다.
‘버킷리스트’라는 화두를 가볍게 들었다. 무엇을 할까?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보니 이거 참 고민스럽다. 심각해진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나, 내가 얼마만큼 살아왔나,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까도 솔직히 고민스럽지만, 내가 목표로 했던 바를 얼마나 충실히 이어왔고 또 얼마나 대단하게 이루어왔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런 기회를 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다.


1 감사의 편지 쓰기

아마도 1992년이었을 게다.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에 쓴 ‘문화강국론’은 나의 인생 항로를 180도 바꾸어놓았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로 시작하여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우리 국조(國祖)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로 끝나는 짧은 글이다. 이 짧은 글이, 나로 하여금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전선(戰線)으로 나서게 했고, 조그만 광고대행사의 AE로 시작하여 미술전문 화랑, 공간 컨설팅, 우리 문화상품 개발, SBSi라는 최초의 지상파 방송사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출범, 애니메이션 - 드라마 - 연극공연 - 영화 제작자에 이르기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문화에 관한 모든 영역을 해보고 싶은 대로 해봤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살고 있는 시대는 (아마도)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하다고 믿고 있다. 단 하루도 이 드라마틱한 시대를 즐기지 않은 날이 없었다.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살 수 있게 해준 그 모든 것에 감사의 마음을 듬뿍 담아 편지를 쓰고 싶다.


2 미국 에미상 무대에 서보기

지금 이 시점,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초지일관 “내가 만든 드라마가 미국 할리우드의 TV에서 정식으로 방영된다면, 나는 그 다음날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답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TV상이 미국의 에미상이다. 그곳에 내가 한국의 프로듀서로서, 제작사 대표로서 노구라도 이끌고 앉아 있을 수 있다면, 내가 그날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해도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드라마가 매력적인 것은 그것이 곧 한 시대, 한 사회의 문화양식과 사상을 가장 풍성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사랑받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보편적 동질감을 확보하는 일이고, 그 동질감이 더 크고 안정적인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법이다. 그것이 내가 꿈꾸는 바의 출발점이자 목적지이기도 하니 마흔아홉 살 나이에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을 성취하기 위해 죽는 순간까지 노력해나가는, 그런 열정을 갖고 싶을 뿐이다.


3 그래도 시간이 주어진다면… 좋아하는 제주도에서 글 쓰고 책 내기

나에게 드라마 제작의 출발점은 <올인>(2003)이었다. 이때 제주도를 알았고, 그후 언제나 제주도를 제2의 고향이라 여기며 살고 있다. 누구는 심심하다는 표현으로 제주도를 읽기도 하지만, 나에게 제주도는 ‘내가 자연의 일부분임을 깨닫게 되는 곳’, 그래서 너무도 편안한, 엄마의 품 같은 곳이다. 어찌 보면 일밖에 모르고 살았다. 밥을 먹으면서도 일에 관한 이야기를 반찬 삼았고, 잠자는 시간에도 일에 관한 꿈만 꾸었던 것 같다. ‘그게 과연 의미 있는 인생인가’라고 자문해본다면 ‘글쎄?’라고 스스로 답한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나라는 사람이고, 나의 유일무이한 꿈이고 기쁨이고 보람이었던 것을! 나는 그저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고 싶을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곳, 제주도를 한없이 걷고 느끼고 닮고 싶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소박한 글쓰기로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나 한 사람의 경험과 인식이 다음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기 이를 데 없다.


4 끝으로… 다 비우고 버리기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꿈을 목표로 하고, 일을 생각하고,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남기고자 하는 것 모두 어찌 보면 그것이 나라는 사람이지만, 나 또한 내가 나인 것이 싫을 때가 많다. 사람이 이 세상에 나와 살아가는 일 자체가 부질없는 집착이고 허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앞에서 적은 모든 리스트가 무의미할 정도로 내가 더 이상 내가 아니기를 바라고 살지도 모르겠다. 제주도나 어느 호젓한 산사 같은 곳에 머물며 그저 명상으로 내가 살아온 모든 기억을 지우고 버리고 비우려 애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작 버킷리스트를 쓰고 행하는 때가 앞으로 약 20년 후, 내 나이 70을 바라보는 때일 수 있겠다. 어찌 보면 양극단에 있는 버킷리스트가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정작 그때가 되어 내가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참으로 궁금하다. 내 심연의 바람으로는 아마도 후자(다 비우고 버리는 일)일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세상사가 어디 내 뜻대로만 되어지던가.
글쓴이 김태원님은 푸른여름콘텐츠홀딩스㈜ 대표이사로서, 그 동안 아트컨설팅, 드라마・애니메이션 제작 등 문화콘텐츠 전반의 사업을 해왔다. 그가 제작한 드라마로는 <주몽> <황금신부> <쾌도 홍길동> <타짜> <스타의 연인> <선덕여왕> 등이 있다.
  • 2012년 05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