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 ‘사이러스’ 대표

한류 전파하며 새로운 시장 개척하다

공인 영어성적 하나 없는 지방대(한남대 경영학과) 학생에게 취업의 문이 쉽게 열리지 않을 것임을 일찌감치 간파한 청년은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을 가졌다. 군복무를 마친 다음날 곧바로 사무실을 얻은 그는 ‘음악’에서 사업 모델을 찾아 인디음악 전문 사이트와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음원거래를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찾았을 뿐 음악 마니아도, 음악에 대한 특별한 재능도 없다”고 자신을 소개한 사이러스 황룡 대표의 이야기다.
황룡 대표는 3년 전 인디음악 사이트 ‘블레이어’를 개설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곳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인디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고, 1000원을 내면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단, 저작권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음악인만 곡을 올릴 수 있다. 광고나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물, 드라마·영화, 게임, 전자책 등에 배경음악으로 삽입되는 경우 거래도 중개한다. 보통 한 곡당 55만원을 받는데, 수익은 음악가와 절반으로 나눈다. 음악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 거의 없는 인디음악인들에게 블레이어는 세상과 소통하는 또 다른 통로이자 기회다. “평소 인디음악 마니아인지” 묻자 그는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에요. 저는 충남 천안에서 나고 자라 대전에서 대학을 다녔어요. 인디음악의 본거지라는 홍대 근처는 가본 적도 없고, 인디음악도 잘 알지 못했지요. 다만 일찍부터 창업에 관심이 있어서 일상에서 늘 사업 아이템이 될만한 것을 찾았어요. 그러다 대중성은 떨어지지만 장르가 다양하고 색깔이 분명한 인디음악이 눈에 들어왔어요. 앞으로 점점 수요가 많아질 전자책이나 모바일 게임 배경음악은 유명세보다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고, 그렇다면 저비용으로 다양한 음악을 선택할 수 있는 인디음악이 각광받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작권협회에서는 비주류 음악에 별로 관심이 없고 그쪽에서 하기에는 거래 규모도 적어 어찌 보면 틈새시장이었죠. 예상대로, 요즘 배경음악 삽입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어요. 현재 150명 정도 음악인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그는 “지금은 블레이어보다 라우드박스가 우리 회사의 주력 아이템”이라고 소개했다. 블레이어에 이어 개설한 라우드박스는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음원을 판매하는 서비스. 원래는 음악인이 자신의 뮤직비디오와 콘서트를 홍보하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라우드박스를 설치하면 유튜브와 음원판매 사이트에 연결되는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이를 업그레이드해 음악인이 페이스북 이용자에게 직접 음원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구매자와 판매자는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페이스북만으로 연결되며, 결제는 가상화폐인 ‘페이스북 크레딧’을 통해 이루어진다.

“라우드박스는 ‘지금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이 과연 얼마나 오래갈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했어요. 지금의 성장세로 본다면 앞으로는 동남아시아가 한류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제 계획은 라우드박스를 바탕으로, 외국에 우리 음악을 알리고 대대적으로 유행시킨 경험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팔 생각입니다. 일단 디지털 음악시장이 없는 태국에 먼저 진출하려고 현재 현지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디음악 문외한이면서 전문 사이트를 만들었을 만큼 ‘사업가 기질’과 ‘괴짜 기질’이 다분한 그는 짐작대로 다양한 이력을 가졌다. 창업도 이미 스물한 살 때 애견 직거래 사이트를 만들어 일찌감치 경험했다. 고등학교 시절,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겪은 불편함과 불안감이 사이트를 만들게 된 계기였다. 자신의 강아지에게 만화 주인공과 똑같은 옷을 만들어 입히는 사람들의 블로그를 구경한 뒤에는 애견 코스프레 사이트를 개설해 인기를 끌었다. 취미 삼아 애견 옷을 만들어 입히던 사람들에게 직접 디자이너로 참여할 것을 권했고, 상품화되면 그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었다.

갑작스럽게 군에 입대하게 돼 두 사이트 모두 접었지만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성격은 군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행정 업무에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번거롭고 원시적이어서 불만이 많았던 그는 마침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후임병이 들어오자 상관의 허락을 받아 프로그램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그가 아이디어를 내고 방향을 잡아주면 후임병이 그에 맞게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갔다. 6개월 만에 완성한 새 프로그램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전 부대에 보급되었고, 포상휴가도 받았다. 2009년에는 신세계백화점이 주관하는 ‘글로벌 신세계 대학생 유통 프론티어 공모전’에 출품해 광고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군복무 중 온라인 분야 창업에 필요한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을 독학으로 익힌 그는 전역한 다음날 곧바로 사무실을 얻었다. “제대할 때 가졌던, 사회에 나와 뭐든 다 할 것 같은 그 호기로움이 몇 달 지나면 흐지부지 없어질 것 같아서”였다.

“마침 강원도에서 청년 창업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춘천으로 갔어요. 거기서 3500만원을 지원받고 부모님께 1500만원을 빌려 2009년 12월에 법인을 설립했죠. 사업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고요. 지금은 서울에 있지만 저희 회사 주소지가 강원도로 되어 있는 이유입니다.”


창업 3년째를 맞는 지금, 그는 서울에 번듯한 오피스텔을 얻었고 개발자와 디자이너도 따로 두고 있을 만큼 회사를 성장시켰다. 하지만 그는 규모가 더 커지더라도 5인 이상으로는 늘리지 않을 생각이다.

“제가 원래 구상한 것은 아이디어 랩이었어요. 머릿속에 하고 싶은 것이 떠오르면 곧바로 구현해 봐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사람이 많아지면 그렇게 일하기가 어렵잖아요.”

기존 시장을 와해시키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작업이 즐겁다는 황룡 대표.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고, 틈새시장을 찾아내는 감각이 탁월한 이 젊은 사업가의 다음 행보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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