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날으는 자동차’ 우승주 대표

어린이, 청소년, 주부, 할아버지, 할머니… 우리 극단에서는 모두가 주인공

2005년 1월 창단한 뮤지컬 극단 ‘날으는 자동차’의 단원은 무려 200여 명이나 된다. 단원들의 연령층도 다양하다. 서울, 분당, 일산 등지에 사는 어린이부터 청소년, 대학생, 주부, 노년층까지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다. ‘날으는 자동차’는 환경부 산하 비영리 단체이자 서울시 사회적 기업.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통합예술교육을 하면서 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

단원들이 ‘날으는 자동차’를 대하는 자세도 각기 다르다. 한 아이는 “무대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곳”이라고 하고, 또 어떤 아이는 “미소를 만드는 곳”이라고 한다. 한 직장인은 “지금까지의 나를 내려놓고 새로운 모습으로 리셋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날으는 자동차’가 다른 극단과 차별화되는 점은 단원들의 일상과 겸험을 녹여 그들의 이야기를 극으로 만들어 공연한다는 점이다. 우승주 ‘날으는 자동차’ 대표는 “기존의 유명 작품들은 아마추어인 시민 배우보다 전문 배우들이 훨씬 더 뛰어나게 연기할 수 있지 않겠어요? 우리 극단은 시민 단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음악 창작을 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극단에 소속된 작가가 단원들을 인터뷰한 후 대본을 만든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니 단원들의 감정 표현이 그만큼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습니다.”

‘날으는 자동차’를 만들기까지 우승주 대표는 실패를 거듭했다. 부산에서 작은 극단을 운영하며 공연 기획자로 활동하던 그는 하는 일마다 실패, 쓰디쓴 경험을 안고 서울로 올라왔다. 2003년, 우연찮은 기회에 초등학생들을 위한 특기적성 교육으로 뮤지컬 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돈을 벌 생각이었어요. 서울 지역을 시작으로 5년여간 수도권과 부산, 대구, 대전 지역까지 600여 군데 초등학교에서 뮤지컬을 가르쳤어요.”

그의 수업은 전교생 800명 중 400명이 뮤지컬을 배우고 싶다고 지망할 만큼 인기였다. 처음에는 수입을 생각하고 한 일이었는데, 아이들이 뮤지컬을 연습하고 공연을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묘한 에너지를 느꼈다고 한다.

“쑥스러워서 자기 이름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던 아이가 자신감을 얻고 당당해지면서 전교 회장에 선출되기도 하고, 가정불화로 문제를 일으키던 아이가 안정감을 찾아가기도 하는 등 뮤지컬이 사람들의 삶에 작지만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이 일을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한 달 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안정적으로 운영하던 학교 특기적성 교육을 그만두고, 극단 ‘날으는 자동차’를 설립했다. ‘모든 어린이에게 신나고 즐거운 하루를 선사하자’를 모토로, 아이들이 1주일에 한 번,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고 놀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마련해주자는 취지였다. 창단 당시 100여 명의 예술 강사(현역 배우, 무용가, 뮤지컬 배우)와 스태프들이 기꺼이 나눔에 동참했다.

“무대에서 자신을 마음껏 표출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거든요. 뮤지컬 교육을 받는 동안 함께 춤추고 연기하고 노래하면서 가장 가까이에서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서로 협력하면서 자연히 사회성도 길러지고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던 아이도 적극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그럴 때마다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돈 버는 것보다 더욱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달은 거죠. 극단은 제게 많은 걸 주었어요. 단원들에게 감사해요.”


2010년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은 이후에는 취약계층 아이들이 무료로 뮤지컬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다. 뮤지컬을 연습하고, 한 명도 빠짐없이 연말 공연무대에 올라 자신의 끼를 펼쳐 보이는 아이들을 보며 그는 이 일에 모든 것을 걸기로 결심했다 한다.

“처음에는 어린이 극단으로 시작했는데, 아이들의 변화에 놀라워하며 덩달아 관심을 보이는 주부도 많아졌어요.”

자연스레 아이들뿐 아니라 어머니들까지 단원이 되었다. 어린이, 주부극단이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청소년, 대학생, 노년층으로 대상이 넓어지면서 그는 누구든 뮤지컬 무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현재 극단에는 재미있게 배우며 신나게 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초등학생, 전국에서 이뤄지는 초청 공연을 여유롭게 소화해낼 정도 수준인 청소년, 뮤지컬을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려는 대학생,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뮤지컬로 풀어보고 싶어하는 직장인, 자신의 자아를 새롭게 찾고 싶은 주부들, ‘내 나이에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보여주고 싶은 어르신 등 7세부터 87세까지 200여 명의 단원이 저마다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단 하루의 공연을 위해 어린이들은 꼬박 1년을, 노년층은 10개월, 직장인과 주부는 5개월, 대학생은 4개월을 연습에 매진한다. 매주 1회 3시간에 걸쳐 이뤄지는 교육은 명상, 스트레칭, 무용, 연기, 노래로 빽빽하게 짜여 있다. 강사는 뮤지컬 연출가, 무용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을 개발하고 성취감을 얻고, 무대에 대한 두려움이나 문제해결방법을 스스로 찾아가지요. 주연과 조연 구분 없이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좋은 공연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책임감도 갖게 됩니다.”

공연은 주로 가족과 지인을 초청해 무료로 펼쳐진다.

“우리 공연의 특징은 모두 창작공연이라는 것입니다. 출연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는 것이 감동 그 이상입니다. 출연 배우의 입장에서 대본을 쓰기 때문에 배우들은 내 생애 첫 무대의 주연배우가 되죠. 극이 성립되려면 주연, 조연, 단역으로 나눠야 하는데 주연에겐 주된 스토리를 이끌어나갈 기회를, 조연에겐 매력적인 캐릭터로 극에 맛을 더할 기회를, 단역배우에겐 여러 역을 할 수 있는 1인 다역의 기회를 부여합니다.”


그의 꿈은 뮤지컬을 가르치는 대안학교를 운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상위 10%에 집중돼 있는데, 저희는 하위 10%를 위한 교육을 해보려고 합니다. 꼭 배우를 양성한다기보다 뮤지컬을 하면서 아이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스스로를 찾는 과정이 되었으면 해요.”

극단 이름 ‘날으는 자동차’는 어릴 적 꿈과 희망, 상상을 뜻하는 말로, ‘상상력과 꿈을 잊지 말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와 같은 대안학교를 만들어 좋은 작품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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