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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버킷리스트 릴레이 ⑦ 표종록 변호사(킹콩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아버지처럼 그렇게 갑자기 떠나가지 않길…

다음 버킷리스트는 김태원 푸른여름콘텐츠홀딩스 대표(드라마 〈선덕여왕〉 제작자)가 이어갑니다.
초등학교 시절, 내가 죽은 뒤에도 세상이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돌아간다는 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두려웠다. 신앙을 갖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40세에 접어들면서 나는 또다시 자주 죽음을 생각한다. 지금도 두렵긴 마찬가지이지만, 반면 내 생이 영원하지 않다는 인식은 ‘남의 인생을 대신 살거나 헛된 일을 하면서 살 시간이 없다’는 지혜를 주는 것 같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삶의 최고의 발명품인 죽음”이 찾아올 때 그 죽음 앞에서 지나치게 구차하지 않고 담담하게 맞을 수 있으면 좋겠다.


1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 보내기

내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갑자기 소천하셨다. 아버지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나에게 근심을 끼치지 않으려고 자신의 지병을 숨기셨고, 나는 아버지의 심장이 더 이상 수술이 불가능한 정도의 상태라는 것을 몰랐다. 로펌에 취업한 뒤 나는 제2의 아버지 같은 이일우 대표변호사를 만났다. 그런데 이 대표님 또한 “일본 출장을 다녀온다”는 거짓말을 하고 암 수술을 받으시다가 과다출혈로 갑자기 소천하셨다. 이 대표님은 내가 걱정할까 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말짱하다”고 하셨기에 나는 대표님에게 암이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다. 나는 두 분의 건강상태를 몰랐던 것이 너무 미안했고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보내드린 것도 그렇게 서러웠다.

그래서 나는 소원한다. 내가 죽기 전에 충분히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길…. 더 이상 일에 치여서 시계를 보면서 그들을 만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 그들 때문에 내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장황하게 말해주리라. 그때는 못내 말하지 못했던 진심 어린 충고도 해줄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들에게도 나를 떠나보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리라.


2 가족과 여행하기

나는 방학 때 우리 집이 있는 부산에 놀러온 대학 친구들에게 되레 “해운대가 어디 있냐”고 물어볼 정도로 나다니지 않았다. 해외여행도 31세가 되어서야 처음 홍콩으로 가보았다. 홍콩에서 나는 아버지가 왜 나에게 다른 세상을 볼 기회를 주지 않았는지 살짝 원망이 들었다. 그 후 나는 틈나는 대로 국내외로 여행을 다녔다. 거대한 세상과 자연을 보고 느끼는 것은 날 겸손하게 만든다. 작은 우물에서 뛰쳐나오게 만드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아내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감탄하고, 자녀들에게 진한 추억을 평생 간직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3 아이들에게 편지 쓰기

아이들에게 여러 통의 편지를 남겨두고 싶다. 이 편지에는 내가 어떻게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했는지, 내가 어떤 부분에서 실패했고 잘못했는지를 진솔하게 써서 자녀들에게 때로는 좋은 참조가, 때로는 타산지석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결혼식처럼 기쁜 날 가끔씩 꺼내 보면서 추억을 되새기고, 혼자 남아 있다는 절망감이 느껴질 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닫고 용기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4 바통 이어갈 사람 찾기

나에겐 꿈이 있다. 내 능력이 그리 크지 못해서 한 세대와 한 산업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기여는 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유익한 일을 하고 싶다. 특히 우리나라 문화산업에서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죽어서도 그 일이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꿈꾸는 그 일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을 찾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영감을 주어 내가 못 이룬 그 꿈을, 내가 못 가본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다.


5 기부재단(?) 만들기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을 보면서 미국의 재벌들은 자신의 부를 다른 사람을 섬기는 데 사용하는데, 한국의 재벌들은 자신의 부를 자식들의 안위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재벌만 그런가. 많은 사람이 자신과 타인의 행복을 희생하더라도 자식의 행복을 위해 온 힘을 다하지 않는가. 재산이 얼마 되지 않지만, 내 가족만을 위해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록 재단을 만들 정도의 돈은 없지만, 내가 죽은 후에도 아내와 자녀가 지속적으로 남을 돕는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정 금액 이상을 정해두고 싶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내가 다른 사람에게 받은 복을 흘려보낼 때 하늘에서 더 큰 복이 내려오는’ 참 행복을 누릴 수 있길 원한다.
  • 2012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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