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청년창업센터

CEO의 꿈을 지원하는 창업센터 탐방

서울시 지하철 8호선 장지역에 위치한 복합 문화 공간 ‘가든파이브’. 공구상가인 TOOL관 5층에는 ‘강남청년창업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이 주관하는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에 선정된 440여 개의 예비 기업들을 만날 수 있다.
긴 복도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벌집처럼 수많은 사무실이 펼쳐진다. 물품보관실, 제품촬영실, 제품실험실, 휴게실, 회의실, 교육실 등 다양한 공간은 창업가들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24시간 열려 있다. 1만8200㎡(5500평)이라는 압도적인 규모 때문인지 규정상 ‘반칙’이지만 인라인스케이트나 퀵보드를 타고 이동하는 청년 CEO를 마주치기도 한다.

목요일 오후 3시. 20~30대 젊은 에너지로 북적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간간히 새어나오는 몇몇 사무실의 불빛 외에는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업체마다 업종이 제각각인 만큼 근무 시간대나 스타일이 달라서이기도 하지만,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에는 청년 CEO를 대상으로 한 창업관련 교육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들어온 창업자들은 각자의 창업 아이템과 관련된 맞춤형 교육을 받거나 코칭 및 컨설팅, 멘토링 등의 서비스를 통해 창업 이후 갖추어야 할 구체적인 업무 능력을 키운다. 이들은 한 달에 최소 60시간 이상 사무실에서 근무해야 하지만, 출근 일수나 시간대 등에는 제약이 없고 사업자 등록도 필수사항이 아니다. 이곳은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기 전, 다양한 경험을 하며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김재형 SBA 과장
센터에서 만난 SBA 김재형 과장은 “창업을 꿈꾸면서도 공간 마련이 어렵고 자본이 부족해서, 또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분이 많다. 청년창업센터는 그들이 자신의 사업적 능력을 테스트해보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창업공간과 비용, 창업교육 및 컨설팅 등을 지원할 뿐 아니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곳에는 추후 1년간, 구 용산구청사에 마련된 사무실을 무상 제공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돕는 인큐베이팅 센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는 매년 예비 창업자들을 선발해 지원하는데, 경쟁률이 3대 1에 이른다. 올해로 4기를 맞이하는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는 강북창업센터와 강남창업센터의 두 곳에서 진행하는데, 매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1년간 약 1000여 개의 청년 기업을 지원한다. 모집기간은 3월 말에서 5월 초까지로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심사를 거쳐 대상자를 선정한다. 등급에 따라 매달 5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금과 사무실을 포함한 각종 집기, 세미나실, 공용장비실, 정보자료실 등 창업공간, 편의시설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또한 유통업체 대상 제품설명회 등 판로개척 지원과 온・오프 라인 법무・세무・특허 등 컨설팅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고 있어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예비 창업가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입주 기업들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시설을 갖춘 창업센터.
선정기준은 아이템의 참신성 및 사업계획의 충실성, 상품화 또는 고객 수요의 창출 가능성, 판매 또는 매출실현 가능성 등이며 특히 창업자의 의지와 사업능력, 일자리 창출의 파급 효과성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특허·입상자 기업과 여성 및 장애인 기업에는 가산점이 있으므로 눈여겨볼 것. 지원 자격은 20~39세 청년으로 우수한 창업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시 주민등록자에 한한다. 단, 창업을 한지 1년 이내여야 한다. 모집분야는 지식·기술·일반창업의 세 분야다. 인천시・울산시・부산시・창원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 30여 곳에서도 서울시를 벤치마킹한 청년창업센터를 마련했고, 강남구는 별도의 청년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문의 : 서울시 일자리플러스센터(http://job.seoul.go.kr),
강남청년창업센터·강북청년창업센터(http://2030scenter.or.kr)



유상래・윤이정 ‘앱콩’ 대표

강남청년창업센터 3기

왼쪽부터 유상래・윤이정 ‘앱콩’ 대표.
유상래(27)・윤이정(28) 대표는 마케팅 관련 스터디 모임에서 만난 인연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업체인 ‘앱콩’을 창업,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에 선정되어 활동 중인 청년 창업가들이다. 대학 졸업 직후 사회생활의 첫 단추를 취업이 아닌 창업으로 끼운 이들은 아이템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의기투합, 현재까지 건강・피트니스, 라이프스타일 관련 앱 수십여 종을 출시했다.

“어릴 때부터 CEO가 되고 싶었어요.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 친구(유상래)와 서로 보완하면 좋은 파트너가 될 것 같아 동업을 제의했어요. 처음엔 외식업부터 별의별 아이템을 생각했죠. 그러다가 아이폰 열풍이 불면서 본격적으로 모바일 앱 기획을 시작하게 됐어요.”(윤이정)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대기업에 취직했는데, 저는 대학 졸업 후 딱히 가고 싶은 기업이 없었어요.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이정이와 함께 창업을 하고, SBA의 지원도 받게 되었죠.”(유상래)

자신들이 생각한 것들을 마음껏 구현해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어서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는 이들은 센터가 지원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활용, 창업에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는 개발자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앱을 개발하려니 ‘맨 땅에 헤딩’할 수밖에 없었어요. 돈이 없으니 수익을 공유하겠다는 조건으로 온라인 카페에서 개발자를 구했는데, SBA 선정업체라는 이력이 인력수급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윤이정)

“대학을 갓 졸업해서 자금이 부족하기 마련인데, 센터 측으로부터 한 달에 70여만원의 창업지원금을 받는 게 큰 도움이 돼요. 제품을 출시하면서 특허 관련 전문 컨설팅을 받기도 했고요.”(유상래)

현재 ‘앱콩’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은 앱스토어, 안드로이드마켓, 티스토어를 합쳐 20여 종 30여 개. 이들이 개발한 앱 중 지하철 막차시간을 계산해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은 국내 앱스토어 유료 부문에서 다운로드 횟수 9위에 오를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들이 앱 하나를 출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달가량. 수익은 여러 명의 개발자들과 나눠 갖는다. 수입이 좋을 때는 ‘대기업 초봉’, 그렇지 않을 때는 ‘중소기업 초봉’ 정도의 월급을 가져간단다. 처음에는 사회 경험도 없는 이들이 사업을 한다는 것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던 부모님들도 서서히 자식의 열정에 믿음을 가지게 됐다.

1년 반 동안 직접 부딪치며 창업한 이들은 “이제야 사업에 대한 감이 온다”며 “막상 해보면 안 되는 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한다. 자금이 부족한 만큼 창의력으로 승부하려니까 결국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찾게 된다는 것. 지금처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사업으로 해외진출을 하는 것이 목표라는 이들은 창업을 꿈꾸는 예비 청년 CEO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싶단다.

“‘취업이 어려우니까 창업이나 해볼까’라는 막연한 생각은 위험해요. 창업하면 직접적인 업무 외에도 비용처리나 사람관리 등 사업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책임져야 하니까요.”(유상래)

“창업 아이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실무적인 준비가 필요해요.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창업할 때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였던 것처럼 자신의 부족한 점을 상호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서 함께 시작하는 것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생각해요.”(윤이정)


권승철 ‘한국문제은행’ 대표

IT와 접목한 학습 시스템 개발로 창업의 꿈 이뤘지요

젊은이들의 활기가 가득한 건국대학교 캠퍼스 내 벤처센터의 한 사무실에서 ‘한국문제은행’의 권승철(37) 대표를 만났다.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의 첫 수혜자였던 권 대표는 2009년 하반기, IT와 접목한 교육 콘텐츠 사업을 시작해 1년 동안 연매출 7억원을 일궜다. 현재 그가 다른 기업 및 연구진과 함께 개발하는 서비스들은 국가연구과제로 지정될 만큼 덩치가 커졌다.

‘한국문제은행’이 내놓은 ‘스마트 맞춤학습 시스템’은 SNS 기능과 학습지 기능을 모바일이나 태블릿 PC 등에 탑재, 학생들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업체, 출판사와 손잡고 개발한 시스템이다. 교과서・참고서・문제집 등 다양한 종류의 학습용 교재들을 디지털로 전환해, 학습자가 필요한 부분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학습 내용을 정리해주는 ‘자동정리노트’, 틀린 문제는 ‘왜 틀렸는지’ 원인까지 분류해 정리하는 ‘오답노트’ 등을 포괄하는 디지털 노트와 ‘자동문제생성기’ 등 문제은행 시스템까지 갖추어져 있다

“‘스마트 맞춤학습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학습할 범위를 선택하면, 매일 학습해야 할 분량이 자동으로 설정됩니다.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해설을 읽거나 연동되어 있는 학습 관련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며 심화학습을 하고, SNS를 통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문제풀이에 대한 도움을 얻을 수도 있어요. 잘 틀리는 문제는 오답노트에 저장해 반복학습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가 교육 서비스와 IT를 결합한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것은 교육 출판회사에 다니던 시절, 학생들을 만나면서 느낀 게 많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키보다 더 높이 참고서를 쌓아놓고도 다 보지 않는 학생들, 열심히 공부하는 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며 고민하는 학생들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효율적인 학습 시스템을 어떻게 제공할까 고민했다.

“디지털 라이프는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어요. 음반시장의 예를 들면 이 시대 소비자는 앨범을 통째로 구매하지 않고 원하는 곡을 별도의 MP3 파일로 사잖아요. 학습교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학습자가 필요한 학습 콘텐츠를 선택하면, 그걸 정리해서 되풀이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저희가 돕는 거지요.”

그는 양질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융합해 제공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더불어 종이책에 대한 자원낭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SNS 서비스를 통한 일대일 과외 서비스는 학습자의 눈높이에 맞춘 멘토를 연결해 ‘공부하는 즐거움’을 찾아줄 거예요. 어렸을 때, 선생님보다 짝꿍이 가르쳐주는 것이 훨씬 귀에 쏙쏙 들어왔던 기억이 있거든요.”

권 대표가 짧은 시간 동안 이룬 사업적 성공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혁신적인 아이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지칠 줄 모르는 근성과 투지가 밑바탕이 됐다. 그는 외부 강연에 나가면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자신의 선택”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그에게 있어 기회는 항상 위기의 끝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창업 전 1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할 때 ‘사장보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가 첫 직장인 교육 출판업체 홍보실에 입사해 받은 초임은 고작 45만원. 박봉인데다 전공인 컴퓨터공학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지만, 아버지가 남기고 돌아가신 빚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마다할 처지가 아니었다.

“빚을 갚아야 한다는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주어진 업무 외에도 영업, 광고, 총판관리 등 다른 부서의 업무도 닥치는 대로 처리했습니다. 밤낮 없이 일하고 지방도 어디든 달려갔어요. 덕분에 집에는 기껏해야 한 달에 한두 번 들어갔고요.”

입사 1년 후에는 다른 회사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쇄도했다. 주변에서는 그에게 ‘독종’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고, 연봉은 ‘억’소리 나게 올라 있었다. 어느새 빚도 다 정리되었다. 그렇게 10년을 앞만 보며 달리던 권 대표에게 어느 날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온다. 작은 사고로 척추에 무리가 가서 디스크 수술을 했는데, 장애 6급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일 욕심 많은 그가 병원에 입원한 채 3개월을 보내면서 난생처음 진로 고민을 하게 되었다.

“하루 종일 하는 일 없이 누워만 있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그동안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내 사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무턱대고 창업을 하기에는 준비된 것이 없어 일단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는 좀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3억원의 총자산 가운데 1억원을 2년 동안 대학원 등록금과 가족 생활비로 쓰기로 하고, 2009년 3월 건국대학교 벤처전문기술대학원에 입학했다. 물론 회사는 과감히 그만두었다. 그러나 곧이어 권 대표에게 두 번째 위기가 왔다. 여섯 살 난 맏아들이 자폐증으로 지적장애 3급 진단을 받은 것이다.

“아이의 치료비로 한 달에 200만원이 넘게 드는데 수입은 없으니까 경제적인 위기감이 느껴졌어요. 마음 편하게 학교만 다닐 수가 없더군요.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울시의 여러 사업에 지원하며 창업에 도전했어요. 지금 보면 어설프기 짝이 없는 내용이지만 밤을 새워가며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쉴 새 없이 뛰어다녔죠.”

누구보다 절박하고 진지한 자세 때문이었을까. 벼락치기 창업 준비였지만 결과는 좋았다. 중소기업청의 ‘실험실 창업’ 대상자와 서울시 〈2030 청년창업 프로젝트〉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중소기업청의 경우 당초 선정된 대상자가 해외 유학을 가는 바람에 예비 후보였던 권 대표가 ‘운 좋게’ 3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고, 당시 첫 출범한 청년창업센터로부터는 사무실과 함께 월 100만원씩 지원금을 받는 혜택을 누렸다.

“청년창업센터에서 사업계획서 작성법이나 소비자 반응조사 등 사업에 필요한 내용을 배웠습니다. 지금은 제가 습득한 것들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어 청년창업센터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지요.”

미래의 CEO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권 대표는 “풍부한 사회 경험을 쌓으며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취직이 어려워서, 회사에 다니기 싫어서 창업이나 한번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방향성이나 수익성에 대한 고려 없이 창업에 뛰어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크고 작은 자금문제와 사업 전반에 걸친 실질적인 문제들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이라면 내실 있는 중소기업에서 다양한 업무능력을 키워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창업 아이템에 대한 확신과 진지한 비전이 있다면 정부가 지원하는 다양한 창업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잘 알아본 후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지난 한 해 정말 후회 없이 일했다는 권 대표는 올해 박사과정에 진학해 기술경영학을 더 심도 있게 연구할 예정이다. 조만간 디지털 교과서 시대가 열리면, ‘한국문제은행’의 사용자 중심 전자 시스템이 더 큰 성공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토익이나 토플, SAT, GRE 등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영어 콘텐츠로 해외진출의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곧 상용화될 ‘한국문제은행’의 ‘스마트 맞춤학습 시스템’에 대한 뜨거운 시장반응을 감안한다면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사진 : 김선아
  • 2012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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