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명 광고제 휩쓴 광고 디자이너 최익환

“환경 문제, 소외된 계층을 알리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클리오국제광고제의 옥외미디어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광고 디자이너 최익환(30)씨. ‘휴지를 사용할수록 북극곰의 빙하를 빼앗게 된다’는 메시지로 국제무대에서 탁월한 감각을 인정받은 그는 같은 작품으로 미국의 크리에이티브어워즈, 영국의 칩숍어워즈, 부산국제광고제에서도 수상했다. 이 밖에도 그는 국내외 광고제에서 40여 차례 수상한 경력이 있다. 앞으로 그가 만들어갈 광고는 환경 문제와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미래사회에 진정 필요한 광고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2011년 수많은 광고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최익환씨. 하지만 불과 4년 전만 해도 그는 응모하는 광고제마다 족족 탈락했었다. “네가 만든 광고는 이상하다. 별로다”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작은 광고회사에 다니며 광고 디자이너로서 실무도 익히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에 편입해 광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광고 디자이너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이야기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나만의 이야기죠. 그래서 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원래 그림에는 소질이 있었고요. 군대에 갈 때까지만 해도 만화가가 되려고 했으니까요.”

클리오어워즈 대학생 옥외미디어 부문 국내 최초 수상작(2011년), 칩숍어워즈 최우수작(2011년), 부산국제광고제 결선 진출작(2011년).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의 휴지 커버 활용 광고로, 휴지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북극곰의 빙하가 줄어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는 명지전문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만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군 제대 후 생각이 달라졌다. 만화가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군 제대 후 광고 강의를 들었는데 그것이 제 인생을 바꿔놓았어요. 이야기를 만들고 거기에 필요한 이미지를 창조하는 일이 제 적성에 맞더라고요. 이런 제 모습을 담당 교수님께서 인상 깊게 보신 것 같아요. 방송광고를 제작하는 회사에 저를 추천해주셔서 처음에는 조감독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이렇게 광고계에 입문한 그는 일을 하면 할수록 광고 디자인에 대한 갈증이 심해졌다고 했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많았고 나만의 광고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크리에이티브어워즈 대학생 빌보드 부문 금상작(2011년), 부산국제광고제 결선 진출작(2011년). 면도기 브랜드인 질레트의 성능 광고.
“광고가 좋다고 무작정 광고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제게 필요했던 건 광고에 대한 공부였어요.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마음에서 방송대에 편입했고요. 편입한 첫 해에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광고제에 30회가량 응모했을 정도로 열심이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단 한 번도 본선에 올라가지 못했는지….”

응모하는 광고제마다 탈락을 거듭하면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광고 디자이너로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스마트폰에 3만~4만 개의 광고 이미지를 저장해두고 틈날 때마다 그 광고들을 꺼내 봤다. 하루에 도 수십 번, 수백 번 넘게 일상처럼 눈과 머리, 마음에 그 이미지들을 익힌 것이다. 이것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광고 공부를 하면서 쌓아온 비결이다.

“광고주가 원하는 것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필요한 부분만 전달해야 하는데, 예전에는 제가 하고 싶은 말만 하려고 했어요. 그건 광고가 아니죠. 소통하려는 생각 없이 제 마음 내키는 대로 만들었죠. 돌이켜보면 그때 30번이나 떨어진 것이 당연한 것 같기도 해요(웃음).”


미래사회에 필요한 광고는 환경과 소외된 계층의 이야기

2011년 그가 수상한 광고제 중 하나인 클리오 국제광고제는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다. 여기서 금상을 받은 그의 출품작은 북극곰과 휴지를 통해 지구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휴지를 쓰면 쓸수록 북극곰이 앉아 있는 빙하가 점점 줄어드는 모습을 표현했어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지구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었거든요. 이 작품을 출품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3개월 동안 무척 긴장되더라고요. 발표하던 날, 아무런 연락이 없어 포기하고 누가 상을 탔나 구경하려고 들어간 홈페이지에서 제가 금상 수상자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정말 기뻤죠.”

부산국제광고제 결선 진출작(2011년). 비 오는 날 공공장소에서 사용하는 우산포장기기를 활용해 물 한 방울도 빠져나가지 않게 하겠다는 의미의 콘돔회사 프로모션 광고.
이 작품은 미국 크리에이티브어워즈, 칩숍어워즈, 부산국제광고제에서도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그는 “외국 광고제의 경우 인터넷 홈페이지에 작품을 등록하면 된다. 또 같은 작품으로 여러 광고제에 응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에 대한 아이디어나 영감은 아무 때나 떠오르는 건 아니에요. 시간과 공을 들인다고 해서 특별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요. 마치 작곡가가 어느 순간 영감이 떠올라 명곡을 작곡했다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예고 없이 찾아와요.”

그는 2월 중순 편입한 지 4년 만에 방송대를 졸업한다. 3월에는 건국대 대학원에 진학해 시각디자인과 광고를 계속 공부할 예정이다. 대학원에서는 환경문제 등 미래사회에 필요한 광고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크리에이티브어워즈 대학생 잡지 광고 부문 금상작(2011년).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 키즈의 광고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과 리바이스 청바지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앞으로 광고는 우리 주변의 문제를 좀더 깊고 넓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환경문제, 소외계층 문제 등 자본주의 사회가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죠. 이러한 움직임을 이미 시작한 세계적인 기업도 여럿 있고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뿐 아니라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광고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그에게 ‘최익환’만의 광고 스타일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잠시 후 조심스럽게 “설명이 필요 없이 보는 순간 이해가 되고, 디자인이 곧 광고가 되는 광고”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어려운 광고, 연예인 중심 광고가 많아요. 제품보다 연예인이 돋보이죠.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제품의 특장점이나 메시지는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는 제품이 돋보이는 광고가 더 많이 생겨날 거예요. 저만이 만들 수 있는 명쾌한 광고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싶어요.”

사진 : 김선아
  • 2012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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