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웹서비스 제작 동아리 ‘와플스튜디오’

하버드・예일・MIT생도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 만든 대학생 동아리

‘찌질해’ 보이는 한 남자와 예쁜 여자가 맥주를 마시며 싸우고 있다. 여자한테 차인 ‘찌질남’은 기숙사로 돌아가 술김에 ‘코딩’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음주코딩은 하버드대학을 발칵 뒤집어놓는다. 영화 〈소셜네트워크〉는 이 에피소드가 전 세계 5억 명의 회원을 거느린 ‘페이스북’의 시작이라고 설명한다. 특별해 보이는 이 영화 스토리는 사실 컴퓨터공학과에선 흔한 일이다.
왼쪽부터 김택민, 한재화, 김진억, 이범기, 이성원, 이두희.
컴퓨터공학과(이하 컴공) 학생들은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탄생한 기발한 프로그램은 지겨워지면 또 손쉽게 지워진다. 이런 컴공 학생들의 재능낭비를 아쉬워하는 또 다른 컴공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학생들의 기발한 작품을 좀더 많은 사람이 쓸 수 있기를 바랐다. 웹서비스 동아리 ‘와플스튜디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와플처럼 ‘맛있는 웹’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요즘 서울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와플스튜디오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공대 구석에 박혀 있는 동아리치고는 상당한 유명세다. 한번쯤 그들의 서비스를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대학교 강의평가 사이트 ‘SNUEV.com’은 현재 전체 회원 수 2만3442명으로, 신입생의 99%가 사용하고, 수강신청 기간에는 하루 9000명이 접속하는 ‘서울대인 필수 사이트’ 중 하나다.

이들은 최근 ‘클래스메이트’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클래스메이트’는 같은 학교,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끼리 익명으로 정보교환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점점 다운로드수가 많아지면서 이윽고 하버드・예일・MIT 등 미국의 유명 대학에까지도 퍼져 나갔다. 하버드의 교지인 <크림슨>에도 소개됐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스토리다(어? 이거 완전 〈소셜네트워크〉잖아?).

“고맙게도 사람들이 알아서 잘 이용해요. 저희는 그저 우리가 필요한 것을 만들었을 뿐이거든요. 내가 재밌고 쓸 만한 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해서.”(이성원)

와플스튜디오는 이제까지 ‘별걸’ 다 만들었다. 온라인 프레젠테이션 제작 서비스, 도서추천 서비스 등 실용적인 것부터 노래방 레퍼토리 만들기, 웹툰 모아보기 등 철저히 개인취향이 반영된 것까지. 어떻게 보면 IT회사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순수한 재미지향의 동아리 같기도 하다.

“와플스튜디오는 대학 동아리 수준은 아니라고 봐요. 사업성 있는 프로젝트도 꽤 했고, 외부에서 의뢰를 받아 개발하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순수 동아리입니다. 돈에 매이면 그저 그런 집단이 되기 십상이더라고요.”(이두희)

와플스튜디오에서도 수익추구형 프로젝트를 시도한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경험부족 탓인지 잘 안됐다. 그래서 사업과 관련해서는 조심스럽다. ‘클래스메이트’도 법인설립은 했지만 아직 수익구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그저 전 세계 대학생이 편리하게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또 누군가의 이야기와 겹치는 느낌이 든다(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

와플스튜디오의 대표적 서비스들. 클래스메이트, SNUEV.com, 서울대학교 앱.
와플스튜디오는 내놓는 서비스마다 주목을 받으며 대학생 웹서비스계의 영웅대접을 받지만, 사실 모두에게 인기 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교수들에게는 적으로 취급받았다. 바로 서울대 강의평가 사이트 때문이다.

“그전까지 교수님들 수업에 대한 평가는 음지에서 교류됐어요. SNUEV.com은 그것을 양지로 끌어올린 서비스예요. 서울대 학생이면 누구나 가입해서 손쉽게 검색하고 평가할 수 있죠. 그런데 처음엔 이것을 두고 ‘교수사회에 대한 도전’이라며 혼났어요. 지금은 이해해주시지만요(웃음).”(이두희)

아무리 인기 많은 교수라도 학생들의 날카로운 평가를 전부 피해갈 순 없는 노릇이었다. 학교 측에서 협조를 안 해줘서 자칫 사장될 뻔했지만 ‘다음’에서 서버지원을 하면서 살아났다. 그리고 지금은 학내 2만3000명 이상이 사용하는 필수 서비스가 됐다. SNUEV.com은 얼마 전 학우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개인정보보호가 문제였다. 따로 약관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비난도 쏟아졌다. 이 정도로 거대한 서비스가 될 줄은 몰랐기에 생긴 사고였다.

서울대학교 학사행정 어플도 문제가 됐다. 학사행정 전반을 아우르는 편리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는데 학교 측에서 제동을 건 것이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만든 것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잠시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학교와 공동 개발하여 새롭게 다시 만들었다. 모두 잘 만들었기에 생긴 문제들이었다.

창립 5년째를 맞는 와플스튜디오는 바람 잘 날 없다.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반증이다. 옆 동아리방에 기생해서 개발하던 초기를 생각하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친구들끼리 소소하게 모여서 시작했어요. 학교생활 전반을 다룰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싶었어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밤낮없이 개발했죠. 300만원짜리 서버도 자비로 샀는데, 처음에는 성공하지 못했어요(웃음).” (이두희)

지금은 ‘다음’에서 서버도 제공해주고, 여러 기업에서 먼저 알고 후원도 해준다. 동아리 통째로 인큐베이팅을 해주겠다는 IT기업도 여럿 있었다.

“인큐베이팅 의뢰는 고마웠지만 다 사양했어요. 어떤 조직의 산하로 들어가면 지금처럼 재미있지 않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남의 생각을 닮아갈까 봐 걱정됐어요.” (한재화)

“남이 시킨 것은 잘 만들기 힘들어요. 밤도 못 샐 거예요. 그런데 우리 아이디어로 만드는 것은 며칠 밤을 꼬박 새워도 재밌고 퀄리티도 좋죠. 재미있다는 말로는 모자랄 정도예요.” (이두희)

실제로 새벽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들 잠도 안 자고 이메일로 회의하며 엄청난 속도로 개발한다는 그들. 서울대학교 시국선언 전자서명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에는 시작부터 개시까지 50시간도 안 걸렸다고 한다. 개발자 입장에선 경이적인 속도였다.

와플스튜디오 멤버들은 현재 대학생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계획이 없다고 한다.

“다들 속으로는 굉장하고 재밌는 것들을 그리고 있을 거예요. 와플스튜디오는 현재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라는 계획은 없어요. 다만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목표입니다.” (이성원)

사진 : 김선아
  • 2012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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