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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한국바리스타챔피언십(KBC) 우승자 이세나

최고의 커피 장인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해요

큰 키, 말쑥한 차림새, 깔끔하게 쪽진 머리,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정돈된 손놀림. 2011년 11월 한국바리스타챔피언십(KBC) 결선이 열린 날, 바리스타 이세나씨의 시연은 완벽에 가까웠다. 그의 커피 콘셉트는 ‘바쁜 일상, 도심에서 벗어나 공원에서 즐기는 에스프레소’. 직접 기른 잔디를 테이블에 세팅해 자연의 느낌을 물씬 살렸고, 에스프레소 추출 시간과 양을 정확히 지키는 것은 물론, 맛도 훌륭하게 구현해냈다. 초반부터 주목을 끌었던 그는 테크닉과 맛 평가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제가 스물아홉 살이거든요. 20대의 마지막에 꼭 챔피언십에서 우승해보자고 목표를 세웠는데, 그 목표를 달성해서 기쁘고 뿌듯해요.”

한국바리스타챔피언십은 국내 최초의 바리스타 경연대회로, 심사 기준이 까다롭고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지역별 예선을 거쳐 선발된 선수들은 제한시간 안에 에스프레소・카푸치노를 기본으로 한 창작 메뉴를 만들어 테이블에 서빙해야 한다. 자기만의 커피 콘셉트, 창작 메뉴의 독창성, 스토리텔링이 담긴 프레젠테이션 능력도 심사에 포함된다. 올해도 200여 명의 바리스타가 출전했고, 본선과 결선이 열린 제10회 서울 카페쇼 전시장에는 역대 최다 관중이 몰렸다.

“이번이 네 번째 출전이에요. 처음 나갔을 때 예선에서 탈락하고, 그다음에는 본선에서 탈락했어요. 또 그 다음해에는 4등, 이번에 우승한 거죠. 중간에 다른 대회에도 나가면서 실력을 쌓았어요.”

그는 2007년 국제 바리스타 경연대회인 〈얼티밋 바리스타 챌린지〉에서도 우승했다. 라테 아트, 에스프레소 프라페, 에스프레소 칵테일 세 종목에 모두 출전했고, 라테 아트와 에스프레소 프라페 부문에서 우승해 2관왕의 자리에 올랐다. 같은 해 중국 상해에서 열린 〈얼티밋 바리스타 챌린지 인 차이나〉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 에스프레소 프라페 부문에서 또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때 이세나씨의 나이는 스물넷. 그로부터 5년 뒤, 그는 경력 9년차의 바리스타, 매년 10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커피를 가르치는 커피 전문 강사, 그리고 공식적인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이 됐다.

뼛속까지 커피일 것 같은 이 젊은 커피 장인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어렸을 때 그는 미술을 공부하고 싶었다고 한다. 유학갈 생각이었지만 외환위기로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미술을 접고 공부로 진로를 바꿨다. 그때 새로 생긴 꿈이 호텔리어였다. 대학에서 경영학과 외식 조리를 공부했고, 1학년 때부터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던 중 커피에 관심이 많은 한 선배의 눈에 띄어 우연히 커피의 세계에 입문했다. 이세나씨가 ‘사부’로 모시는 그는 커피 유통업체를 운영하며 후배들을 양성하고, 각종 바리스타 경연대회와 자격시험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최상현씨다.

“직원 중 한 명을 뽑아서 커피를 가르치려는데, 제가 곧잘 따라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게 눈에 보였대요. 처음엔 라테 아트(에스프레소 위에 우유와 스틱을 사용해 하트・꽃・동물 등을 그리는 분야)에 관심이 갔어요.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고, 사람들도 재미있어하고, 맛도 있고요. 그때 에스프레소에 푹 빠져서 시작하게 됐어요.”

더 넓은 곳에서 커피를 하기 위해 그는 강남의 한 유명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상현씨에게 지속적으로 커피를 배우고, 또 후배들에게 전수하면서 커피 관련 부서를 총괄했다. 들어갈 때는 스물한 살의 막내였지만, 5년 뒤에는 탄탄한 실력을 갖춘 캡틴으로 나왔다. 이세나씨의 트레이드마크인 ‘깔끔한 시연’도 이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익힌 습관이다. 끊임없이 현장에서 부딪혀가며 훈련한 덕에 이세나씨의 커피 실력은 나날이 늘어갔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온 국내 최초 바리스타 전문팀 CIIC(씨투씨·Caffe’ Italiano In Corea) 활동도 큰 도움이 됐다. 각종 바리스타 대회 수상자들로 구성된 이 팀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함께 커피를 공부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대회에 나가는 팀원이 있을 때는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트렌드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요. 팀원들과 함께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되죠.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트렌드에 맞춰가는 게 어렵고, 또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 대회에서 선보인 창작 메뉴 ‘시트러스 허브믹스의 달콤한 세레나데’ 또한 트렌드를 적절히 반영한 메뉴다. 허브티는 하나씩 즐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요즘 티 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허브티를 블렌딩하여 오묘하고 색다른 맛을 내는 데 관심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상큼하고 신맛이 나는 시트러스 계열 허브티가 인기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에스프레소와의 조화를 꾀했다. 오렌지와 시트러스 계열의 허브티를 블렌딩하여 에스프레소의 단맛과 산미를 돋보이게 한 것이다. 물론 엄청난 연구와 노력이 수반됐다. 마트에서 과일이란 과일은 종류별로 사와 연습하고, 또 맛보는 과정이 반복됐다. 집에 가는 길에 토해내기도 여러 번, 식도염에 걸려 고생하기도 했다.

이세나씨는 현재 던킨도너츠와 베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 소속이다. 던킨커피교육센터의 책임강사로, 커피 교육이 필요한 신규 매장 점주와 매니저 등 던킨도너츠 직원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커피 전문 강사로서의 경력도 어느덧 5년차. 매년 1000~1500명의 사람들을 교육했으니, 지금까지 그에게 커피를 배운 사람은 어림잡아도 그 수가 엄청나다. 직원뿐 아니라 바리스타 후배들을 이끄는 데도 열정적이다. 이번 한국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한 이나래씨 또한 그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또 오랫동안 함께 CIIC 활동을 해온 후배다. 이나래씨에게 대회 출전을 권유한 것도, 프레젠테이션을 잘하기 위해 입에 볼펜을 물려가며 가르친 것도 이세나씨였다.

“교육이 천직인 것 같아요.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제 실력이 좋아야 하니까 대회에 더 열심히 나간 것도 있어요. 나중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연륜이 묻어나오는 커피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강사가 되는 게 목표예요.”

그에게 좋은 바리스타란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이세나씨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팀원들이랑 매번 ‘우리 커피‘쟁이’가 되지 말고 ‘장이’가 되자’고 해요. 고집스럽게 자기만의 커피 세계에 빠져 있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기본에 충실하면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목표를 얼마나 달성해내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단발성으로 끝나는 노력이 아닌,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 좋은 바리스타 아닐까요?”

사진 : 김선아

바리스타 이세나의 ‘집에서 신선한 커피를 즐기는 법’

1 갓 볶은 원두는 곧바로 내려 먹는 것보다 3~7일간 숙성기간을 거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원두 본연의 향미가 살아난다. 그 후 보름이나 한 달 이내에 내려 마시면 가장 신선하고 맛이 좋다.

2 원두를 보관할 때는 휘발성 성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밀폐하여 서늘한 곳, 습기가 없는 곳에 보관한다.

3 오래 두고 먹을 원두라면, 한 잔 분량씩 지퍼백에 나누어 담아 냉동 보관한다. 먹고 싶을 때마다 한 봉지씩 꺼내 상온에 두고 해동한 후 내려 마시면 오랫동안 신선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4 원두 찌꺼기는 버리지 말고 신발장이나 냉장고에 넣어두면 탈취제로 손색없다.
  • 2012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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