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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토속신앙 그린 웹툰 《신과 함께》로 인기 작가 된 만화가 주호민

저승 세계를 생각하면 무섭다고요?

지난해 1월 10일부터 한 포털사이트에서 연재하고 있는 《신과 함께》는 만화가 주호민을 차세대 웹툰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저승 편’ ‘이승 편’ ‘신화 편’ 3부작 중 ‘이승 편’까지 마무리한 《신과 함께》는 염라대왕, 저승 차사, 다양한 잡귀 등 한국 민속신앙의 근간을 이루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죽음과 삶의 세계를 그린다. 작품에는 작가 특유의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웹툰 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떠오른 주호민(30)씨를 파주시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의 만화에서 듬뿍 묻어 나오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풀어놓았다. 그는 2005년 스물 다섯 나이에 자신의 군복무 시절 경험을 감동적이고 위트 있게 풀어낸 만화 《짬》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후 이른바 ‘88만원 세대’가 궁핍한 현실 가운데 꿈을 좇는 이야기를 희망적으로 풀어낸 《무한동력》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는 주로 친구들이나 주변 인물에서 웹툰 소재를 얻는다고 한다.

“《무한동력》을 그릴 때가 스물 여덟 살이었어요. 친구들 대부분이 취업 준비생이어서 만나면 온통 취업 얘기뿐이었어요. 취업 준비생, 공무원 준비생, 비정규직 88만원 세대 등 우리 또래 세대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얘기를 풀어나갔죠. 저는 입사 면접을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됐어요. 면접장에서 너무 긴장해 손에 땀이 났는데 손을 올려놓은 무릎까지 땀에 젖었다는 디테일한 얘기들을 끌어낼 수 있었죠.”

군대, 88만원 세대 등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소재를 다루던 그가 돌연 민간신앙에 나오는 신들을 다룬 《신과 함께》를 연재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주변에서 소재를 찾다 보니, 작가로서 정체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새로운 소재를 고민하고 있을 때 TV에서 무속인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았어요. 흥미를 느껴 자료조사도 했지만, 섣불리 접근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한국 신화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그리스 신들의 이름은 줄줄 외우면서 정작 우리나라의 신들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잖아요? 우리의 신화와 사후 세계에 대한 토속적인 관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신과 함께》에는 강림도령, 이덕춘, 해원맥 등 저승 차사 세 명이 함께 다니는데, 그는 소재에 매몰되지 않고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삶의 보편적인 주제를 잔잔히 풀어내고 있다. 그는 “저승 세계를 떠올리면 무서운 생각이 들지만, 그 때문에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최대한 가르친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도록 그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저승 편을 연재할 때는 “착하게 살겠다”는 댓글이 유독 많이 올라왔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어요. 비록 허구지만 이승에서는 삶이 팍팍하고 힘들어도 저승에서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 이루어져 착하게 살아온 사람이 복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얼마 전 연재가 끝난 ‘저승 편’의 후속인 ‘이승 편’에는 집을 지키는 가택신들이 나온다. 그 신들은 저승사자가 집주인을 데리러 올 때 못 데려가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막는다. 가택신이 가장 두려워하는게 뭘까. 집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는 재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가택신과 저승사자의 ‘배틀’을 보여줄 생각이다. 2012년 1월부터 새로 연재할 ‘신화 편’에서는 한국 신화를 다룬다.

탁월한 이야기꾼이지만 그는 처음부터 만화가가 될 생각은 없었다. 초・중・고 시절에는 친구와 선생님 등 주위 인물들을 희화화한 만화를 그리곤 했다.

“인기가 많아서 옆 반 친구들까지 돌려가며 보느라 만화를 그린 연습장이 걸레가 다 됐죠. 자기를 등장시켜달라고 조르는 친구도 있었고요. 친구들의 모습을 희화화하거나 과장해 만화 속 캐릭터로 만들면서 친구들의 반응을 보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재미 삼아 만화를 그렸는데, 대학입시에 두 번 연거푸 실패하면서 직업 전문학교 애니메이션과에 진학했다.

“애니메이션과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때였어요. 포토샵과 아주 기본적인 툴을 배웠죠. 인터넷 태동기(2000년)로 웹툰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어요. 그런데 2004년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려고 했더니 과가 없어졌다는 거예요.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었죠.”

그는 2005년부터 군대생활 체험을 담은 만화 《짬》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10여 개월간 원고료 없이 연재를 계속했다. 《짬》은 남자친구가 군대 간 여성, 군 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군 복무를 마친 남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원고료 받는 작가’ 대열에 올라선 것은 2007년 후속 편인 《짬》 시즌2를 연재하면서였다. 그는 “그동안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애니메이션과에 간 것은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였는데 지금 만화를 그리고 있으니, 과거는 지나간 일일 뿐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신과 함께》는 이미 영화 판권이 팔려 2012년 촬영에 들어간다. 연극과 뮤지컬 등 공연 무대로 옮겨 갈 움직임도 있다. 최근에는 만화 잡지 6종을 내는 일본의 한 게임회사에서 《신과 함께》를 일본에서도 연재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일본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12월부터 일본의 한 만화 월간지에 연재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만화를 “우리가 사는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표현했다. 《무한동력》이 청년실업과 꿈을 잃은 젊은이의 모습을 그리고, 《신과 함께》 저승 편이 평생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여주는데, 이는 마주 보긴 아프지만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결말이 확실치 않다. 독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경험하고 겪는 현실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려 노력하는 그는 독자들에게 ‘재미있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힘이 난다고 말한다.


“독자들의 감탄과 격려가 계속 만화를 그리게 하고 더 좋은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합니다. ‘재미없다’는 혹평을 들으면 좀더 분발하는 타입이 아니라 그냥 접어버리는 스타일이죠. ‘재미있다’고 말해주는 독자들의 칭찬이 지금까지 만화를 그리게 하는 무한동력인 것 같습니다. 한 시대뿐만 아니라 오래오래 읽힐 수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사진 : 김선아
  • 201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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