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캐릭터 애니메이션으로 에미상 수상한 장성 감독

세계적 경쟁력 갖춘 한국 애니메이션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3D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드는 장성(34) 감독이 제63회 에미상 애니메이션 개인 업적 부문에서 국내 최초로 수상했다. 그는 3D 캐릭터에 빠르면서도 자연스러운 호흡과 동작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에미상은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최하는 시상식으로 기술진과 스태프에게 수여하는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Creative Arts Primetime Emmy Awards)과 배우 및 연출진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임타임 에미상’(Primetime Emmy Awards) 두 부문으로 나뉘는데, 장성 감독은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을 받았다.
수상 작품은 미국 애니메이션 채널 카툰네트워크의 TV용 3D 애니 영화 〈파이어 브리더(Fire breather)〉. 재미동포 애니메이션 감독인 피터 정이 총괄 지휘를 맡은 90분짜리 작품으로 지난해 추수감사절 시즌 미국에서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용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던컨이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장성 감독이 맡은 작업은 피터 정 감독이 디자인한 캐릭터를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3D 캐릭터로 되살리고 동작을 구현하는 일이었다. 2년 전 카툰네트워크의 유명 2D 애니메이션인 〈벤텐(Ben10)〉을 3D로 전환하는 시험작업 등을 통해 피터 정 감독과 인연을 맺었고, 그의 작업에 만족한 피터 정 감독의 제안으로 〈파이어 브리더〉에 합류했다. 장편 애니메이션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는 유아용이나 그보다 어린 연령층을 타깃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라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고 한다.

“〈파이어 브리더〉에서는 모델링이 좀더 향상되었고, 얼굴 작업도 이전보다 표현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움직임을 수월하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파이어 브리더〉는 특히 대화신이 많아 제스처도 많이 들어갔다.

“작업 전에 스토리와 관련된 이야기나 대사들을 먼저 읽는데, 다른 문화의 정서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동안 프랑스, 미국 등 해외 애니메이션 회사와 작업할 때 대사와 행동이 어떤 뉘앙스를 띠는지 머릿속에 정리해 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액션신과 개성 강한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액션 시퀀스로 만들 때는 잘못하면 너무 가늘거나 날카로워 보일 수 있어요. 화면에서 보이는 부분이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아 캐릭터를 잡을 때는 카메라를 따라가기보다 카메라를 지나치거나 치고 나가는 느낌으로 연출했습니다.”


그는 어릴 적 영화 〈터미네이터〉와 〈에이리언〉 등을 보며 영화의 특수 효과에 관심이 많았다.

“애니메이션에는 관심이 없었고 영화와 영화 특수효과에 관심이 많아 모형을 만들어보곤 했지요. 당시에는 대학에 특수효과 관련 학과가 없었고, 비행기를 좋아해서 항공우주공학과에 갔는데, 제 생각과는 달랐어요.”

군 제대 후 그는 손으로 만드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생겨 청강문화산업대 애니메이션학과에 입학했다.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입체감을 살릴 수 있는 3D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학교를 졸업한 후 2003년 삼지애니메이션에 입사해 3D 캐릭터 애니메이터로서 활동해 왔다.



그가 캐릭터 애니메이터로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애니메이션에 파고들면서 기초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요령보다 기초를 튼튼히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카툰과 실사의 느낌이 잘 어우러지도록 밸런스를 맞추는 데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는 〈파이어 브리더〉 작업에 참여하면서 기획의 중요성도 절감했다.

“우리나라에서 1970~80년대 2D 애니메이션에 하청 붐이 일었다면 3D 애니메이션이 지금 그런 전철을 밟는 것 같습니다. 우리만의 기획을 위한 지원책이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멘토와 후배들을 가르칠 만한 부분도 많이 모자라다고 생각해요. 저는 좋은 선배가 되고 싶고 언제까지나 좋은 작품을 기획하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요.”


그는 에미상을 수상해 기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 3D 애니메이션 현장은 어렵고 열악한 데도 그 실체보다 부풀려 조명되는 것이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그는 애니메이션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세상을 폭넓게 바라보는 힘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문화의 힘을 키우는 거죠. 이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자리걸음이에요. 또 다방면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애니메이션은 힘든 일이에요. 열정이 없으면 쉽게 포기해버리거든요.”


그는 현재 프랑스 제작사와 공동제작 중인 TV 애니메이션 영화 〈피쉬 앤 칩스(Fish&Chips)〉의 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앞으로 음악·색채 등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공부를 차근차근 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요즘 애니메이션은 스케줄이 빠듯해요.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부족한 인력, 짧은 시간 등 여러 한계가 있지만, 철학과 감동이 담긴 작품을 해보고 싶습니다.”

현재 극장용 3D 애니메이션은 전체의 80~90%를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게 현실. 그는 그 틈새를 파고들어 글로벌하고 경쟁력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한다.

“한국 정서에 맞는 캐릭터와 디자인으로 마음 따뜻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인력만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사진 : 김선아
  • 201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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