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에 마술 접목하는 초등학교 교사 김택수

아이들이 마술처럼 빨려 들어가는 수업 만들어요

창의력 교육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마술과 교육을 접목한 교수법이 화제다. 그 중심에는 전국 각지에 2500여 명의 회원을 둔 교사마술동호회 ‘매직 티처’가 있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김택수 교사(인천 불로초)는 10년 전 마술에 관심 있는 동료 교사 4명과 함께 이 모임을 만들어 ‘교육을 위한 마술(magic for education)’을 개척하고 발전시켰다. 재미있는 수업으로 학교에서의 인기가 연예인 못지않은 그가 마술을 하는 이유는 한 가지,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공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를 만난 곳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였다. 근무지는 인천이지만 마술을 배우려는 이 학교 교사들을 위해 일일 강사로 나선 길이었다. 인사를 나누는 순간 그의 귀에서 반짝이는 귀고리가 눈에 들어왔다. 시선을 눈치챈 그가 “마술용 귀고리”라며 웃었다. 일명 신호등 귀고리로, 손을 한 번씩 스치면 투명하던 것이 빨강, 파랑색으로 변한다. 이날 강의를 위해 착용한 것으로, 귀고리뿐만 아니라 그의 손에는 마술 도구가 한 아름 들려 있었다. 자동차 트렁크도 이미 포화상태였다. 마술이 그의 일상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김택수 교사가 마술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교 4학년 때, 우연히 ‘마술카페’에 들렀다 본 카드마술이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꼭 배우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생겼다. 비싼 수강료가 발목을 잡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강의가 끝나면 카페로 출근해 마술사들의 잔심부름을 도맡았다. 화장실 청소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술을 배우는 즐거움에 일이 고된 줄도 몰랐다. 대학 졸업 직후, 1년간 기간제교사로 일하는 동안에도 매일 저녁시간을 마술카페에서 보내며 실력을 키웠다.

이후 인천의 한 초등학교로 정식 발령을 받았다. 교육 현장에서 마술의 힘은 생각보다 셌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고, 눈을 반짝였다. 그의 교실에선 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마술을 배운 또 다른 교사들을 알았고, ‘교육과 마술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교사마술동호회 ‘매직 티처(magic teacher)’를 만들었다. 이 새로운 교수법에 관심을 갖는 교사들이 늘면서 매직 티처 회원은 최근 2500명을 넘어섰다.


그에게 마술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교과 과정을 보다 흥미 있게, 효과적으로 이해시키는 도구다. 기존 마술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교과서와 연계 할 수 있도록 마술 교구재도 직접 개발해 보급한다. 그의 개발품 중에 눈에 띄는 것은 ‘훈민정음’ 교육 교재.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빈 노트를 학생들에게 펼쳐 보이면서, “아주 옛날, 우리에게는 글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이웃 나라에서 한자를 빌려다 썼다”고 설명하며 노트를 펼치면 신기하게도 백지 위에 한자들이 빼곡하다. “이것을 안타까워한 세종대왕이 마침내 한글을 만들게 되었다”는 대목에 이르면 노트는 어느새 한글로 채워져 있다.

“초등학교에는 계기수업이라는 것이 있어요. 삼일절이나 광복절・한글날같이 중요한 날을 맞으면 그것을 계기로 그 의미와 중요성을 되새기게 하는 것이죠. 그런데 가끔 안내장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있어요. 거의 읽지 않지요. 훈민정음 교재는 한글날 계기수업을 위해 만들었는데 저학년에게 특히 효과적입니다. 짧지만 핵심을 강렬하게 전달하잖아요(웃음).”

미술 시간에 활용하는 ‘10색 상환색 익히기’ 마술도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비슷한 색, 반대 색 등을 통해 색의 기본을 배우는 과정이지만 외울 것이 많아 아이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시간. 하지만 비어있던 10색 표가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색깔들이 나타나고 바뀌면 아이들은 눈을 떼지 못한다. 분명 네모 모양으로 오렸는데 펼치니 전개도가 되고, 숫자판에서 학생이 선택한 숫자를 알아맞히는 마술은 수학 시간에 유용하다. 그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재미있어 한다”며, “마술이 학습 효과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즐거운 수업 통해 ‘행복한 다단계’ 만들고 싶어

“공부가 좋아서, 재미있어서 하는 아이는 거의 없잖아요. 교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좋으면 잘하려고 노력하니까요. 마술은 수업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어요. 그 힘을 빌리면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학습 내용을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교육마술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마음의 문이 닫힌 아이에게는 그 문을 여는 좋은 소통 방법이 되기도 하고요.”

그는 자신이 아이들에게 ‘학교 가고 싶은 이유’가 되고 싶다고 한다. 이미 수준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계속 새로운 마술을 배우고, 교육마술을 연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좋아하는 선생님과 더불어 학교생활이 행복했던 아이는 어른이 되어 행복한 가정을 꾸릴 것이고, 그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또 그 부모와 비슷한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이것을 “행복한 다단계”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이들의 인성교육에도 각별히 신경 쓴다. 거짓말, 욕, 왕따가 없는 ‘3무 교실’을 학급 목표로 세우고, 매일 점심시간에 잠깐씩 아이들과 ‘밥데이트’를 한다. 한 명씩 돌아가며 점심 식사를 한 후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 순간 속내를 털어놓는다. 두 달 내내 밥데이트를 했던, 아빠가 없는 아이가 “선생님이 우리 아빠였으면 좋겠다”고 말해 가슴이 짠한 적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그는 언젠가 시골의 조그만 폐교를 얻어 방학 때만 운영하는 ‘해리포터 학교’를 만들 생각이다. 더 많은 아이들이 마술을 통한 공부의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마술 캠프를 열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꿈이 있고, 아이들이 있어 그는 지금 행복하다. 그래서 마술사보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더 좋고 가슴이 설렌다는 김택수 교사. 페스탈로치 같은 인자한 선생님의 모습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는 천생 교사였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는 그의 모습은 달라진 시대, 교육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전국교사마술 동호회 http://magicteacher.cyworld.com
김택수의 매직인더클래스 http://club.cyworld.com/magicintheclass

사진 : 김선아
  • 201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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