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더너를 매혹시키는 한국계 미국인 요리사 주디 주

컬럼비아 공대 나와 모건스탠리 다니던 한국계 금융인은 어떻게 영국의 스타 셰프가 됐을까?

매주 요리사들이 경합을 벌이는 영국의 TV 요리쇼 <아이언 셰프 UK>에는 한국계 미국인 셰프 심사위원이 등장한다. 스스로를 “프렌치 트레인드 코리안 아메리칸 런더너”라고 복잡하게 설명하는 이 셰프의 이름은 주디 주. 말 그대로 그는 프랑스 요리 교육을 받은 한국계 미국인 런더너다. 종잡기 힘든 이력을 가진 주디 주 셰프가 <서울고메 2011>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했다. 직접 만나서 그의 라이프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주디 주는 현재 런던의 플레이보이클럽 레스토랑의 총주방장을 맡고 있다. 이전에는 세계적인 셰프 고든 램지와 함께 2년간 일했고, 그 외에도 더팻덕(The Fat Duck), 메이즈(Maze) 등 영국의 유명 레스토랑을 두루 거친 베테랑이다. 그런 경력을 인정받아 10월 말부터 방영되는 <아이언 셰프 UK>의 심사위원으로 출연하고 있다. 주디 주의 요리는 국적을 따지기 어렵다. 플레이보이클럽 레스토랑은 미국브랜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아메리칸 클래식 메뉴를 내놓지만, 조리 방식은 그의 전공인 프랑스 요리법을 많이 반영한다. 또한 요리에 한식 재료를 사용하거나 사이드 디시로 김치, 잡채, 보쌈과 같은 한식 메뉴를 곁들여 내니 주디 주 셰프의 식탁은 무국적이다.

“제 요리는 다양한 영향을 받았어요. 흔히 미국이 멜팅 포트(melting pot) 문화를 가졌다고 하는데, 미국인인 저에게는 이것저것 섞인 요리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레스토랑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식 메뉴는 잡채와 보쌈이다. 특히 중식과 한식 퓨전으로 내놓는 보쌈은 런더너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한다.

“영국인은 한식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나 저희 레스토랑에서는 런더너들이 좋아하게끔 한식을 계속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디 주는 뉴저지의 한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의사였던 아버지와 화학자였던 어머니 밑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과학자로서의 꿈을 키웠다. 여느 한국인 이민자 가정이 그렇듯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뉴욕의 명문 학교인 컬럼비아대학에 진학해 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뉴욕 생활은 그로 하여금 과학자가 되게 놔두지 않았다.

“뉴욕, 특히 맨해튼에서 공부하면서 월스트리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어요. 학교 친구들이 모두 유행처럼 월스트리트로 진출했죠. 저도 졸업하기 전부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금융권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졸업 후 세계적인 금융회사 모건스탠리에서 일하면서 재정적으로 풍족해졌고,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높은 월급과 유명한 회사 이름이 행복을 가져다주진 않았다. 5년간 일하면서 자신의 직업에 애정을 느낄 수 없었던 그는 결국 꿈을 찾아 회사를 그만두었다. 남은 인생을 바칠 수 있는 일을 찾던 그가 눈을 돌린 곳은 과학자의 연구실이 아닌 요리사의 주방이었다.


“언제나 요리를 원했어요. 어렸을 때 과학도 좋아했지만, 요리에도 관심이 있었습니다. 요리와 과학은 통하는 데가 많다고 생각해요. 주방은 곧 연구실이고, 요리사도 과학자처럼 실험하고 연구하죠. 그래서 저는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실험주방(Test Kitchen)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주디는 실험주방에서 근무하면서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 데 몰두했다. 변수를 통제하고, 각 재료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해하고, 온도의 높고 낮음을 계산하고, 베이킹 소다의 성분을 분석하는 등 과학자가 하는 일과 다를 바 없이 연구했다. 그에게 주방은 과학의 연장선이자 과학이 탄생하는 곳이었다. 그가 현재 실험적인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이유도 이러한 과학자로서의 정체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컬럼비아 공대 졸업, 모건스탠리 근무

금융권에서나 주방에서나 일은 둘 다 터프하다. 체력적으로도 부담스럽고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데, 여성으로서 이런 터프한 직업을 택한 이유를 물었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끊임없이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찾아가고 쟁취하는 성격입니다. 리스크를 감수하며 용감하고 대담하게 밀고 나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금융권도 주방도 모두 겁 없이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거칠기로 유명한 <아이언 셰프 UK>에서 경합을 벌인 것도 겁 없는 도전이었다. 올해부터는 <아이언 셰프 UK>에서 심사위원을 맡았기 때문에 출전할 때에 비하면 미안할 정도로 쉽고 편하다고 한다. 퓨전 실험요리를 하는 그는 의외로 토종 한국인의 입맛을 가졌다. 김치, 두부, 해물파전을 좋아하며 코스보다는 한상 가득 나오는 밥상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주디는 특히 한식의 고유성과 가치를 강조했다.

“작년에 한국에 왔을 때 사람들이 저를 데려간 곳은 하나같이 코스로 나오는 한식당이었어요. 그런데 한식은 그럴 필요가 없는 음식입니다. 반찬이 한꺼번에 한상 가득 올려진 것이 진짜 한식이죠. 한국 사람들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무엇이든지 번역하고 서구화하려고 애쓰는 것 같아요. 고추장도 ‘매운 소스’라고 번역하고, 된장도 ‘한국식 미소’라고 설명하죠. 서구인은 쉽게 받아들일지 몰라도 고유의 정체성을 잃습니다. 저는 한국 방식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작년 <아이언 셰프 UK>에서도 김밥을 스시라고 주장하는 심사위원들에게 항의하면서 비빔밥, 칼국수, 삼계탕으로 경쟁했다. 주디 주에게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를 투영하는 상징이다. 한식에는 한국인의 밝고, 불같이 뜨겁고, 직설적이며, 톡톡 쏘고, 근성이 강한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한다. 김치만 해도 그 안에 한국인이 담겨 있다고 주장한다. 또 “김치는 ‘동사’에 가깝다”고 했다.

“무엇이든 ‘김치’할 수 있죠. 배추・무・파 등 모든 채소로 다 ‘김치’할 수 있어요. 국으로 먹을 수 있고, 롤로도 먹을 수 있고, 볶아 먹을 수도 있어요. 한국인들도 무엇이든 잘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김치처럼 긴 시간의 발효과정을 견뎌내며 풍미를 간직하는 음식도 흔치 않은데, 한국인들도 비슷합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지만 정체성을 간직하며 잘 견뎌내고 발전해나가고 있지요.”

주디 주는 문화적으로나 커리어로나 복잡한 여정을 거치면서도 정체성만큼은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는 듯했다. 실험하는 요리사로서, 또 한국인의 피를 이어받은 세계인으로서 주디 주는 흔들리지 않는 나무 같았다. 주디 주는 세상에서 요리 이상의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에게 요리란 남은 인생과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거대한 세계이며, 무엇보다 사랑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인생의 메인 디시다.

사진 : 김선아
  • 201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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