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서점 ‘땡스북스’ 이기섭 대표

사라져가는 동네 서점 살리는 롤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대형 서점, 인터넷 서점에 밀려 작은 책방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홍대 앞 거리에 새로운 형태의 동네 서점이 등장했다. ‘땡스북스(Thanks books)’라는 노란색 간판이 멀리서도 눈에 띄는 예쁜 공간, 그 안에는 책이 있고, 커피가 있고, 음악이 있다. 책을 사지 않아도 누구나 들러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곳, 그것이 바로 ‘땡스북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얼마 전 신문에 미국 동네 서점들이 조용히 부활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폐업 위기에 몰렸던 동네 서점들이 활기를 되찾은 데는 서점 안에 책 읽는 공간을 만들고, 와인을 제공하고, 북클럽을 조직하는 등 ‘친근한 동네 책방 분위기’를 강조한 차별화 마케팅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곳이 있다. 홍대 앞에 있는 ‘땡스북스’가 조용히 동네 서점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서점 안에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음료 판매 코너를 만들었고, 휴식 공간도 갖추었다. ‘금주의 책’ 테이블에는 매주 직원들이 추천하는 책이오르고, 땡스북스 블로그에서는 추천도서에 대한 서평도 읽을 수 있다. 서평은 직원들이 직접 쓴다.

공간 가운데에 제법 넓은 ‘전시 테이블’이 놓여 있다. 이곳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해 집중 조명하는 기획전을 연다. 8월의 주인공은 최근 작고한 건축가 정기용 선생. 전시가 심심하지 않도록 그의 모든 저서와 함께 생전에 했던 건축 스케치, 책 속 작품 중 하나를 모형으로 만들어놓은 건축물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알차게 꾸몄다.

위탁판매 코너도 눈에 띈다. 다 읽은 책은 이곳에서 되팔 수 있다. 가격은 책주인이 직접 매긴다. 땡스북스는 소정의 수수료만 받는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가끔 희귀 도서도 등장한다.

이처럼 ‘재미있는’ 서점을 만든 사람은 홍대 섬유미술과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 이기섭 대표. 땡스북스와 함께 디자인 스튜디오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책을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 책의 가치, 동네 서점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홍대 거리에서 젊은 날을 보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많은 반대와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동네 서점을 낼 수 있었다.

“서점은 꼭 책을 사지 않더라도, 책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곳이에요. 신문과는 달리 정제된 정보를 접할 수 있고, 다양한 종류의 책을 통해 사회 전반의 이슈를 알 수 있지요. 또 작은 서점에는 인터넷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함과 편안함이 있잖아요. 그것이 서점 나들이의 큰 즐거움인데 동네 서점들이 사라지면서 이젠 그런 기쁨도 누릴 수가 없게 됐어요. 문화의 중심지라고 하는 홍대에도 몇몇 전문 서점만 있을 뿐 동네 서점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거든요. 그나마 있는 서점도 다 문을 닫는 마당에 새로 시작한다고 하니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저는 그래도 가능성을 봤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책과 함께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한다면 사람들이 다시 서점을 찾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죠.”

‘좀더 좋은 공간, 좀더 쾌적한 공간에서 책을 팔자’고 작정한 그는 서점을 북카페처럼 꾸몄다. 책만 팔아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책과 관련된 잡화류도 비치했다. 테이블에 놓인 노트류, 필기구류, 다이어리, 디자인이 예쁜 카드, 음악 CD 등은 모두 판매하는 것들이다.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들이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금 앉아 있는 의자, 책장, 테이블 같은 소품 가구도 모두 판매하는 것들이에요. 디자인이 예쁘고 튼튼해 마니아층에서 인기가 많은 브랜드인데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었죠. 사실 가구를 사려는 사람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서점 오픈을 준비하면서 먼저 연락했어요. 가구를 우리 서점에 전시해 쇼룸처럼 사용하면 어떻겠냐고요. 흔쾌히 그러겠다고 답이 왔어요. 덕분에 저희는 돈 안 들이고 멋진 가구로 인테리어를 했고, 그쪽에서는 쇼룸이 생긴 셈이니 서로에게 이익이죠. 게다가 잡화나 가구가 기대 이상으로 잘 팔려 서점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동네 서점의 롤모델 되고 싶어

땡스북스는 유통 방식도 대형 서점과 다르다. 총판을 통하지 않고 출판사와 직거래를 통해 책을 받는다. 처음에 그는 서점 오픈 준비를 하며 국내 대형 출판사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일제히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동네 서점을 활성화해보고 싶다고,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회신을 보내온 곳은 없었다. 이름도 모르는 작은 서점에 아무도 책을 주려 하지 않던 그때, 알음알음으로 겨우 다섯 군데 출판사와 거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불과 5개월이 지난 지금 거래하는 출판사는 50군데로 늘었다. 거꾸로 땡스북스에 책을 넣고 싶다며 먼저 제안해오는 출판사도 생겼다.

“판매되지 않아도 좋다고, 자식 같은 책이라 꼭 이런 공간에 놓고 싶다는 분도 있어요. 홍대 근처에는 1~3인 규모의 작은 출판사들이 많아 그분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제게는 큰 활력소예요. 작은 출판사가 내놓은,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책을 발견해 소개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고요. 디자인도 즐겁지만 서점 주인으로 사는 일도 참 행복합니다(웃음).”


그는 “많은 사람이 책의 위기를 말하지만 책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독자층의 기호가 세분화되고 다양화돼 다른 차원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경쟁 상대는 같은 서점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빨리 변화를 감지하고 적절하게 변신하느냐가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요인이 될 테니까요. 다행히 서점 매출도 꾸준히 오르고 있고 생각보다 빨리 안정을 찾고 있어요. 땡스북스를 잘 운영해 동네 서점들의 롤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동네마다 이런 작은 서점이 하나씩 생겼으면 좋겠어요.”

사진 : 김선아
  • 2011년 1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