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퍼포먼스팀 ‘누 베인’

마술에 빠졌던 중학교 친구들, 나눔 전하는 마술팀 만들다

10년 전 인천의 한 중학교. 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너 마술 좀 하냐?”고 묻자, 질문을 받은 학생은 손에 들고 있던 동전이 사라지는 마술을 보여줬다. 학생들이 신기해하며 웅성거리자 이번엔 질문을 했던 학생이 조용히 손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는 방금 전 다른 학생이 했던 마술보다 조금 더 복잡한 동전마술을 보여줬다. 그리고 먼저 마술을 한 학생에게 말했다.
“너 마술 동아리 들어와라.”
중학교 교실에서 마술 하나로 통했던 학생들은 10년이 흐른 후 공연장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프로 마술사가 되었다. 스물 넷 동갑내기 김도형・이영진・김남용・장효원과 군복무 중인 막내 김남규 다섯이 모인 마술 퍼포먼스팀 ‘누 베인(Nu Vane)’. ‘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품은 이들은 스스로를 “마술 퍼포먼스팀”이라고 소개한다. 이들은 기존의 마술 공연과는 달리 마술과 음악, 영상, 춤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적인 즐거움을 추구한다. 흥겨운 파티 분위기에 제격인 이들의 공연은 클럽 파티와 야외 페스티벌에서 인기가 많다.

이영진
“저희는 마술계의 빅뱅입니다!(웃음) 관객을 집중시키고 어려운 마술을 보이기보다 무대에서 놀고 즐기려 합니다. 마술에 이야기와 메시지를 실어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죠. 신나고 드라마틱한 마술을 지향합니다.”(이영진)

이른바 놀 줄 아는 마술 퍼포먼스팀 누 베인. 이들의 낮 공연은 분위기가 180도 바뀐다. 어린이들 앞에서 상냥한 말투로 발랄한 마술을 선보이는 이 청년들이 지난 밤 클럽에서 신나게 놀면서 공연하던 팀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두 얼굴(?)의 마술팀 누 베인은 결성 이후 매달 셰어매직 프로젝트를 해오고 있다. 셰어매직은 일종의 재능기부로, 주변의 소외된 이웃이나 문화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는 마술 공연이다. 이들은 교회, 아동센터, 특수학교 등에서 공연한다. 관객은 대부분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요. ‘아름다운 꿈’이라는 아동센터가 기억에 남는데, 장소가 협소해서 준비한 마술을 다하지 못했는 데도 아이들은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작은 마술도 좋아해주는 아이들이 고마웠어요.”(김도형)

“그 후 서울시 아동센터 전체를 대상으로 공연을 했는데, ‘아름다운 꿈’에서 봤던 아이들이 먼저 알아보고 와서 안기는데, 눈물 날 뻔했어요. 마술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장효원)

김도형
본격적인 프로 마술팀으로 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아홉 차례나 재능기부 공연을 했다니 그 계기가 궁금하다. 중학교 마술 동아리에서 시작한 누 베인은 동아리 시절 첫 공연이 특수학교에서의 봉사공연이었다.

“처음엔 어린 마음에 지적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마술을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앞에서 마술을 펼치는데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지 않을까하고.”(이영진)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공연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이들 옆으로 다가와 춤추고 박수치며 좋아했다. 그것을 보며 그들은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마술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관심과 애정을 보이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공연을 즐긴다는 것을. 이후 마술만으로 끝나는 공연이 아닌 관객과 함께하는 공연을 추구하게 됐다. 무료 공연에서 얻는 보람이 컸고, 그런 경험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재능기부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누 베인 이전의 이름이 벨라트릭스였어요.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지은 것인데, 저희가 과연 행복을 주고 있는지 고민하게 됐어요.”(장효원)

김남용
“베푸는 일을 먼저 시작하면 도와주는 사람도 나타나리라고 믿습니다. 저희가 하는 마술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한다면 저희도 행복하겠죠. 그렇게 모든 사람이 나누면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이영진)

“저희는 돈이 없으니까 해줄 수 있는 게 마술밖에 없었어요. 봉사공연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지금도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김도형)

말보다는 퍼포먼스 위주의 누 베인 마술은 언어를 초월해서 남녀노소, 내・외국인 누구에게나 잘 통한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장애가 있는 친구들도 이들의 마술만 보면 함박웃음을 띤다. 어디서 무료 공연을 하며 ‘셰어매직’을 할지는 팀원 모두가 참가하는 회의를 거쳐 결정한다. 다만 ‘한 달에 한 번’이라는 원칙은 꼭 지키려 노력한다.

영진씨와 도형씨가 중학교 교실에서 동전마술로 대결을 한 후 마술 동아리를 만들면서 시작된 누 베인. 여기에 가까이에서 관객을 ‘홀리는’ 클로즈업 마술의 은둔 고수였던 효원씨가 합류했다.

장효원
세 친구는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갈라졌다. 도형씨와 효원씨는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영진씨는 다른 학교에 갔다. 영진씨는 그 학교에서 남용씨를 만났다. 마술대회에서 자주 마주치면서 이들은 서로 라이벌 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치열하게 경쟁하느라 옛 친구와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안타까웠던 이들은 고2 때 4명이 하나의 팀을 만들자며 의기투합했다. 그때 만든 팀 이름은 벨라트릭스. 그런데 벨라트릭스라는 이름은 퓨전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이미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누 베인’으로 개명했다.

오래된 친구 사이 특유의 끈끈함과 편안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이들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마술 종합기업을 설립하는 것이다. 마술학교, 도구 제작회사, 마술극장 등을 각각 운영하면서 회사를 꾸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누 베인 멤버 4명에게 마술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일요일 아침마다 보던 TV 프로그램인 디즈니 만화동산 같아요. 그 시간만큼은 행복하고 또 다음 일요일이 기다려졌거든요. 마술을 하면 늘 즐겁고, 다음 공연을 기다리게 돼요.”(남용)

“마술이란? 우주입니다. 왜일까요?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제게 마술은 평생을 해도 끝이 안 보이는 우주입니다.”(영진)

“누 베인은 한 편의 연극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술이 누 베인의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주제입니다.”(김도형)

“트라이애슬론과 닮았어요. 마라톤, 수영, 자전거를 모두 해야 하는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보면서 한 종목이 끝나면 또다시 시작해야 하고, 끝났다 싶으면 또 시작되는 것이 마술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 끝냈을 때의 성취감이 엄청나지요. 저도 언젠가 마술사로 은퇴하면 그 거대한 성취감을 맛보고 싶어요.”(장효원)

사진 : 김선아
  •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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