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창 넥센 투수

18연패 끊고 786일 만에 맛본 승리

“나는 왜 이렇게 1승이 어려울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는데, 1승을 하고 나니 제2의 야구 인생이 시작된 것 같아요.”
프로야구 최다 연패 기록의 불명예에 최근 트레이드의 아픔까지 겪은 심수창은 이를 악물었다. 지난 8월 롯데 자이언츠와의 사직경기에서 지긋지긋했던 18연패의 사슬을 끊고 786일 만에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패배, 패배, 또 패배… 그야말로 쉴 새 없이 패배기록을 쌓아갔다. 2009년 6월 26일 문학 SK전부터 2010년 3월 28일 대구 삼성전까지 8경기에서 모두 패전의 아픔을 겪었다. 7⅔이닝 3실점으로 호투해도, 3이닝 7실점으로 부진해도 어김없이 그에게는 ‘패전투수’라는 타이틀이 돌아왔다. 그는 18연패를 당하며 한국 프로야구사에 이름을 남겼다. 개인 최다 연패 기록을 세운 것. 그는 39경기에 나서 18연패를 했다. 25경기에는 선발투수로, 14경기에는 중간계투로 마운드에 올랐다. 18연패 중 3패는 중간계투로 나서 패했다.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서나, 중간계투로 등판했을 때나 팀과 자신의 승리를 위해 노력했지만 대부분 패전이란 결과로 돌아왔다. 올 시즌만 해도 네 차례 퀄러티 스타트(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을 투구하면서 실점은 3점 이하로 투구했을 때 붙이는 명칭)한 경기에서 3패를 기록하는 불운을 맛봤다. 그랬던 그가 LG에서 넥센으로 이적하자마자 2경기 연속 퀄러티 스타트를 하며 마침내 승리를 따낸 것이다. 눈물 나는 승리였다.

786일이란 시간은 2년을 훌쩍 넘는 시간이다. 사직 롯데전 종료 후 흘린 그의 눈물이 값지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는 “연패를 하면서 내가 야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배웠다”고 했다. 마운드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떨리는 맥박 소리를 들으며 그는 야구 선수로서의 ‘명예’를 되짚었다. 그리고 “팀 성적은 최하위여도, 팀워크만은 꼴찌일 수 없다”고 외치는 동료들의 어깨에서 마운드 위의 존재가 결코 고독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부모님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배명고 3학년 때에는 투구 자세를 무리하게 수정하다 손목 부상을 당해 야구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잘나가던 공이 10m 앞에서 뚝 떨어진다고 생각해보세요. 이것으로 끝이 아닌가 싶었죠. 3학년 때는 하는 수 없이 타자로 전향하기도 했어요. 제 꿈은 투수인데 타석에서 방망이만 휘두르고 있었으니 죽을 맛이었습니다.”


당시 그의 투구 자세는 팔을 귀 쪽에서 약간 비틀어서 던지는 스리쿼터형이었다. 처진 팔을 머리 위까지 끌어올리다 하체와의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다. 죽어라고 던져도 공은 마음먹은 대로 나가지 않았고, 투수의 꿈을 접을까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때 그를 다잡아준 사람이 현재 대한야구협회 심판위원인 아버지 심태석씨였다.

“아버지께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셨어요. 망가진 투구 폼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문제의 원인을 찾았고, 결국 대학 1학년 때 다시 공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그는 넥센으로 이적한 후 압도적인 피칭을 한것은 아니지만 LG 시절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트레이드를 좋은 기회로 삼고 있었다.

“처음 트레이드됐을 때 방에서 나가지 않았어요. 함께 이적한 박병호 선수와 이곳에서 우리 둘이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죠.”

트레이드 마감 시한 3시간을 앞두고 그는 충격에 빠졌다. LG가 선발 자원을 보강하기 위해 넥센에서 2명의 선수를 받고, 자신과 박병호 선수를 보낸다는 트레이드 소식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2000년 신인드래프트 2차 11라운드 83순위로 LG에 지명을 받아 2003년에 입단해 8년 넘게 입었던 줄무늬 유니폼을 타의에 의해 벗어야만 했다. “방출됐다는 자체가 서운하고 섭섭했지만 자책할 수만은 없었다”고 한다.

최다 연패라는 불명예 기록에도 그는 주눅 들지 않고 ‘부활’을 꿈꾸기 위해 스스로 최면을 걸어 자신감을 회복하려 노력했다.

“야구는 제게 끝없는 도전입니다. 시련이 와도 꺾이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다시 내일을 위해 일어서는 도전이죠. 연패를 할 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혼자 최면을 걸기도 했죠. 도피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내가 시작한 건데 남들한테 손가락질을 받아도 이길 때까지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넥센의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투수코치는 상처입은 그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는 처방전으로 그를 마운드에서 흔들리지 않게 했다.

“그립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더 많이 휘고 공 끝의 움직임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감독님과 코치님의 비결을 전수 받으면서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었죠. 감독님이 제게 ‘해볼 거 다 해봐라’ ‘마운드에서 재미있게 놀아보라’고 말씀하셨어요.”

코칭 스태프의 믿음 속에서 그는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내면의 적이나 다름없는 연패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한다.

“결과를 먼저 생각하고 던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쫓기게 되니까요. 결과보다는 경기 자체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지금 몇 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편하게 던지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그동안 최다 연패 징크스를 깨기 위해 갖가지 시도를 했었다. 심지어 다른 선수의 조언을 듣고 속옷을 뒤집어 입고 양말도 거꾸로 신고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투구 패턴도 자주 바꿨고, 평소 침대에 눕는 위치와 반대로 누워 잠을 청하기도 했다.

“이전에 목에 걸고 다니던 금 목걸이도 뺐어요. 대신 어머니가 주신 끈으로 된 십자가를 목에 걸고 다니죠. 성당에 다니시는 어머니가 아들의 연패를 끊기 위해 기도를 많이 하셨어요.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그는 “이곳에서 보란 듯이 잘하고 싶다”며 “도전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가장 주력한 부분은 직구 구속 증가다.

“이전부터 스피드 증강을 많이 생각했어요. 사실 스플리터(공을 쥐는 방법에 약간의 변화를 준 것), 커브(타자 바로 앞에서 안쪽 또는 바깥쪽으로 휘는 공), 슬라이더(타자 가까이에서 미끄러지듯이 바깥쪽으로 빠지는 투구)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지만 위력적인 볼이 없었어요. 요즘은 투구 폼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최다 연패 기록에 연연하지 않을 겁니다. 남들이 뭐라든 퀄러티 스타트 피칭을 이어나가도록 노력할 겁니다. 또 김시진 감독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 많은 관중 앞에서 투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으니까요. 등판은 곧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기회인데 그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사진 : 김선아
  •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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