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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심리치료사 한지영 힐링모션 대표

마음의 병, 동작으로 치유해 드려요

무용심리치료란?
환자의 심리상태를 신체적 행위로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함으로써 심리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을 말하며, ‘동작치료’ ‘모션테라피’ ‘댄스테라피’ 등으로 불린다. 외국에 신체심리학이 생긴 것은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나, 본격적인 무용심리치료는 1964년 미국에서 창시된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에는 1993년 한국댄스테라피협회가 생겼다. 정해진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 깊은 곳에 내재돼 있는 억압이나 상처, 우울 등의 감정을 몸으로 자연스럽게 표출하도록 함으로써 심리치료를 돕는다.
“오늘은 어센틱 무브먼트(Authentic Movement)를 해볼 거예요. 어센틱 무브먼트는 말 그대로 ‘진정한 움직임’이에요. 10분 동안 명상하면서 무의식 속으로 빠져 들어가보세요. 그리고 몸이 저절로 움직이도록 기다리세요. 살아 있는 이상 몸은 저절로 움직이게 돼 있어요. 몸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된 움직임은 아주 작은 동작이라도 마음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죠. 위트니스(witness)는 자신의 파트너 무버(mover)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세요. 그리고 그 느낌을 말해주세요.”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있는 힐링모션센터 ‘아쿰’에서 진행된 무용심리치료 현장. 한지영 힐링모션 대표는 6주간 진행되는 ‘몸짓을 통한 마음 보듬기’ 프로그램 중 마지막 수업을 하고 있었다. 수강생은 20~30대의 남녀 직장인 네 명이었다. 10분간 어센틱 무브먼트가 끝나자 먼저 한 무버가 자신의 몸의 느낌을 말했다.

“후련하고 개운해진 느낌이랄까요? 머리가 조금 맑아진 것 같아요.”

파트너 위트니스는 “동작 대부분이 안에서 밖으로 방출하는 동작이시더군요. 아까 회사에 자신을 괴롭힌 누군가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에게 해코지하기보다 다 풀어버리고 ‘에잇, 세상 일 다 그런 거지’ 하시는 것 같았어요” 라고 말했다.

신기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이 끝나자 수강생들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피로에 찌들고, 스트레스에 시달려 무표정한 표정으로 이곳에 왔던 이들은 생기 있는 표정과 광채 나는 눈빛으로 돌아갔다. 몸짓도 한결 가벼워 보였다.

한지영 씨는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무용심리치료사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에서 동작치료를 전공한 그는 심리학과 무용을 접목한 무용심리치료의 국내 대표 주자 중 한 명이다. 무용치료 자체에 심리치료의 기능이 있지만 한지영 씨는 여느 무용심리치료사보다 심리분석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심리학 전공을 살려 상담자의 동작 하나하나를 심리치료의 1차 자료로 삼아 심층적인 심리치료를 유도하는 게 그의 주요 치유 방식이다.


한지영 씨를 필요로 하는 그룹과 사람은 다양하다. 신체언어를 활용해 리더십을 함양하려는 대학생, 움직임을 활용한 심리건강 프로그램을 원하는 지자체 공무원, 부모와 아이의 보디커뮤니케이션을 배우려는 모임 등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활용하는 그룹에서부터 탈성매매여성센터, 가출청소년쉼터, 가정폭력쉼터, 사별노인모임 등 진정한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교수나 의사, 연예인이 개인적으로 상담 치유를 청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2007년부터 그는 공군 사병을 대상으로 자아탐색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군인이 조직 안에서 자신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개인 위주로 살다가 조직 위주의 삶을 산다는 자체가 이미 스트레스죠. 그러다 보니 자신을 감추고 점점 경직되어가요. 그러다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경우도 있죠. 저는 평소 감춰두었던 자아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상황을 유도해요. 그러다 보면 억눌려 있던 자아를 만나게 되고, 안과 밖이 서로 소통하면서 훨씬 자유로워진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들 해요.”

그는 “우리가 너무 몸의 언어를 소홀히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철저히 물질적인 존재예요. 사랑한다는 감정도 물리적인 변화를 일으켜요. 사랑하면 호르몬이 변하고, 동공의 크기가 달라지고, 신체가 저도 모르게 상대방 가까이 다가가게 되잖아요. 슬프고 화날 때는 피의 흐름이 달라지고요. 모든 정서는 그에 걸맞는 동작과 자세가 있어요. 그것을 꾹꾹 누르면 행복하지 않아요.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은 머리만 중요시하고, 몸은 머리가 시키는 대로 하는 실행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안타까워요.”

한지영 씨는 어떻게 무용심리치료라는 생소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심리학에 빠져든 사람이 대부분 그렇듯 그 역시 어린 시절 내면의 결핍이 있었다. 자아실현의 욕구가 컸던 그의 어머니는 한씨를 낳으면서 꿈을 포기해야 했는데, 그 좌절감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이됐다. 예민한 한씨는 어머니의 불안과 좌절감을 그대로 느끼면서 자랐다. 어머니로부터 애정을 충분히 받지 못한 그는 마음의 문을 꼭꼭 걸어 잠갔다. 내성적이고 낯가림 심한 아이가 돼갔다. 그는 “부모가 아무리 잘해줘도 어느 부분 결핍이 있기 마련인데, 예민한 아이는 그 부분을 아주 크게 느낀다”며 “내가 그랬다. 그 부분을 온통 삶의 주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다 연세대 심리학과에 입학해 심리학 공부에 푹 빠져들었다. 그러던 중 새로운 계기를 만난다.

“무대에서 춤을 추고, 10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사회를 볼 기회가 있었어요. 수많은 사람의 시선과 조명을 받으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동안 전에 없던 경험을 했어요. 자아가 일시적으로 튼튼해지는 기분을 느꼈죠. ‘아, 이거구나’ 싶었어요. 춤을 배워서 연세대 여자 힙합 동아리를 만들고, 길거리에서 반전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죠.”

그는 큰 장점이 있다.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그는 “타인과의 공감의 정도가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빠르고 깊다”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사람의 감정 상태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힘들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공감능력을 살려 직업으로 연결하기로 했다. 취미는 춤, 특기는 심리 상담인 그는 ‘춤과 심리치료를 결합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인터넷 검색창에 ‘댄스+테라피’를 쳐보았다. 두 단어가 하나의 복합명사가 되어 관련 정보가 좌르르 뜨는 게 아닌가. ‘댄스테라피’는 하나의 전문분야로, 외국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발달해왔고, 국내에도 도입되기 시작한 단계였다. 마음속에서 환희의 폭죽이 터지는 듯했다. 이후 그는 서울여대 대학원에서 동작치료를 전공했고, 이를 활용해 한 대학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무용 동작치료사가 됐다.

하지만 그는 한계를 느꼈다. 환자들은 이미 치료불능 단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유수의 의사와 수간호사의 치료를 받고, 약물치료를 병행해도 나아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곳에서 3년 정도 실습한 그는 ‘이곳에 오기 전전 단계 사람들을 만나야겠다. 마음의 병이 생기기 시작할 때, 그 징후를 알아차리고 치료해서 여기까지 오지 않도록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하고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 택한 길이 지금의 ‘힐링모션 아카데미’다.

“이곳에 자발적으로 찾아오시는 분은 대개 삶의 고비나 전환점에 서 있는 분들이세요. 여자 분들은 가슴이 꽉 막혔다며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남자 분들은 뒷목이 뻣뻣하다는 분이 많죠. 엑스레이에도 찍히지 않고, 마사지나 약으로도 치료되지 않는 고질적인 통증이 무용치료를 통해 사라졌다고 할 때처럼 뿌듯할 때가 없어요.”

그가 주목하는 대상은 도시에 사는 고학력자들이다. 이들은 자기 개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언어로는 상담이나 설득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시골에서 자연을 접하며 사는 사람은 마음을 표현하는 데 자유롭지만, 도시에서 사람들에 둘러싸여 사는 사람은 늘 타인을 의식하면서 살아요. 혼자 있어도 누군가가 자신을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마음’의 말보다는 해야 할 ‘머리’의 말을 하면서 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보니 사는 게 힘들죠. 우울증이 생기고요. 자신의 마음과 몸의 언어에 솔직해보세요. 훨씬 행복할 거예요.”

사진 : 김선아
  • 2011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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