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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회적 기업] 얼티즌 팜 카페

농업도 청년들이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다 보니 안정적인 직장으로 꼽히는 대기업이나 공무원은 경쟁률이 하늘을 찌른다. ‘그것밖에는 대안이 없는 것일까’, 얼티즌 팜 카페는 그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으며, 그중 농업은 청년들이 도전해볼 만한 아주 매력적인 분야라고 이들은 외친다.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이 땅의 고민 많은 청년들을 응원하고 함께 길을 찾는 새로운 문화공간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인 충무로에 자리 잡은 얼티즌 팜 카페는 높고 낮은 빌딩들 사이에 보물처럼 숨어 있는 공간이다. 대로변에서 살짝 벗어났을 뿐인데,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교외로 나온 듯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드넓은 잔디 마당에 감탄하고, 몇 걸음 옮기다 보면 600년 된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방문객을 반긴다. 이곳은 원래 고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이었다. 지금은 본관 건물엔 한의원이, 별관 건물엔 얼티즌 팜 카페와 대구사이버 대학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보존상태가 좋아 그 자체로 자연친화적인 건물. ‘자연’ ‘농업’을 주제로 한 서울형 사회적 기업 얼티즌 팜 카페와는 더할 수 없이 잘 맞는 ‘명당’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장성욱 대표에게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아냈느냐”고 물은 건 그 때문이었다.

“이 근처에서 직장생활을 했어요. 남산 자락에 있다 보니 점심시간에 자주 산책을 했는데 어느 날 이 건물이 눈에 띄더라고요. 그때는 그냥 멋지다고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나중에 카페를 구상하면서 이곳이 생각났어요. 저희와 인연이 닿으려고 그랬는지 마침 비어 있더라고요. 운이 좋았죠.”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장 대표는 교육관련 회사에서 일하다 창업을 결심했다. “일자리는 넉넉지 않고, 그러니 별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 것만이 지상 최대의 과제처럼 돼 모두 그쪽으로만 몰려가는 현실이 같은 젊은이로서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다양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만나 그 안에서 대안을 찾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청년들의 문화공간’이라는 콘셉트였죠. 돈도 없고, 인맥도 없었지만 많은 분들을 찾아가 제 구상을 밝히고 도와달라고 했어요. ‘좋은 문화를 만들어 세상을 바꾸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요. 부모님을 비롯해서 제가 일하던 회사 사장님, 알음알음으로 소개받은 분들까지,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셔서 ‘얼티즌 코퍼레이션’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얼티즌(Eartizen)’은 ‘earth’와 ‘citizen’의 합성어예요. ‘지구촌이 하나로 묶이고 있는 시대, 책임감 있는 지구시민이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도시농업,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방법

장 대표가 창업 동기에서 밝혔듯이 얼티즌 팜 카페가 주목하는 대상은 바로 청년이다. “다양한 문화, 다양한 길을 제시함으로써 청년들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그는 가장 먼저 농업에서 그 희망을 찾았다. 농업이야말로 미래지향적인 산업이며, 경제성이 있고, 청년들이 도전하기 좋은 분야라고 생각한 그는 카페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남산이 훤히 보이는 옥상 공원에서 상자텃밭을 활용한 채소 농사를 지으며 농업의 기초를 가르치는가 하면(도시농업 아카데미), 대학생들과 함께 전국 각지에서 정직하게 농사짓는 농부들을 만나고(청춘별곡 프로그램), 스트레스가 많은 도시민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기회(원예치료 프로그램)를 제공한다. 질 좋은 농산물을 산지에서 직접 공급받아 팔기도 한다. 지금은 쌀・된장・고추장・매실・참외・버섯 정도지만 앞으로 점차 품목을 늘려갈 계획이다.

“도시농업이란 말은 원래 쿠바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도시 사람들이 먹고 살기가 힘드니 자투리 땅만 있으면 무엇이라도 심어 먹었던 거죠. 지금 우리의 현실과는 전혀 다르지만 어쨌든 도시농업은 도시에서 흙을 일구고, 직접 재배한 것을 먹고 나눈다는 데 그 의미가 있어요. 생산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교육적 효과가 크고, 녹지를 조성할 수 있으니 좋아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취미생활로도 그만이고요. 다행히 도시농업에 관심 갖는 분들이 많아 지방자치단체별로 도시농업 조례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어요. 반가운 소식이죠.”

그의 설명을 들으며 옥상 텃밭으로 나갔다. 231㎡(70평) 규모의 공간에 놓인 80여개의 상자텃밭에서는 상추・부추・치커리・고추・가지 등 각종 채소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저마다 이름표도 붙어 있다. 도시에서 텃밭 가꾸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분양한 것으로 가족이나 개인 단위도 있고, 인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체험학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재배하는 것도 있다.

이곳에서 수확한 채소들은 즉석에서 비빔밥 재료가 된다. 카페 메뉴에도 올라 있다. 이 밖에도 평창에서 온 타타리 메밀차, 문경 오미자차, 가평 토종꿀차, 찹쌀떡, 정읍 우리쌀 누룽지, 쌀로 빚은 채식라면, 해남 유기농 유자로 만든 유자칵테일 등 유기농 커피를 제외하고는 모든 메뉴를 ‘토종’으로 꾸몄다. 산지를 직접 다니며 찾아낸 ‘명품’들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한 번도 농사를 지어본 적 없는 도시 청년이라 자신도 많이 배우고 있다는 장 대표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이루어가는 과정이 즐겁다”고 한다. 지금 그는 얼티즌 팜 카페가 사회적 기업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유용한 가이드가 되기를, 방황하는 청년들에게는 진로를 함께 모색하는 곳이 되기를, 그래서 많은 청년들이 이 공간을 통해 자신의 꿈을 키우고 이루어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꿈은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유지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공간. 실업률, 등록금 등 젊은이들을 자꾸 좌절하게 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얼티즌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사진 : 김선아
  • 2011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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