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상 받은 호떡 장사 김영욱·김용자 부부

돈 많아서 뭐하게? 호떡 봉사할 돈만 있으면 되지

매일 500개 이상 호떡 봉사를 하는 호떡 부부가 있다. 인천 ‘오징어호떡’의 김영욱, 김용자 부부. 40년 가까이 호떡 장사를 해온 이들은 아침에는 이동 트럭을 타고 다니며 호떡 봉사를 하고, 오후에는 가게로 돌아와 호떡 장사를 한다. 고아원, 양로원, 교도소, 무료급식소 등을 돌며 호떡을 구워주는데, 호떡을 먹은 이들로부터 받은 감사의 메시지를 담은 두툼한 방명록이 여섯 권이나 된다. 이들은 4월 말, 코오롱그룹에서 주관하는 ‘우정선행상’ 대상을 받았다. 상금으로 받은 3000만원은 바로 다음 날 수십여 개의 사회복지시설에 몇 십만원씩 나누어서 몽땅 기증했다.
“우리 호떡집에 어떻게 오느냐고? 날아오면 제일 좋고, 부평역에 내려서 마을버스 558번을 타. 마을버스 기사님들이 오징어호떡집에 간다고 하면 다 알아. 호떡이 얼마냐고? 잘생긴 사람한테는 돈을 많이 받고, 없는 사람한테는 공짜야.”

김영욱 씨는 거의 개그맨이었다. 어떤 질문이든 즉답을 하지 않고 ‘어떻게 대답하면 사람들이 재미있어할까?’를 곰곰 생각해서 대답했다. 나이를 묻는 질문에는 “우린 숫자를 잊어버리고 살아. 내 나이는 모르는데, 우리 맏이가 마흔 넷인가 그래. 허이, 안 믿네. 자, 통화해봐”라며 큰딸과 전화통화를 연결해주고, 언제부터 호떡 장사를 했냐는 질문에는 “허이 참, 이 기자양반 이상하네. 우린 숫자를 잊고 산다니까. 호떡 세 개에 100원 받던 시절부터 했고, 연탄불로 호떡을 구웠어. 우예 됐거나 오래됐어” 한다.

인천 부광초등학교 부근에 있는 ‘오징어호떡’집은 찾기 쉽지 않았다. 길가였지만 인적도 드물고 교통량도 많지 않은 곳에 있었다. 16m2(5평)짜리 호떡집 벽은 호떡 봉사를 하며 받은 감사의 편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4월 달력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봉사 일정이 꽉 차 있다. 오징어호떡집에서는 세 가지 호떡을 판다. 일반 호떡, 오징어호떡, 과일호떡. 일반 호떡은 각종 견과류가 들어 있는 꿀호떡이고, 오징어호떡에는 말린 오징어와 황태, 새우를 갈아서 넣었다. 과일호떡은 일반 호떡 위에 사과와 배 등을 넣은 고추장 소스를 올리고, 호두와 호박씨, 건포도 등을 토핑해준다. 일반 호떡은 네 개에 1000원, 오징어호떡은 두개에 1000원, 과일호떡은 한 접시 3000원이다. 여느 호떡집의 절반 가격이다. 오징어호떡집 호떡은 기름을 많이 두르지 않아 담백하고 반죽에 우유를 넣어서 부드럽다. 오징어호떡에 오징어는 보이지 않지만 구수한 해물 향이 꽤 진하게 풍긴다.


오징어호떡과 과일호떡은 이 집에만 있다. 강릉 주문진에서 호떡 장사를 시작한 이들은 ‘주문진을 대표하는 명물인 오징어를 호떡에 넣어보자’ 해서 말린 오징어를 갈아 넣기 시작했다. 요즘도 오징어만큼은 꼭 주문진산을 고집한다. 오징어를 사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주문진에 간다고 한다. 김용욱 씨는 “내가 금산에서 호떡 장사를 했으면 인삼호떡을 만들고, 횡성에서 호떡 장사를 했으면 한우호떡을 만들었을 거야”라며 웃었다.


주문진에서는 장사 잘됐지만, 봉사하고 싶어 인천으로 옮겨

주문진에서 오징어호떡은 나름 지역 명물로 소문이 났고, 장사도 그럭저럭 잘됐다. 그런데 부부는 왜 고향을 떠나 인천까지 왔을까. 겨울에는 호떡집에 불이 날 정도로 장사가 잘됐지만 여름에는 매출이 겨울의 절반도 안 됐다. 구워놓은 호떡은 철판 위에서 굳어갔고, 영업이 끝나면 밀가루 반죽이 남기 일쑤였다. 부부는 남은 밀가루 반죽으로 호떡을 구워서 사회복지시설 여기저기에 보내주었다. 그러기를 5년여, 부부는 강릉사회복지협의회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부끄러웠지. 일부러 봉사를 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남은 호떡을 주고 상을 받았으니까. 상까지 받은 김에 제대로 된 봉사를 해보자고 마음먹었어. 그래서 트럭을 사다가 호떡을 구울 수 있게 개조해서 교도소, 복지관, 양로원을 찾아다니며 호떡을 구워줬지. 그런데 강원도는 복지시설들이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기름값이랑 숙박비가 많이 드는 거야. 또 그렇게 다니다 보니까 장사할 시간도 없고. 장사를 못하니까 봉사할 돈이 없잖아. 봉사는 계속하고 싶고 돈은 없고 해서 복지시설이 모여 있으면서도 집값이 싼 데를 찾았지. 청주로 갈까 수원으로 갈까 고민하다 인천으로 오게 됐어.”


가게세가 싼 곳을 찾아다니다 지난해 월세 50만원인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가게 뒤편 쪽방이 부부의 집이다. 방문도 따로 없는 6m2(2평)짜리 쪽방에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만 구비되어 있었다. 빨랫줄에 널려 있는 부부의 양말은 대부분 구멍 난 데를 이리저리 기워놓았고, 옷도 한 계절에 세 벌을 넘지 않을 정도로 살림이 단출했다. 하지만 김영욱 씨는 호떡을 구울 때 꼭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헌팅캡을 쓴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복장이 깔끔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철학이다. 남편의 머리는 이발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아내가 직접 손질해준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호떡집에 손님이 별로 없는 것. 하루 매출 5만원도 안 되는 날이 허다했다. 김영욱 씨는 “아무 데서나 해도 잘될 줄 알았지. 내가 맛 하나는 자신하니까. 그런데 장사가 잘 안 되데. 여기 사람들은 호떡을 잘 안 사먹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둥지를 틀면서 부부는 적금 통장을 깨고 하나 둘 모아놓은 금도 다 팔았다. 주변 사람들이 “장사가 잘되는 터를 알아봐주겠다”고들 하지만 정작 부부는 천하태평이다. “돈 많아서 뭐하게요? 봉사할 돈만 있으면 되지” 하면서 웃는다. 웃음을 거둔 김씨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말한다. “이 사람한테 예쁜 옷은 사주고 싶어. 열아홉 살에 데려와서 참 고생 많이 시켰지.” 가만히 듣고 있던 아내는 “나? 예쁜 옷 필요 없어. 지금처럼 만날 안마만 잘해주면 돼” 한다.

봉사할 돈을 벌기 위해 호떡 장사를 한다는 부부. 이들은 진정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토록 봉사에 중독된 것일까. 멀쩡한 양말 한 켤레 없는 이들을 매일 사랑의 호떡트럭으로 가게 하는 힘은 도대체 무엇일까.

“모르지 뭐. 하하하. 재미있어. 왜 재미있는지 보여줄게. 이것 봐.”

김영욱 씨가 꺼낸 방명록에는 교도소 수감자, 고아원 어린이, 양로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들이 구워준 호떡을 먹고 남긴 감사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우리 엄마보다 반가운 호떡 아저씨, 고맙습니다.”

“호떡 처음 먹어봅니다. 너무 맛있어요. 사랑과 행복에 대한 가르침을 주시니 더욱 맛있습니다.”

“날씨도 추운데 저희 수감자들을 위해 이렇게 많은 호떡을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도 나가면 좋은 일을 하면서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방명록을 한장 한장 넘기는 김씨의 표정은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는 표정이다. 부부가 직접 만들었다는 봉사 방명록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돈이 없으면 불편할 뿐이지만, 시간이 없으면 불쌍하고, 여유가 없으면 불행하다.”

“불행은 욕망에서 움트고, 사랑은 믿음에서 싹트며, 행복은 나눔에서 빛난다.”

부부는 이 두 문장을 경전처럼 가슴에 새기고 산다. 기자 일행에게도 이 문장을 수첩에 써주었다. 봉사할 돈이 떨어지면 등산객 많은 산 중턱으로 옮겨서 호떡을 구워 팔 예정이라는 부부. 부부는 “등산객한테는 비싸게 팔 거야. 세 개에 2000원은 받아야지” 하며 “하하하” 웃었다. 올 가을에는 서울 인근의 산 중턱에서 이 부부가 구워주는 ‘사랑의 오징어호떡’ 트럭을 만날지도 모르겠다.

사진 : 김선아
  • 201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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