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진 (주)남자에프앤비 이사

남자를 내세운 사업으로 대박 터뜨리는 남자

이 남자, 수컷 향기 한번 진하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근육질의 몸, 듬성듬성 기른 콧수염에 우수에 찬 눈빛까지. 운동화에 블랙 진을 입고 후드 티 하나 걸쳤을 뿐인데 그대로 화보가 된다. 한 휴대전화 광고에서 가수 이효리와 커플로 등장해 화제가 됐던 오병진 (주)남자에프앤비 이사. 패션모델이자 그룹 오션 출신 가수인 이 남자, ‘남자’를 내세운 아이템으로 손대는 사업마다 대박이다. 얼마 전에는 그의 성공담을 담은 책 《너의 전부를 걸어라》를 냈다.

온라인 남성의류 쇼핑몰 1위 ‘로토코’, 연예인 쇼핑몰 1위 ‘더에이미’, 김치 쇼핑몰 1위 ‘남자김치’. 모두 그가 이룬 결과물이다. ‘온라인 쇼핑몰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그가 또 일을 벌였다. 지난 5월 초, 배달 전문 피자가게 ‘남자피자’를 론칭한 것. 이름대로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의 피자다. 지름 18인치의 두툼한 대형 피자 위에는 치즈 등의 토핑이 듬뿍 올라가고, 느끼한 것을 싫어하는 남자들을 위해 캡사이신 성분을 강화한 ‘매운 피자’를 개발했다. 가격은 1만원대 후반. 24시간 온라인 배달과 전화 배달이 가능한 것이 또 다른 경쟁력이다.

손대는 사업마다 대박행진을 해온 그가 이번에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자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답 대신 준비과정을 설명했다.

“이번 피자사업도 남자김치 멤버들(배우 오지호, 패션디자이너 윤기석, 쇼핑몰 운영 경험이 풍부한 김치영)과 함께 했어요. 세계 패셔니스타들의 집결지인 뉴요커들이 즐기는 피자를 만들어보자는 게 콘셉트였죠. 사전 조사를 위해 네 남자가 다 같이 뉴욕에 가서 매일 피자를 먹었어요. 한 100판은 먹은 것 같아요(웃음). 좋은 치즈는 실처럼 늘어지지 않아요. 뚝뚝 끊어지죠. 좋은 재료를 엄선하는 데 역점을 뒀어요.”


가히 연예인 쇼핑몰 홍수시대다. 스타일 좀 있다 싶은 연예인은 거의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쇼핑몰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성공한 연예인은 많지 않다. 반짝 뜨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오병진은 어떻게 손대는 쇼핑몰마다 대박을 낼 수 있었을까.

“세상에 쉬운 장사는 없습니다. 쇼핑몰이든 다른 사업이든 마찬가지죠. 이 일에 내 전부를 걸어보겠다, 모든 것을 걸겠다는 마음이 아니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비결은 기본을 지키는 겁니다. 옷가게는 옷이 예뻐야 하고, 김치가게는 김치 맛이 좋아야 합니다. 연예인 후광 효과는 초창기 잠깐 뿐이에요. 소비자는 냉정하죠.”

자수성가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사업가의 꿈을 꾸던 그는 일찌감치 세상의 치열함을 맛봤다. 아무도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지만, 세상의 어른들이 가장 분주하게 살아가는 곳을 찾아가 노동을 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는 밤 11시부터 새벽 4~5시까지 채소나 과일을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분당 신도시 건설현장에서 막노동도 했다. 고등학교때부터 용돈을 스스로 벌어서 쓰면서 돈의 소중함을 체득했다고 한다.

스포츠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배웠다. 이력서를 손으로 하나하나 써서 수십 군데 스포츠센터에 보낸 끝에 어렵사리 구한 수영강습 아르바이트. 하지만 강습을 해본 경험도, 받은 경험도 없는 그는 암담했다. 아기스포츠단 수영강사를 맡은 그는 통제가 되지 않는 유아들 앞에서 공황상태가 됐다. 베테랑 선배들에게 노하우를 물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그래서 그는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해 선배들의 구두를 닦고 책상을 정리하고 수영장 청소를 도맡았다. 그러기를 몇 달여, 선배들은 마음을 열었고 노하우를 하나하나 가르쳐주었다. 그는 빨랐다. 얼마 안 가 인기강사가 됐다. 이즈음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한 회원이 그의 열정과 끼를 알아보고 자동차 지면 광고 모델을 제안한 것. 그는 수락했고 이후 그의 길은 달라졌다. 여기저기에서 모델 섭외 요청이 들어왔는데, 그중에는 서울컬렉션 모델 제안도 있었다. 서울컬렉션에서 디자이너 송지오의 모델로 데뷔한 그는 강동원, 차승원, 여욱환 등과 나란히 런웨이를 밟았다.


남자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쇼핑몰

그가 처음부터 쇼핑몰 사업을 하겠다고 달려든 건 아니다. 스타일이 남달랐던 그의 미니홈피에 패셔니스타들이 하나 둘 모였고, “형, 그 옷 어디에서 샀어요?”라는 질문이 쇄도했다. 미니홈피는 점점 벼룩시장으로 변해갔다. 자신이 산 가격보다 2~3배 비싸게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니홈피를 상업적인 용도로 쓸 수 없다며 운영자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름 모를 방문자들로부터 쇼핑몰을 열어보라는 제안을 수없이 받은 그는 용기를 냈다.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쇼핑몰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단순히 괜찮은 옷을 골라 와서 파는 공간이 아니라, 남자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창이 되고 싶었어요. 쇼핑몰 음악 선곡이며 홈페이지 디자인 등 디테일 하나하나에 신경 썼죠.”

로토코는 스타일리시한 남성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구제 청바지에 웨스턴 부츠를 신고 모자를 쓰는 스타일을 유행시켰는데, 이는 ‘로토코 스타일’로 불렸다. 구제 청바지를 가져다가 로토코만의 디자인을 가미해 핸드메이드로 재탄생시킨 청바지는 20만~30만원을 호가했지만 없어서 못 팔았을 정도였다.

로토코를 남성 쇼핑몰 1위로 등극시킨 그는 이후에도 가수 에이미와 손을 잡고 ‘더에이미’를, 가수 ‘투문’과 손을 잡고 ‘투문’ 등의 쇼핑몰을 열어 연속 안타를 쳤다. 그다음 행보는 김치사업. 의류 쇼핑몰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왜 생뚱맞게 김치에 눈을 돌렸을까.

“여자만 김치 담그라는 법이 있나요? 저는 남자가 여자보다 더 섬세하다고 생각해요. ‘섬세한 남자의 감각으로 만든 김치로 승부를 걸어보자’고 했죠. 속은 섬세하지만 겉은 누구보다 남자다운 남자 넷이 뭉쳤습니다. 이름도 ‘남자김치’로 정했죠.”

이들은 정직과 신뢰를 내세우면서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철저한 위생, 국산 재료, 100% 손으로 담근 김치. 남자김치는 론칭한 지 3개월 만에 온라인 김치 쇼핑몰 1위에 올랐다.

그의 사업이 늘 성공가도만 달려온 것은 아니다. ‘로토코’ 브랜드 론칭을 꿈꾸며 온라인 업계 최초로 서울컬렉션에 참가하는 등 백방으로 뛰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남자김치’를 론칭한 지 얼마 안 돼 김치파동이 나기도 했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였다. 의견 충돌로 동업자가 떠나고, 수입 배분을 둘러싼 오해 때문에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는 “예전에는 하면 다 잘될 줄 알았지만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현재 그는 ‘로토코’와 ‘더에이미’는 손을 떼고 ‘남자김치’와 ‘남자피자’에 매진하고 있다.

모델 지망생, 쇼핑몰 사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오병진은 롤모델이다. 종종 특강을 다니는 그는 강의를 들은 학생들로부터 메일이나 미니홈피로 고민상담 편지를 많이 받는다.

“그 친구들한테 사무실로 아무 때나 놀러오라고 해요. 잠잘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지만, 그 친구들의 심정을 워낙 잘 알기 때문에 외면할 수 없더라고요. 제가 그때 그랬거든요. 세상이 무척 크게만 느껴졌어요.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죠. 제 조언이 그 친구들의 마음을 잡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값진 인생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사진 : 장진영
  • 201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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