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3명으로 결성된 ‘이빨스’

일상의 즐거움을 노래하는 치과의사 밴드

‘경건한 자들에 대한 유쾌한 도발’ ‘참을 수 없는 광란의 즐거움’ ‘노 식스팩 온리 원팩 짐승돌’이라는 슬로건으로 밴드를 꾸려가는 이들이 있다. 치과 전문의 3인조 남성 밴드 ‘이빨스’가 그들이다.

‘이빨스’는 ‘이빨들’이라는 뜻. 치과의사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함축해보자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멤버의 닉네임 역시 송곳니·어금니·사랑니로 자신들이 늘 대하는 치아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들의 출발은 2003년 겨울, 밴드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치과의사 6명이 결성한 ‘맨 인 뮤직’이라는 밴드였다. 처음에는 기존 곡들을 연주하는 카피 밴드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연주 경력이 쌓이면서 점차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갔다.

“계속, 끊임없이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고 싶었죠. 프로밴드를 지향했기 때문에 저와 뜻을 같이해 준 지금의 원년 멤버들과 2005년 12월 이빨스를 꾸렸습니다.”(백승엽)

이빨스의 내공은 만만찮다. 그동안 서울 압구정동과 홍대 앞 클럽 등지에서 연 크고 작은 공연이 100회에 이른다. 앨범도 2007년 1집, 2008년 2집, 지난달 3집까지 꾸준히 발표해왔다. 그 사이 멤버도 많이 교체됐다.

“자작곡 위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창작의 고통도 크고, 연습하는 데도 시간을 많이 들입니다.”

백승엽 씨는 음악활동을 할 때만큼은 욕심이 많아서 주변 사람을 다그치기도 한단다. 자신에게는 음악이 삶의 전부인데, ‘음악 뭐 즐겁자고 하는거지’라고 생각하는 게 그는 불만스럽다. 현재는 원년 멤버 중 3명이 이끌어간다. 그는 “밴드 편성이 3명이면 정말 최소 인원이죠. 드럼, 기타 겸 키보드, 보컬 겸 베이스기타. 여기에 2명 정도 더 충원되면 좋겠어요. 저희는 항시 수시모집이에요”라며 웃는다. 이빨스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멤버는 치과 전문의로 채워나갈 계획이다.

노란 가발과 하얀 뿔테 안경, 화려한 복장이 눈에 확 들어오는 백승엽(42·사랑니) 씨. 팀의 리더이자 보컬과 베이스기타를 담당하고 있는 그가 건넨 명함에는 뭔가 빼곡히 적혀 있다. ‘만 5세 때 작곡 활동 시작, 제12회 대학가요제 2차 예선 탈락, 미국 버클리음대 단기견학’ 등 음악 관련 이력을 재치있게 나열해놓았다. 그는 고등학교 때 록밴드 활동을 하며 본격적으로 음악에 빠져들었다. 원래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주변의 만류로 치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음악인의 길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데모CD를 만들어 기획사를 찾아가고 대학가요제에도 출전했다. 그러나 학교를 그만둘 수 있겠냐는 기획사의 제안에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차마 못 저질렀죠. 졸업하고 인턴·레지던트, 군대까지 마치고 다시 기획사에 갔지만 데뷔하기에는 나이가 많다는 현실에 좌절하고, 그래서 이렇게 밴드를 만들게 됐어요.”

의사와 음악활동을 병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더 늦기 전에 꿈을 이루고 싶었다고 한다. 멤버의 이력도 화려하다. 설측 교정으로 유명한 홍윤기 씨(48·송곳니)는 드럼을 맡고 있는데, 중·고교 시절부터 음악에 빠져 살았다. 대학 진학 후 치대에서 밴드 활동을 하다 대학가요제에 참가한 적도 있다. 기타와 키보드를 맡고 있는 김재홍 씨(42·어금니)는 대학시절 신해철과 함께 ‘무한궤도’라는 팀으로 대학가요제에 출전해 대상을 받았다.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던 치과의사들, 열정으로 뭉쳐

그들은 하루 종일 가운을 입고 환자를 진료한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 저녁에 모여 연습을 하면서 호흡을 맞춰왔다.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은 신나는 ‘펑크록’이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마흔을 넘었지만, 음악을 할 때는 나이를 잊는다. 홍윤기 씨는 “각자 바쁜 삶을 살아가면서 음악을 사랑한다는 열정만으로 이렇게 정기적으로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하지만 ‘이빨스’ 멤버들의 눈동자는 함께 모이는 수요일 늦은 밤에 가장 밝게 빛난다”고 말한다.

이번에 발표한 ‘이빨스’의 세 번째 디지털 싱글 앨범의 제목은 .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한마디로 ‘일상생활에서의 즐거움’이다. 그저 뻔해 보이고,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재미를 ‘이빨스’ 특유의 빠른 비트에 버무려낸다. ‘이빨스’ 멤버들은 매주 수요일 저녁 연습을 마치고 나면 시원한 생맥주 한 잔과 함께 프라이드 치킨을 먹는다. 오늘의 ‘이빨스’가 있기까지 적잖이 ‘기여해 온’ 수많은 치킨들에 대한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후라이드 치킨’이라는 곡을 만들었는데,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천하무적 쩍벌남’ 역시 범상치 않다. 많은 사람의 손가락질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면서 온 세계로 ‘쩍벌문화’를 전파해나가는 ‘쩍벌남들’에 대한 최고의 헌정가라고 한다. 마지막 곡 ‘자뻑 클럽’은 멤버들이 다 같이 거울을 바라보면서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밴드 결성 직후부터 불우청소년 돕기 자선 콘서트를 열어오고 있다. “보육원, 복지시설 등 소외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뜻 깊은 공연과 봉사를 하려고 해요. 평생 함께 갈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라고 소망을 드러냈다.

백승엽 씨는 “초창기에는 펑크록의 리듬 자체가 생소했고, 연주하기도 어려워 두려웠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격려하고 함께 음악 공부를 하면서 결국 펑크록 리듬과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앞으로는 언플러그드 밴드를 병행하려고 한다.


“욕심이 있다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고 싶어요. 드럼 세트 대신 젬베나 봉고같이 휴대하기 쉬운 악기를 가지고 연주하면 어느 무대에나 쉽게 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들은 자신들이 내건 슬로건처럼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속이지 말고 느끼는 대로, 복잡하게 돌리지 말고, 단순 무식하고 솔직하게, 즐거우면 즐거운대로, 화가 나면 화나는 대로 당당하게 음악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치과의사 밴드여서 생계 해결의 압박감으로부터는 자유롭다는 이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어느 밴드에 못지않다고 자부한다. 펑크록의 ‘맛’을 보여주는 ‘이빨스’. 음반 표지의 ‘펑크록 맛 밴드’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펑크록을 하는 이들이 기분 나빠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펑크록’에 ‘맛’이라는 단어를 덧붙였어요.” 이들은 다른 음악인에 대한 예의와 겸손도 잊지 않았다.

사진 : 김선아
  • 201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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