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사업가들] ‘짐치독’ 노광철 대표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 김치 담가주는 데 모두 쓴 대학생 김치사장

‘첫술에 배부를 리 없다’고, ‘잘 안 되더라도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자’며 시작한 일이었다. 군대가기 전 아르바이트해서 모아두었던 돈과 공모전 상금을 합쳐 마련한 500만원으로 전남 광주에 작은 상가를 얻어 김치를 만들 때까지만 해도 그의 꿈은 이렇게 소박했다. 그런데 창업 1년만에 뜻하지 않은 대박이 터졌다. 지난 한 해 동안 김치를 무려 6억원어치나 팔았고 해외 수출길도 열렸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웃는 스물다섯 ‘김치총각’ 노광철(건국대 전기공학과) 대표. 이제 그에게는 ‘김치의 세계화’라는 원대한 목표가 생겼다.
“김치사업을 해보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 모두가 반대했어요. 대기업과도 상대해야 하고, 이름을 앞세운 연예인들이 계속 뛰어들고 있어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그래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김치뿐만 아니라 요즘 먹을거리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중 매일 식탁에 오르는 김치만이라도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제대 후 1년간 휴학을 하면서 실행에 옮겼죠.”

그는 언젠가 창업자금으로 쓰려고 마음먹었던 종잣돈 500만원을 털어 2009년 8월, 전남 광주에 작은 가게를 얻었다. 집도, 학교도 서울에 있었지만 광주가 김치산업이 발달한 지역이고, 농산물 산지들과 가깝다는 점을 고려했다. ‘짐치독’이라는 이름은 시골 할머니들이 ‘김치’를 ‘짐치’로 발음하는 데서 착안했다. 어쩐지 친근하고, 어머니 손맛을 연상시키는 매력이 있었다.

직접 손으로 만드는 김치라 가공공장 설비는 필요치 않았다. 노트북을 장만해 인터넷 쇼핑몰을 열고, 김치를 만들 아주머니도 구했다. 이처럼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첫 3개월간 올린 매출은 겨우 5만원. 대학생이라 대출을 받을 수도 없었고, 김치사업이 창업 대출 종목도 아니어서 그는 임대료와 직원 월급을 마련하기 위해 밤이면 대리운전까지 해야 했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는 ‘포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잘 팔 수 있을까’를 연구했다.

“대학생이라 별다른 인맥이 없잖아요. 초중고 동창회는 모두 찾아다니며 체육대회, 동문회 같은 큰 행사가 있을 때 우리 김치를 써달라고 홍보했어요. 모임에 나갈 때면 항상 김치를 싸들고 다녔죠. 그만큼 맛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명동, 서울역, 부산역 등지에서 시식 행사도 했고요. 그렇게 열심히 영업을 하니까 매출이 오르기 시작하더라고요. 마침 입소문도 나면서 매일 두 배씩 주문이 늘었어요.”

요즘은 미국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고, 대만과도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의 경우 식품은 반드시 FDA 인증을 받아야 해서 완제품으로 내보내지는 못하고 소량이지만 새우젓, 고춧가루 같은 부자재를 수출하고 있다.

“세계시장으로 시야를 넓혀보니 김치도 끊임없이 연구 개발해야 세계화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얼마 전에는 한국 김치 특유의 맵고 짠맛을 줄이기 위해 파프리카로 양념을 만들어봤어요. 색도 곱고, 맛있고, 맵지 않으면서 비타민도 풍부해 외국인은 물론, 어린이・임신부도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김치를 통해 한국을 알리고 싶습니다. 전통 식품일수록 젊은 사람들의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재료 찾아 산지 누비고, 고추는 직접 재배

그의 김치가 입소문이 난 데는 까다롭게 고르는 재료가 한몫했다. 그는 김치사업을 시작하면서 매일 새벽 전남 광주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찾아갔다. 재료를 고르는 안목을 익힐 요량이었지만 수많은 배추 중 최상품을 골라내는 일은 역부족이어서 그는 다른 방법을 썼다. 베테랑 중매인 곁에서 무거운 짐을 도맡아 나르며 신뢰를 얻은 것. 하루도 빠짐없이 시장으로 출근하는 그의 성실성을 높이 산 중매인은 ‘초보’인 그에게 질 좋은 배추를 넘겨주었다. 지금도 그 거래관계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어 그는 1년 내내 배추 걱정은 하지 않는다. 사업을 하는 데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를 깨닫게 해준 사례였다.

“저희는 김치에 조미료를 쓰지 않아요. 대신 좋은 양념을 아낌없이 넣는데, 보통 40가지가 넘는 재료가 들어가요. 모든 음식이 다 그렇지만 김치는 정말 재료가 생명이에요. 특히 고춧가루가 중요하죠. 좋은 고춧가루를 얻기 위해 전남 함평에 있는 할아버지 밭에서 직접 고추농사를 지었어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주변 농가들에게 부탁해 일종의 계약재배를 하고 있고, 좋은 갓을 구하기 위해 여수 돌산까지 찾아가 단골거래처를 확보했어요. 또 전라도 김치 특유의 젓갈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육수를 직접 만들어 쓰고 있고요. 고객 중에는 이 방법을 가르쳐달라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 영업 비밀이라 그건 좀 곤란해요(웃음).”

‘짐치독’에서 파는 김치는 10kg에 5만5000원. 비싼 재료들을 사다 수작업으로 만들다 보니 이윤이 많지는 않다. 지난 연말 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그의 통장은 여전히 비어 있다. 이유를 물으니 “재료비, 인건비 등 필요경비를 제하고 남은 금액만큼 김치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생활이 어려운데도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들을 추천받아 선행을 베푼 것. 익명으로 기부해 세제 혜택도 받지 못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애초 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치 있게 쓰고 싶었다”는 그는 “성공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가치 있는 사람이 돼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긴다”고 한다.

김치사업과는 별도로 전기공학도로서 실력 있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꿈도 함께 품고 있는 그는 요즘 두 분야 사이의 타협점을 찾았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설계한 김치냉장고에, 자신이 만든 김치를 보관하며 오랫동안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주일의 절반은 서울에서, 나머지 절반은 광주에서 보내며 학업과 사업을 훌륭하게 병행하고 있는 지금 그의 모습으로 짐작컨대, 충분히 실현 가능한 꿈이다.

사진 : 김선아
  • 2011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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