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아이들의 영어학습 돕는 친구 같은 로봇 ‘잉키’와 ‘메로’

미국 유명 주간지 은 201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선보인 기술과 수송, 건강 및 의료, 생명공학, 녹색에너지, 의류, 로봇·소프트웨어, 군수용품 등의 분야에서 모두 50개의 발명품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 중에는 우리나라의 온라인 전기차와 영어교사 로봇이 포함되어 있다. 미래형 첨단기술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두 발명품을 소개한다.
로봇이 영어를 가르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KIST 개발사업단의 영어교사 보조 로봇 ‘잉키’와 ‘메로’는 이미 초등학생의 영어학습을 돕는 ‘선생님’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009년 12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총 8주 동안 통합창원시의 합포초등학교와 호계초등학교에서는 특별한 영어수업이 진행되었다. 지능로봇 ‘잉키’와 ‘메로’가 영어선생님을 돕는 보조교사로 활동한 것. 국내외 과학자와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미래사회에서 지능로봇의 역할에 대한 가능성을 희망적으로 제시한 사건이었다. 이는 8년 전, 지능로봇에 대한 강한 열정과 확신을 가지고 한국과학기술원(KIST)의 인간기능 생활지원 지능로봇 개발사업단의 단장으로 부임한 김문상(53) 박사의 열정에서 시작된 결과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원어민 강사로 일하는 외국인은 3만 명으로 집계되는데, 이들은 평균 5000만 원의 연봉을 받습니다. 매년 1조 5000억 원이 여기에 지출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원어민 강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지능로봇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잉키’와 ‘메로’는 과열된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발명품이기도 합니다.”

원어민 강사의 원격 조정으로 ‘잉키’를 통해 영어를 배우는 텔레프레즌스형 수업 모습.
그가 주축이 된 지능로봇 개발은 국가연구지원사업으로 선정돼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연간 100억 원의 연구비를 약 10년간 지원받는 대형 프로젝트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한 분야에 대해 10년씩 연구사업을 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만큼 지능로봇 개발이 미래 우리나라의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큰 것이지요. 우리의 목표는 지능로봇을 구현할 씨앗이 되는 기술을 찾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로봇산업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으로, 지능로봇 분야에서도 핵심 기술을 앞서 개발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지능로봇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이 성립되지 않은 상태여서 우리가 이 사업에 먼저 뛰어든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먼저 시작한 만큼 앞서 갈 수 있으니까요.”

‘로봇박사’로 불리는 그의 연구실에는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미니어처 로봇이 놓여 있다. 김 단장은 “장난감 로봇”이라며 기자의 진지한 시선을 재미있어 한다. 그에게 “영어교사 보조 로봇이 영어교사의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잉키’와 ‘메로’는 영어교사의 수업을 돕는 역할일 뿐, 기존 교사의 역할을 대체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방과 후 영어교실에서 한 학생이 ‘잉키’와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메로’는 영어 발음을 교정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화면에 단어와 문장이 나오면 학생은 헤드셋의 마이크를 통해 발음합니다. 그 움직임을 ‘메로’가 인식해 정확도를 따져 점수까지 매기지요. 올바른 입술 모양을 보여주고, 교정해주기도 합니다. 원어민 강사로부터 발음 교정을 받듯 ‘메로’와 소통하면서 영어공부를 하는 거지요.”

‘잉키’는 테마별 영어회화 수업에 쓰인다. 아이들이 오랜 시간 집중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해 여러 테마로 나눠 영어회화를 익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문구점에 갔을 때’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살 때’ 등 여러 상황에 따라 회화를 익히는 과정이다. ‘잉키’는 학생들의 말을 알아듣고,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대화 중 알맞은 말을 찾아 대화를 나눈다. ‘잉키’는 눈에 장착된 카메라의 센서를 이용해 학생과 눈을 맞춘 채 이야기를 나눈다. 또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율동을 하면서 아이들의 친구가 된다.


아이들과 눈 맞추고 영어로 대화하는 ‘잉키’, 발음 교정하는 ‘메로’

지난해 11월 22일자 미국
“저희가 지능로봇을 영어교육에 활용해 보기로 한 것은 1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잉키’는 노인을 위한 지능로봇인 ‘실벗’을 개조한 후 교육 역할을 추가한 것입니다. 지난 해 시범운영 기간에 투입한 영어교사 보조로봇은 아이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아이들이 로봇과 공부하면서 영어에 대한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고, 학습 결과도 좋았지요.”

이런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지난 12월 대구광역시의 18개 초등학교에 36대의 영어교사 보조 로봇이 투입됐다. 물론 기존의 ‘잉키’와 ‘메로’를 업그레이드한 모델이다.

“기존의 로봇보다 성능이 좋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것이 특징입니다. 인식 기능을 높여 아이들을 알아보기도 하고, 아이들이 로봇을 부르면 돌아보기도 하죠. 자신을 기억하는 친구 같은 로봇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영어공부할 때 집중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큽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방과 후 학습 시간에 이용되는 영어교사 보조 로봇의 수업은 ‘잉키’와‘메로’를 사용하는 자율형과 원어민 강사가 로봇을 원격 조종해 영상통화 방식으로 수업하는 ‘텔레프레즌스’ 두 종류다. 김 단장은 “학생의 수준에 따라 영어수업의 내용과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새롭게 투입한 지능로봇의 장점으로 꼽는다.

“‘잉키’와 ‘메로’를 영어학습에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과학・국어, 나아가 세계인의 한국어 교육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좌) 학생들에게 올바른 입 모양을 제시하며 영어 발음을 교정해 주는 ‘메로’.
(우) 영어교사 보조 로봇 ‘잉키’는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영어로 대화해야 하는지 학생들의 상대가 되어 훈련해준다.
김 단장에게 자신의 발명품이 세계적인 발명품으로 선정되었을 때 기분이 어땠느냐고 묻자, “그런가 보다 했다”며 무심하게 대답한다. 물론 기분은 좋았지만 “할 일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한다.

“로봇은 제 자식처럼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열 명쯤 낳아 길렀지요(웃음). 과학자로서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이 그저 좋을 따름입니다.”

인터뷰를 마친 후 그에게 인류와 로봇의 이상적인 관계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대뜸 “인류학자가 훨씬 답을 잘해줄 텐데”라고 하더니 “로봇은 인류를 돕는 역할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일부 학자들은 로봇을 인류에 대적할 집단이 될 수 있다고 예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미래사회에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고, 감정 교류가 가능한 지능로봇이 필요할 것입니다. 당장의 기술로는 어렵겠지만, 앞으로 50년 이후에는 다정한 친구 같은 로봇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 : 김선아
사진제공 : 인간기능 생활지원 지능로봇 개발사업단
  • 2011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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