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차리는 작은 지혜》 펴낸 회계사 조용옥 씨

며느리들 위해 요리책 낸 시아버지

시아버지가 며느리들에게 요리법을 전수하기 위해 요리책을 써서 화제다. 공인회계사인 조용옥(65) 씨가 쓴 《밥상을 차리는 작은 지혜》. 조용옥 씨가 대표로 있는 회계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책상에는 그가 지난 몇 년간 지인들에게 나눠준 요리 레시피 묶음이 쌓여 있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레시피들을 나눠주고, 반응을 보면서 책을 준비했다고 한다.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이 좋은 정보를 다 공개하면 어떻게 하느냐. 우리끼리만 알자’고 해요(웃음). 그러면서 딸이나 며느리에게 이 책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요즘 지식을 나누는 것도 기부라고 하지요. 저 역시 듣고 배운 것을 나누고 싶었어요.”

이 책에는 김치, 국, 나물 무침, 찌개, 탕, 조리, 볶음, 구이 등 100여 가지 요리법이 실려 있다. 늘 우리 밥상에 오르는 ‘가정식’ 요리다. 그는 현재 서울지방국세청 국세심사위원회 위원, KOTRA와 (주)코리안리재보험 세무고문, (주)유니테스트 감사직을 맡고 있다. 그전에는 국세심판원 행정조정실장, 대전지방국세청 조사국장 등을 지냈다. 그의 이력에서 요리와 관련된 단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는 요리를 할 뿐 아니라 고향인 양평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요리 재료를 생산하기까지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손수 거둬들인 들깻잎으로 장아찌를 만들어 가족과 지인들에게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그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 지혜다.

“음식 만들기는 식재료 고르기가 기본이에요. 제철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게 밥상을 차리는 작은 지혜지요. 꽃게찌개나 뱅어포구이를 할 때 제철인지부터 확인해야 해요.”

미각을 타고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고 싶어 요리하기 시작했다. 아내에게만 음식 장만을 맡기는 대신, 직접 간장・된장을 담그고 천연 조미료를 만들어놓고 음식을 만들 정도. 틈틈이 맛있다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주방장으로부터 요리법을 전수받고, 시골 할머니들로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을 듣기도 했다. 그러다 아들이 결혼하면서 며느리를 맞고 보니 자신이 배우고 익힌 요리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는 것.

“평소 두 며느리에게 ‘이렇게 하니까 더 맛있더라’라고 요리법을 일러주곤 했죠. 그런데 며느리들이 귀찮아하지 않고 ‘아버님, 또 가르쳐주실 것 없어요?”라고 물으니 고맙지요. 이 책의 날개에 ‘갓 시집온 며느리가 집에서 밥을 해먹지 않고 늘상 밖에서 사먹는 것이 안타까워 음식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라고 씌어 있는 것을 두고 큰아들이 ‘‘늘상’은 빼지 그러셨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웃음). 며느리들 음식 솜씨가 시집올 때에 비해 정말 많이 늘었어요. 얼마 전 큰아들 생일 때도 외식할 줄 알았는데 큰며느리가 요리해서 집에서 먹었어요. 애가 둘인데다 만삭이거든요. 기특했지요. 네 살짜리 큰손자도 깻잎쌈을 좋아할 정도로 우리집은 자연식을 하고 있습니다.”

갓 시집온 며느리에게 제대로 음식 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어 과외까지 시켰다 한다.

“음식을 아주 잘하는 식당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며느리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게 했지요. 거창한 것은 아니고, 우리가 평소 먹는 국과 나물 몇 가지예요. 그 후에는 제가 틈틈이 가르쳤습니다.”



시골 할머니들로부터 요리법 전수받아

그가 자신이 익힌 요리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전문가들의 요리법에 의외로 틀린 정보가 많아서였다. 이 요리책에는 요리 사진이 일절 들어 있지 않고, 그냥 레시피만 나열되어 있다. 그런데도 요리 좀 한다는 주부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시골 할머니나 어머니들에게 내려오는 ‘가정식 요리법’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된장국은 마실 나가는 남편의 뒤통수를 보고 안치고 된장찌개는 남편이 들어오는 대문 소리를 듣고 안친다”는 시골 할머니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도움을 주신 할머니들에게 책을 드렸더니 당신들이 한 이야기가 그대로 나온다고 신기해하셨어요.”

이 책 구석구석에는 시골 할머니들이나 어머니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요리 비법이 빼곡히 담겨 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직접 만들어본 후 꼼꼼하게 요리법을 적어두었다고 한다.

“천연 조미료와 맛간장을 직접 만들어 써보세요. 다양한 해산물도 맛을 내는 데 요긴하죠. 가령 전문 요리사들이 쓴 책에는 오이소박이를 담글 때 오이를 살짝 데치라는 것 같은 작은 지혜는 나와 있지 않더라고요. 콩국수는 콩을 불리지 않고 바로 갈아야 맛이 있고요, 호박잎도 맷돌호박잎이 맛있습니다.”

이 책에는 “여름 이후에 담그는 김치는 고춧가루를 절반 가까이 줄이는 대신 마른 고추를 갈아서 넣는다” “시래기 된장국은 쌀뜨물을 넣고 끓여야 구수한 맛이 난다”는 등의 지혜가 듬뿍 담겨 있다. 그가 잘하는 음식 중 하나가 겨울 동치미라고 한다. 비법은 대파 뿌리를 넣어 단맛을 내는 것이다.

“시골 할머니들은 다 아는 상식일 겁니다. 그런데 도시의 요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오히려 모르고 있을 수 있어요.”

맛있으면서도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들 수는 없을까? 그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오랜 세월 전수돼온 우리의 가정식 밥상에서 찾았다 한다.

사진 : 김성준
사진제공 : 나남


▣ 가을에 놓치면 아까운 제철 요리, 꽃게카레찌개

맛있게
① 된장 대신 카레가루 150g(꽃게 1kg 기준)을 물 2컵(400cc)에 곱게 풀어 개고 단호박(1/4개)은 1cm 두께로 썰어놓는다.
② 피망(1개), 파프리카(2개), 양파(1개), 새송이 또는 표고버섯(3~4개)을 썰어 큰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센불로 먼저 볶는다.
③ 냄비에 물 2컵을 붓고 채소를 익히다 끓어오르면 손질한 꽃게(4등분)와 단호박을 얹고 그 위에 카레를 부어 끓인다. 찌개가 끓으면 불을 조금 줄여 5분간 끓인다.


더 맛있게
① 카레를 처음부터 채소와 함께 넣고 끓이면 카레가 가라앉아 타므로 채소를 볶다 맹물을 붓고 먼저 끓인 뒤 꽃게를 얹을 때 카레를 넣는다. 카레를 나중에 넣어도 바로 가라앉을 우려가 있으므로 찌개를 끓이는 중간에 한번 저어 뒤집는다.
② 게는 속살이 차오르면 등이나 다리의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므로 푸른색보다는 갈색을 띠는 게가 맛있다.
③ 카레는 중간매운맛 카레가 좋고 간이 짜거나 싱거우면 소금과 물로 조절한다. 어린아이까지 먹이려면 순한맛 카레를 쓴다.
④ 수게는 9월부터 속살이 차올라 10월 말경 절정에 이른다. 이 시기 수게는 맛이 1년 중 가장 좋을뿐더러 많이 잡혀 가격이 저렴하다. 꽃게찜이나 꽃게찌개는 이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 201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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