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오쇼핑 장문정

1시간에 84억 원어치 판매한 최고의 쇼호스트

홈쇼핑 구매가 보편화되면서 쇼호스트도 어느덧 대중과 친숙해졌다. 안방에 있는 소비자에게 분명한 목적을 갖고 말을 거는 CJ오쇼핑 쇼호스트 장문정 씨를 만났다. 그는 1시간에 84억 원어치의 휴대전화를 판 기록을 갖고 있다. 2009년 12월 6일, 1분에 1억5000만 원어치를 팔아치운 그의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그는 쇼호스트를 방송인이 아닌 대중 앞에서 상품을 설명하는 프레젠터라고 말한다. 아이폰을 설명하는 스티브 잡스도 프레젠터라고 할 수 있다.

장문정 씨는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LG그룹 공채에 합격하여 마케팅 업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월마트, JVC 등 글로벌 기업에서 전략기획과 마케팅 강사로 활약한 이후 7년 전 CJ오쇼핑에 입사했다. 어릴 때 선생님들까지 설득했을 정도의 말솜씨를 갖고 있는 데다 마케팅 기법까지 익힌 그에게 쇼호스트는 그야말로 잘 맞는 옷이었다.

그는 그동안 아동 도서부터 식품, 생활 잡화, 주방용품, 이-미용 제품, 패션 등 거의 모든 상품을 다루었다. 요즘은 주로 보험상품과 건강식품, 가전제품을 판매한다.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즉 판매하기 쉽지 않은 제품이 그의 몫이다. 그는 며칠 후 다룰 법률보험상품에 대한 미팅을 막 끝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건강보험은 잘 아시지만 법률보험은 아는 분이 드물잖아요. 사기당했거나 소송할 일이 있을 때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상품입니다. 생소한 상품을 고객에게 학습시키고 필요성을 일깨워야 하니 정말 어려워요. 얼마 전에는 대사를 조절하는 식이건강식품을 판매했는데, 듣도 보도 못한 제품이었어요.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연구를 많이 해야 하니 머리가 아프죠.”

방송 진행자는 대부분 작가들이 쓴 원고를 제공받지만 쇼호스트는 모든 멘트를 스스로 준비한다. 방송 콘셉트를 정하고 제품에 맞는 다양한 사례를 수집하여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객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생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순발력이다.

“생방송 도중에 전산으로 집계되는 통계를 보면서 진행합니다. 며칠 전 디지털카메라를 팔았는데 20대가 관심을 보이면 ‘여름휴가 가실 거 아닙니까’, 40대가 많으면 ‘애들 사진 찍어주셔야죠’, 여성 비중이 높으면 ‘셀카 찍을 때 굉장히 편하거든요’, 이런 식으로 상황에 맞는 멘트를 합니다. 관심 층이 서울이냐 지방이냐에 따라서도 멘트가 달라지죠.”

이어폰으로 PD의 지시사항을 계속 듣고, 무대감독의 손짓에 따라 시선 처리해가며 게스트와 대화하고, 상품을 조작하면서 설명해야 하니 얼마나 정신이 없겠는가. 매출이 오르지 않으면 방송 중간중간에 PD와 함께 원인을 찾는다. 적중할 경우 매출이 쫙 오르지만 판매실적이 나빠도 동요하지 않고 밝은 표정으로 끝까지 진행해야 한다.

방송이 끝나면 갑자기 멍해지면서 ‘내가 좀전에 뭘했지’ 할 정도라고 한다. 방송시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틈나는 대로 챙겨 먹다 보니 폭식할 때도 있고, 생방송에 늦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 대신 사람 많은 데서 함께 있는 사람과 대화하면서 옆 테이블의 얘기도 다 들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생겼다. 늘 새로운 제품을 만나기 때문에 트렌드를 앞서 파악하는 이점도 있다. 그는 자신의 노력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중소기업에 도움 주는 게 보람

“이 물건 못 팔면 회사 문 닫고 밥 굶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 만나면 사명감이 생겨요. 정말 열심히 방송한 후에 대박이 나서 회사가 다시 살아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쁘죠.”

제품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직접 상품명을 바꾼 경우도 있다.

“요즘 흔히 알고 있는 ‘부모님건강보험’이라는 상품명은 제가 지은 거예요. 원래 ‘명품실버플랜’이었는데 이름이 금방 와닿지 않아 ‘부모님건강보험’이라고 바꿨더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매출이 높으면 그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을 거라고 짐작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쇼호스트가 매출액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 과장하겠죠. 쇼호스트의 말은 금융감독위원회, 방송위원회, 건강식품협회 등 상품과 관련된 단체에서 규정에 따라 까다롭게 심의합니다. 방송 중에 ‘이거 저도 샀습니다’라고 하면 바로 영수증을 협회로 보내라는 연락이 올 정도입니다.”

CJ오쇼핑 쇼호스트는 매년 연봉을 협상하는 계약직이다. 실적이 높으면 다음 협상 때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1년에 수많은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한다. 장문정 씨는 승부사 기질이 있어야 진정한 쇼호스트라고 강조했다.

“밤 11시경 드라마가 끝나고 CF가 나올 때 홈쇼핑을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드라마를 할 때는 판매 그래프가 조금씩 움직이지만 CF가 시작되면 쇼호스트의 역량에 따라 매출이 수직상승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4분에서 8분 사이에 결정하기 때문에 CF가 방송되는 딱 5분간 소비자의 마음을 잡아야 해요. 그때 떨려서 버벅대면 끝장이죠.”

입사 초기부터 어떤 경우에도 떨어본 적이 없다는 그에게 설득의 화술 비결을 묻자 워낙 경우의 수가 많아 한마디로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최근 출간한 《고객을 낚아라 그리고 감동시켜라》라는 책에 자신의 노하우를 다 담았다. 쇼호스트의 애환이나 에피소드가 아닌 수많은 마케팅 사례와 화술, 설득의 기법을 정공법으로 다루었다.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에서 광고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110편의 국외 논문과 90여 편의 국내 논문, 국내외 학술지와 관련서적을 읽고 이 책을 썼다. 외국에서 근무할 때부터 모으기 시작한 자료가 그의 집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인용된 각종 사례는 다른 책에서 거의 볼 수 없는 따끈따끈한 내용이다. 외국 전문가들을 어렵게 섭외하여 이메일로 인터뷰한 최신 마케팅 기법도 포함되어 있다. 친숙한 글로벌 광고와 각종 사례가 가득 담겨 있어 두고두고 봐도 읽을거리가 넘친다. 아나운서나 배우 등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인은 나이가 들수록 불리해진다. 하지만 쇼호스트는 정반대다.

“쇼호스트는 생명력이 길어요. 우리 회사에 10년 이상 된 쇼호스트가 많아요. 미국의 경우 할아버지 할머니 쇼호스트가 많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외모보다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저도 오래 일할 겁니다.”

연봉이 높은 데다 오래 일할 수 있어 6~7년 전부터 쇼호스트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지원자도 많아졌다고 한다. 현재 CJ오쇼핑 쇼호스트 가운데 3분의 1이 남자다. 장문정 씨는 쇼호스트를 “판단과 감각 사이에서 외줄 타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면서 순발력과 끈기, 부단히 노력할 각오가 단단한 사람에게 적당한 직업이라고 소개했다.

계속 공부할 계획이라는 그는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설득전문가’의 꿈을 갖고 있다. “세일즈맨의 말은 잘 안 믿잖아요”라고 말하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철저히 준비하는 것만이 신뢰받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긴장 속에서 즐겁게 일한다는 장문정 씨는 “연습과 철저한 준비만이 완벽을 만든다”는 각오로 달리고 있다.

사진 : 김현희
  • 2010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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