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연구하고 경험하는 ‘고고 아프리카’

한국의 젊은이,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비전 찾다

6월 11일부터 한 달간 열리는 남아공 월드컵.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월드컵이 열리면서 세계인의 눈이 아프리카로 쏠리고 있다. 보통 사람에게 아프리카란 어떤 곳일까? 어린아이들이 굶주림과 에이즈로 죽어가는 곳, 부족 간 다툼, 내전이 끊이지 않는 전쟁터…. 아프리카는 세계인에게 자선과 구호의 대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반면 야생동물들이 거리낌 없이 생활하는 원시 자연, 풍부한 천연 자원을 품고 있는 자원부국 등 세계에서 가장 큰 잠재력을 지닌 땅으로 꼽히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아프리카는 중요한 ‘자원외교’의 대상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의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하는 ‘고고 아프리카’ 회원들. 왼쪽부터 문헌규, 우이경, 정대훈, 강수동, 류준 씨.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아프리카에 대한 선입견을 벗고, 아프리카를 생생하게 알고 느끼자는 모임이 있다. ‘고고 아프리카’. 네이버 카페로 출발한 이 모임은 동호회 수준을 넘어서 아프리카에 대한 최신 정보가 모이고, 아프리카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고 아프리카’의 회원은 1만2000여 명. 회원 중 많은 수가 아프리카에 직접 가보았거나 아프리카 관련 일을 준비하는 등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비전을 찾는 사람들이다. 2007년 ‘고고 아프리카’를 만든 문헌규 씨 역시 아프리카를 ‘발견하고’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가 아프리카를 찾은 것은 우연이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자원 관련 회사에 다녔는데, 모든 면에서 평탄했어요. 오후 6시면 칼퇴근할 수 있는데다 연봉도 만족스럽고, 회사 경영상태도 탄탄하고 가족적인 분위기였습니다. 그대로 있어도 임원까지는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그렇게 안주한 채 나이 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 나이 서른이었는데,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우선 호주에서 MBA를 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가족같이 지내던 직장 동료들에게 그런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 뭔가 그럴듯한 이유를 찾다 “사막 마라톤에 나가겠다”고 이야기했고, 실제 2006년 사하라 사막 마라톤에 참가했다. 한번 경험하면 반하고 만다는 사막. 그는 아프리카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남아공과 짐바브웨에 머물다 2007년에는 아프리카 대륙을 종단했다. 아프리카에 사는 우리나라 교민도 많이 만나 그들의 고충을 들을 수 있었다.

2007년 ‘아프리카를 제대로 알자’는 뜻으로 네이버 카페에 ‘고고 아프리카’를 만들었는데, 열성 회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고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와 우리나라 사이를 잇는 브리지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고고 아프리카’는 우리나라에 유학온 아프리카 학생들에게 배우는 스와힐리어 스터디, 남아공·나미비아·짐바브웨·케냐의 빈민 탁아소 등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아프리카를 경험하는 워크캠프, 아프리카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인 사람들을 위한 창업 스터디와 아프리카 현지에서 일하며 배우는 인턴십, 각 분야 전문가들이 아프리카를 종단하며 그곳의 경제, 기술 수준을 리서치하는 대륙원정대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면서 아프리카 전문가들을 키우고 있다. 보통 아프리카 여행이라 하면 세계 곳곳을 다닌 후 마지막으로 가는 ‘고가의 여행’으로 생각하는데, 고고 아프리카 회원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배낭여행을 떠나거나 워크캠프, 인턴십 등을 통해 아프리카를 경험한다. 아프리카에서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교민들의 네트워크인 ‘세이프 포인트’도 만들었다. ‘고고 아프리카’에 가입한 아프리카 교민은 200여 명. 아프리카 전역을 망라한다.

5월 첫날 토요일 오후, 창업 스터디를 하고 있는 ‘고고 아프리카’ 회원들을 만났다. 웹디자이너로 활동하던 류준 씨는 오는 8월 나미비아 전문여행사 ‘6월의 아프리카’를 시작할 예정. 월드비전을 통해 아프리카 말라위 어린이를 후원하면서 자연스럽게 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그는 ‘고고 아프리카’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세우게 됐다고 말한다.

“나미비아는 남아공 바로 위, 대서양에 면해 있는 나라인데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사막이 있어 남아공과 연계해 여행을 많이 가는 곳이죠. 아직 이곳에서 여행사를 하는 교민은 없어 제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행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나미비아 전문가가 되어 한국과 나미비아를 잇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나미비아 전통 부족인 힘바족을 위해 20년간 봉사하고 계신 박진호 목사님을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찾을 것입니다.”

기업교육 전문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우이경 씨는 10여 년의 기업연수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직장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 아프리카 전문가를 키우는 일을 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연예인 트레이닝, 가수 안무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일을 해온 강수동 씨는 아프리카와 엔터테인먼트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소말리아에서 가난한 유목민의 딸로 태어나 세계적인 톱모델이 된 와리스 디리의 삶을 그린 영화 〈데저트 플라워〉처럼 저도 아프리카에서 인재를 발탁해 모델로 키워내고 싶어요. 아프리카 민속춤 공연 등 아프리카 문화를 알리는 일도 할 거고요.”

축구 마니아인 정대훈 씨는 남아공 월드컵을 직접 보러 갈 예정. 아프리카의 축구 영재들을 발탁해 키우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문헌규 씨는 이미 아프리카 전문 리서칭 회사인 COA(Contents Of Africa)를 운영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하려 혼자 떠난 여고생

현재 북일고 1학년생인 남영은 양 역시 ‘고고 아프리카’를 통해 자신의 꿈을 더욱 구체화시켰다. 중학교 1학년 때, 아프리카 어린이의 힘겨운 삶에 관한 책을 읽고 충격을 받은 그는 용돈을 아껴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어른이 되면 아프리카에 가서 봉사하며 살아야지’ 하며 막연히 꿈을 키우던 그는 ‘고고 아프리카’ 모임에서 스와힐리어를 배우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단독으로 아프리카행을 감행했다. 아프리카를 직접 경험하고 싶어서였다. 3주 동안 케냐의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공공병원들도 방문했던 그는 “존스홉킨스대학에 진학해 공부한 후 의약을 개발하여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현지 병원에 갔더니 제왕절개수술을 하면서 임신부의 배를 3분의 2나 절개해 장기를 다 빼내고 아이를 꺼내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는 10㎝만 자르면 되는데. 한 고아원에 갔더니 107명의 아이 전원이 에이즈 환자였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그는 회원들에게 현지 사정을 알리고 모금 활동을 하기도 했다. 회원들은 아프리카에 갈 때 후원물품을 잔뜩 들고 그곳 시설들을 찾아간다. ‘고고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부모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모여 있을 수 있도록 ‘양철지붕 만들어주기’ 모금도 하고 있다. 어린아이와 성관계를 하면 자신의 에이즈가 옮아간다는 속설 때문에 성폭행당하는 아이들이 많아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교민들과 트위터를 통해 시시각각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실시간 현지 정보를 얻는 것도 이들의 강점이다.

“아프리카로 가는 회원들에게 IT교육을 시킨 후 그들이 교민들에게 홈페이지 제작과 관리, 트위터 사용 등을 전수하게 하고 있어요. 덕분에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습니다.”

‘고고 아프리카’ 회원들은 아프리카 교민들이 트위터를 통해 보내온 메시지를 보여준다.

“‘지금 나미비아 날씨 어때요?’라고 물으면 ‘화창해요’라며 사진까지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메시지를 본 다른 교민이 ‘여기는 비가 와요’라며 올리죠. 순식간에 아프리카 곳곳의 날씨를 한꺼번에 알게 됩니다.”

이들은 어떻게 아프리카에 매혹되었을까?

“인류가 시작된 ‘어머니 땅’이어서 그런지 무척 아름답고 커다란 잠재력이 느껴져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땅’이라는 것도 매력적이고요. 그런데 아프리카에 직접 가보면 충격을 받아요. 우리 선입견과는 너무 달라서요. 시속 150㎞로 달리는 뻥뻥 뚫린 도로, 우리나라 백화점의 서너 배는 됨직한 크고 럭셔리한 백화점과 리조트, 카지노. 아프리카는 매년 5~9%씩 경제 성장을 이루는 곳이자 인구 9억5000명의 소비시장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지요.”


문헌규 씨는 “중국은 도로를 깔아주고 돈도 빌려주면서 아프리카에 투자하고 있고, 일본은 전문가들이 진출해 조직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고 있지요. 그곳의 왕이나 고위 관리와 친구처럼 지내는 교민이 많은데도 우리나라 정부는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교민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교민들 사이 커뮤니케이션과 협조, 아프리카에 관심 있는 한국인과 교민사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라고 말한다.

아프리카에서의 사업 모델은 아직 여행과 숙박업이 주를 이루지만, 차츰 정착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아프리카를 향한 한국 청년들의 도전이 시작된 듯하다.

사진 : 김권석
  • 2010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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