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음반 내는 가수 알렉스

이 시대 최고의 로맨틱 가이를 만나다

모노드라마 같은 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저를 보러 온 분들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드릴 수 있는 공연 말이에요. 차 한 잔 갖다 놓고 제가 살아온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노래에 얽힌 이야기도 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감미로운 노래를 불러 주고, 들꽃을 꺾어 귀 뒤에 꽂아 주는 남자. ‘나도 저런 애인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품게 하는 남자 알렉스. 그가 요즘 여성들이 꿈꾸는 이 시대 최고의 로맨틱 가이, 이상형으로 떠올랐다.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인 ‘우리 결혼했어요’에 그가 등장하면 어김없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인물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른다. 주위의 젊은 여성들에게 알렉스를 만난다고 하자, 반응은 한결같았다. “저도 따라가면 안 돼요?”

봄 햇살이 따사로운 한낮, 알렉스가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한 명 한 명 눈을 맞춰 정중히 인사를 건네는 그에게 차를 권했다. “제가 직접 따라 마실게요.” 그러고는 허리를 꾸벅 숙인다. 사진 촬영을 하는데 보니 운동을 막 하고 왔다는 팔뚝의 근육이 다부졌다. 카메라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응시하는 알렉스. 눈빛에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갑자기 카메라 조명을 보고 “앗, 원적외선이다!” 외친다. 캐나다에 있을 때 근육통 때문에 물리치료를 자주 받으러 다녔는데, 카메라 조명을 보자 물리치료용 원적외선 조명이 떠올라 농담을 했다고 한다.

“제가 곱게 자란 것처럼 보이나 봐요. 중학교 2학년 때 캐나다로 이민 가서 한국에 돌아온 스물네 살 때까지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거의 없거든요. 무역회사에서 수출입 물건 나르고, 재고 정리하고, 식당에서 접시도 닦고, 테이크 아웃 커피숍에서 커피 뽑고 샌드위치도 만들었죠. 중ㆍ고등학교 때에는 밤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학 다닐 때는 낮에는 식당에서, 밤에는 커피숍에서 일했어요.”

그는 사진기자의 어떤 요구라도 즐겁게 들어주었다. “이렇게요?” 하면서 장난스런 포즈를 취하고, 분위기가 좀 딱딱하다 싶으면 흥얼흥얼 노래도 부른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그 사람들을 향한 고마움과 관심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촬영을 끝내고 그와 마주 앉았다. 커피를 권하자 사양했다.

“원래 불면증이 심한데, 요즘이 최고예요. 하루 세 시간 이상 잠을 못 자요. 바빠서라기보다 잠이 안 와서요. 앨범 나오기 전에는 항상 그래요. 또 요즘 너무들 많이 사랑해 주시니까 부담스러운 것도 있고요.”

그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하나 더 있다. ‘소심한 A형 남자’.

“저는 고민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에요. 풀리지 않는 고민이라는 걸 알면서도 늘 고민을 달고 살아요.”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여자가 좋아요

그는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작사를 하고, 러브홀릭의 강현민이 작곡에 참여했다고 한다. 발매 예정은 6월. 클래지콰이의 보컬 활동은 잠시 중단하고 당분간 솔로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솔로 앨범의 콘셉트를 물었다.

“장르를 나누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음악은 귀로 듣고 머리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껴야 하는 거예요. 대중음악은 대중을 향해 던지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서 느끼면 되잖아요. 그런데 음반을 사시는 분들이 장르를 구분하려 하니 아이러니한 거죠. 수록 곡의 스타일은 다양해요. 모던 록에 비트가 가미된 곡도 있고, 서정적인 가요도 있고, 스윙 느낌의 재즈도 있고. 클래지콰이와는 완전히 달라요. 내는 목소리도 다르고.”

청정원 CF모델로 등장한 알렉스를 먼저 본 사람들은 그를 요리사로 안다. 그는 실제로 요리를 잘한다. 인터뷰 전날엔 혼자서 스테이크와 오이스터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를 해먹었다고 한다. “혼자만의 만찬을 할 때는 많이 외로워요” 하며 한숨을 푹 내쉬는 알렉스. 그가 고백을 하나 했다.

“스무 살 때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었어요. 그래서 일식당에서 3년 동안 요리를 배운 거예요. 결혼하면 식당을 하려고요. 그런데 그 친구는 미국에 있고, 저는 한국에 살다 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잘 안 됐어요. 좋은 친구였는데.”

그 후 몇 번의 사랑을 만났고, 매번 열렬히 사랑했지만 긴 인연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바로 ‘인연’이다. 거꾸로 하면 ‘연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솔로가 된 지 오래됐어요. 아~ 지긋지긋해”라며 개구진 눈웃음을 짓는다.

인터뷰 전, 가장 궁금했던 것은 TV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이 실제보다 얼마나 포장되었느냐는 것이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서 받은 느낌은 ‘인생의 깊이를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무게감 때문에 조금 버거워 보이기도 했다. 그는 입을 꽉 다물고 있으면 진지하다 못해 사납다는 말을 듣기도 한단다. 그는 TV에서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부담스러운 캐릭터’라고 평했다.

“하루 종일 촬영해서 임팩트한 순간만 모아서 방영하잖아요. 그 사이에는 실없는 농담도 하고, 나이 서른에 안 할 법한 장난도 하는데, 저는 항상 진지한 사람처럼 편집돼서 나가요. 또 기억에 남는 이벤트를 하고 선물을 주는 건 가끔인데, 그런 장면만 모아 놓으니까 보면서 부담스럽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없었겠죠.”

어릴 적 꿈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경비원”이라고 답하는 알렉스. 그는 어느 분야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존경한다고 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줄 알았는데, 엄마보다 먼저 일어나 제복을 입고 아파트 마당을 쓸고 있는 경비원의 모습이 그렇게 훌륭해 보일 수 없었다고. 원래 그의 꿈은 가수가 아니었다. 미리 목표를 정한 후 그 목표를 향해 앞만 보며 달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우연히 던져진 길에서 열심히 적응하는 스타일이라고 스스로를 평한다.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여성’도 열심히 일하는 여자란다. 웃는 모습 예쁘고, 말 잘 통하고,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여자가 이상형이라고. 최근에는 소박한 소망 하나가 생겼다.

“모노드라마 같은 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저를 보러 온 분들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드릴 수 있는 공연 말이에요. 차 한 잔 갖다 놓고 제가 살아온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노래에 얽힌 이야기도 하고.”

요란하지는 않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콘서트. 오늘 만난 그의 인상과 비슷했다.

사진 : 이창주
  • 2008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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