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러포즈 이벤트 전문업체 만든 ‘사랑愛’ 김수희 실장

프러포즈를 대행해 드립니다

(왼쪽부터)김수희 실장과 김효선, 고승연, 김관호 씨.
시대의 변화는 새로운 사업을 탄생시킨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던 결혼식, 돌잔치, 회갑연 등이 ‘대행’이라는 이름 아래 산업화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 최근에는 프러포즈 전문업체까지 등장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객의 의뢰를 받아 감동적이고 멋진 프러포즈의 순간을 연출해 주는 이들을 업계에서는 ‘프러포즈 플래너’, 혹은 ‘러브 플래너’라 부른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업체는 ‘사랑愛’. 지난 2004년 12월 설립된 ‘사랑愛’는 역사나 규모 면에서 국내 최고로 꼽힌다. 이벤트 전문업체로 출발했지만, 틈새시장인 ‘프러포즈’에 집중해 특화시킨 덕분이다. 수요도 많지 않던 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 하나로 회사를 만든 사람은 김수희 실장(34세). 활동적이며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싶었던 김 실장은 안정적인 직장(KT)을 과감히 버리고 서른 살 되던 해, 지인과 함께 ‘사랑愛’를 만들었다.

“원래는 파티 플래너에 관심이 있었어요. 전업(轉業)하려고 이벤트 플래닝 관련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아는 분이 같이 창업해 보자고 권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분이 그만두는 바람에 제가 대표를 맡게 되었죠. 회사를 만들고 처음 몇 달간은 일이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일이 조금씩 늘더니 최근 2~3년 사이에 부쩍 고객이 많아졌어요. 요즘은 한 달 평균 30건 이상 진행합니다.”

김 실장은 ‘창업 초기에는 주로 10대 후반~20대 초반이 재미 삼아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 비용도 저렴하고, 형식도 간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제력을 갖춘 30대 초ㆍ중반 남성들이 주요 고객이 되면서 프러포즈 시장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고 한다. 김 실장은 프러포즈 시장이 이렇게 커진 이유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고객 대부분이 결혼식을 앞둔 커플로, 요즘은 온 가족이 모여 하는 형식적인 약혼식 대신 둘만의 특별한 프러포즈 이벤트를 선호하는 추세이기 때문”라고 분석했다.


너무 바빠 제 머리는 못 깎는 프러포즈 전문가들

‘사랑愛’에서 일하고 있는 러브 플래너는 김 실장을 비롯해 모두 6명. 인터뷰가 있던 날, 2명은 지방에서의 이벤트를 위해 출장 중이라 4명만 자리를 함께했다.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경력 5년차의 베테랑인 김효선 씨(28세)는 이벤트 플래너가 되고 싶어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이 일에 뛰어든 케이스다. 입사 3년차의 김관호 씨(31세)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답답한 고시원 생활에 염증을 느껴 활동적인 직업으로 진로를 바꾸었고, 플로리스트 고승연 씨(32세)는 사업 확장을 위해 김 실장이 최근 영입했다. 김 실장은 “각자 스케줄대로 움직이다 보니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지금이 한창 바쁜 시기라 다들 정신이 없다”고 한다.

“요즘 결혼 시즌이잖아요. 저희는 휴가가 집중된 여름 한 철만 빼고는 한가할 때가 거의 없어요. 낮에는 주로 사무실에서 상담을 하고, 저녁에는 현장으로 나갑니다. 보통 고객과 여러 번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상담을 한 뒤 함께 콘셉트를 정하고, 그에 맞춰 본격적인 준비를 해요. 장소를 섭외하고, 고객에게 미리 받은 편지와 사진, 동영상 등을 가지고 영상편지도 만들고요. 당일에는 양초, 꽃, 와인, 케이크 같은 소품들을 잔뜩 싸 가지고 나가 공간을 분위기 있게 꾸미고, 여자친구가 도착하면 깜짝 파티를 하는 거죠.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보통 2인 1조로 움직여요. 재미있기는 한데 ‘막노동’이 따로 없다니까요.(웃음)”

김 실장 말에 플래너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가 정말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프러포즈 이벤트가 주로 평일 저녁과 주말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밥 한 끼 제대로 먹을 시간이 없다는 것. 프러포즈 전문가이지만 정작 이들이 모두 싱글인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프러포즈에도 유행이 있다!

이들은 그동안 업계에 몸담으며 직접 경험한 프러포즈 문화의 변천사(?)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었다. 주로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프러포즈 방식에도 유행이 있다는 것.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 한참 관심을 모을 때는 드라마 장면을 흉내 낸 아이스 링크에서의 프러포즈가 큰 인기를 끌었는가 하면, 극장이나 소극장을 통째로 빌리는 다소 ‘고전적인’ 이벤트가 많았다고 한다. 김효선 씨는 “요즘은 카페를 빌려 1000개의 촛불과 꽃으로 장식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라며, “경제적인 여력이 있는 고객들은 부티크 호텔이나 펜션, 갤러리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귀띔한다.

‘사랑愛’는 고객의 취향을 고려해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구비하고 있는 것이 특징. 하지만 특별한 요청이 있을 때는 ‘맞춤형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평균 40만~50만 원선이 가장 인기다. 형식뿐만 아니라 프러포즈를 신청하는 고객층이 다양해진 것도 이들이 꼽는 새로운 변화. 여자 쪽에서 먼저 신청하는 경우, 재혼 커플, 이혼 후 재결합을 원하는 커플, 중년 커플 등은 예전에는 거의 없던 케이스가 많아 “달라진 시대상을 실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객 대부분이 결혼식 날짜를 이미 잡은 사람들이에요. 그러니 여자친구에게 대답을 듣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결혼 전에 자신의 마음을 조금 특별한 방법으로 표현해 감동을 주고 싶은 거죠.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벤트라 프러포즈를 받으며 대부분 눈물을 펑펑 쏟아요. 옆에서 보는 저희들도 가슴이 뭉클할 때가 많아요. 저희들의 보람은 고객이 흘리는 눈물의 양과 감동의 크기에 비례하거든요. 이건 아주 드문 경우인데, 한번은 이혼 후 재결합을 원하는 고객의 의뢰를 받아 진행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프러포즈 자리라는 걸 알게 된 여자 분이 그냥 일어서서 나가더라고요.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플래너의 입장에서는 정말 기운 빠지는 일이죠.”

그동안 1000쌍이 넘는 커플을 만났다는 김 실장은 “저마다 재미있는 사연도 많다”고 한다. “같은 고객의 프러포즈를 세 번 진행한 적도 있고, 헤어진 여자친구의 마음을 잡아 달라는 부탁에 두 달 동안 고객의 연애 코치가 되어 준 적도 있다”고. 다른 플래너들 역시 좌우에 동생(?)들을 거느리고 나타난 조폭 때문에 진행하는 내내 긴장했던 일이며, 보안을 유지하느라 유난히 힘들었던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의 이벤트, 바지 뒷주머니에서 폭죽이 터져 화상을 입을 뻔한 이야기, 남자친구의 프러포즈에 감동해 W호텔 스위트룸을 빌려 또 다른 이벤트로 화답한 통 큰 여성 고객 등 그간의 경험담을 유쾌하게 풀어 놓았다.


새로운 파티 문화를 이끌어 갈 것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요즘에는 ‘난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업체들이 생겼어요. 작은 오피스텔을 빌려 사무실을 차려 놓고, 프러포즈 이벤트 장소로 꾸며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저가 상품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어요. 하지만 저희는 지금껏 그랬듯 가격보다는 품격 있는 이벤트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올여름에는 청담동에 프러포즈 전용 카페도 오픈할 예정이고요.”

최근에는 프러포즈 이외에도 ‘맞춤 파티’에 주력하고 있다는 김 실장. “특히 결혼 직전, 신부와 그 친구들만 참여하는 여자들만의 파티인 ‘브라이덜 샤워’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 지인들끼리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파티 상품을 많이 내놓아 우리나라의 파티 문화를 이끌어 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프러포즈로 맺은 인연을 평생 이어 살 수 있도록 웨딩이나 회갑연 파티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참여할 계획입니다.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행복한 순간을 함께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한 직업은 찾기 어렵겠죠?”

사진 : 김선아
  • 2008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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