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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 꽃 개발한 엔젤농장 안승환 대표

꽃 요리로 봄을 느끼세요

눈으로, 코로, 그리고 입으로 만끽하며 먹는 음식. 요즘 꽃을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갖가지 화사한 색감과 향기, 질감을 지닌 꽃을 먹으며 봄을 느낀다. 샐러드, 초밥, 비빔밥, 샌드위치, 떡, 케이크 등 식용 꽃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부터 화전이나 국화차 등 꽃을 이용한 음식이 있긴 했지만, 가지각색 다양한 꽃들이 식용으로 쓰인 것은 최근에 와서다. 누가 제일 처음 식용 꽃을 재배했을까? 그를 찾아 충남 공주로 향했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에 자리 잡은 엔젤농장. 길이 130m, 폭 70m의 거대한 유리온실에서 이 농장 안승환 대표를 만났다. 훈훈한 기운이 느껴지는 온실은 다양한 식물들의 집합장인 식물원, 혹은 연구소 같았다. 그가 안내하는 대로 꽃이나 허브의 향을 맡고, 꽃을 한 잎씩 따서 입 안에 넣었다. 이렇게 다양하다니. 갖가지 향에 달콤하고 쌉싸래하고, 톡 쏘는 맛. 꽃마다 향도 맛도 복잡 미묘했다. 흰 바탕에 연분홍빛이 감도는 저 청초한 꽃을 먹다니. 꽃에는 아미노산과 비타민, 단백질이 풍부하고, 특히 붉은색 꽃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은 강력한 소염작용과 심장병 예방, 노화방지 효과로 ‘꿈의 물질’로도 불린다. 온실에는 꽃 외에도 갖가지 식물들이 재배되거나 ‘적응 훈련’을 받고 있었다. 열대 토란, 아보카도 등 아열대 식물이 우리 땅에서도 재배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매년 온도를 낮춰 키우면서 추위에 견디는 훈련을 시킵니다. 저기 줄기가 축 늘어져 있는 게 보이죠? 다음 해엔 제대로 설 겁니다. 추위에 견디는 체질로 만들면 우리나라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지지요.”

식물도 사람처럼 환경에 맞춰 체질을 바꾸다니, 신기했다. 커다란 유리온실 외에도 비닐하우스 11동에서 150여 가지 희귀작물을 재배하는 안승환 대표. 그가 벤처농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얼까? 그는 위기상황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한다. 갑자기 떠안은 빚 1억8000만 원. 웬만한 농사로는 갚을 길이 막막했기에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소규모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던 저에게 한 녹즙기 회사가 대규모 시설을 갖추고 녹즙 재료를 공급하라고 했습니다. 유리온실도 그때 마련했지요. 그런데 얼마 안 가 녹즙기 쇳가루 논쟁이 일면서 녹즙 시장이 붕괴했습니다. 빚만 안은 채 돈 벌 길이 막막했죠.”

시장을 앞서 읽으며 기민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됐다. 쌈밥집이 유행하는 것을 보고 다양한 기능성 채소들이 들어간 쌈밥 재료를 내놓던 그는 “여기에 꽃을 넣으면 어떨까?” 하는 기발한 생각을 했다.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식물학 사전을 뒤지며 어떤 꽃은 독이 있고, 어떤 꽃의 어느 부위를 먹을 수 있는지 하나하나 확인해 실험하기 시작했다. 독이 없어도 맛이 너무 강하고 아린 꽃은 실격. 먹기 좋은 꽃들을 골라냈다. 관상용으로 꽃을 기를 때는 살충제나 생장억제제를 치는데, 식용 꽃은 그럴 수 없었다. 연구 끝에 유기농 퇴비를 쓰고, 살충제 대신 천적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1996년부터 생산한 식용 꽃이 이제는 수십 종류로 늘어났다.

“식용 꽃을 재배한 지 4~5년 지나 일본에서도 꽃을 먹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람 머리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실패 거듭하며 벤처농업인 자질 키워

함께 농사짓는 가족.
처음에는 ‘꽃을 먹는다’는 개념이 생소해 고전했는데, 차츰 식용 꽃이 인기를 끌자 여기저기서 재배해 내놓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 몸에 유해한 성분이 든 꽃들도 나돈다며 그는 걱정한다. 그는 처음부터 시장을 독점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새로운 재배법을 익히면 누구에게든 알려주고, 다시 새로운 작물 개발에 나섰다. IT업체가 현재에 안주하면 바로 도태하듯, 그 역시 항상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인터넷으로 세상사의 흐름을 읽으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게 뭔지 앞서 개발한다고. 요즘은 직접 기르는 허브를 재료로 아토피와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이 있는 사람을 위한 화장품도 내놓았다. 한국콜마 썬바이오텍에 기술개발을 의뢰, 8가지 허브가 들어간 화장품을 지난해 9월 출시했다.

안승환 대표와 그 가족은 채식주의자다. 점심시간, 그의 가족 식탁에 끼여 앉으니 오곡밥에 미역국, 갖가지 나물과 채소로 그득했다. 30년 넘게 채식을 했는데 누구보다 건강하다며 “사람은 원래 채식동물”이라고 주장한다. 장이나 치아 모두 채식동물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이들은 “우리가 채식만 하다 보니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기능성 채소를 찾아 기르게 되었다”고 한다. 안 대표와 아내 현종순 씨는 “우리는 농사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일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아들 둘도 그래서 함께 농사를 지으며 홈페이지 관리와 유통 등을 나눠서 담당한다. 1971년 이천농고를 졸업한 안승환 대표는 1980년대 초까지 직장생활을 했다. 한창 경제개발 시기라 취업하라며 그를 찾는 곳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1980년부터 경기도 안성에서 유기농으로 포도농사를 지었다. 무농약으로 기르니 포도 색깔이 좋지 않아 상품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앞길이 안 보이자 그는 필리핀 행을 택했다. 필리핀에 포도 농사를 짓는 사람이 드물어, 포도 값이 비싸다는 소리를 듣고 가족을 이끌고 갔다. 다시 실패. 어렵게 재배해 시장에 내놓을 때 값싼 수입산 포도가 들어와 제값을 받을 수 없었다. 다시 가족을 이끌고 한국에 돌아온 그는 생판 모르는 땅인 공주로 향했다.

엔젤농장에서 자라는 식물들.
“가족과 함께 공주에 있는 친지를 찾아온 적이 있어요. 이 사람(아내)이 그때 무척 말랐는데, 그 몸에 어린아이 둘을 업고 걸리며 겨우 건사해서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었어요. 그런데 버스가 저만치 가고 있더라고요. 한참 기다려야겠구나 낙담하는데, 그 버스가 후진해 와 우리를 싣는 거예요. 한국에 돌아오니 그때 그 인심이 생각났고, 그래서 무작정 이곳에 정착했죠.”

공주에서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이름이 알려지자 녹즙기 회사로부터 ‘재료를 공급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또다시 큰 시련. 그는 “그때는 1억8000만 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실감 나지 않았다. 그저 앞길을 헤쳐 나갈 것만 생각했다”고 한다. 거듭된 실패와 위기는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의 농장을 직접 찾고 싶어 하는 소비자와 벤치마킹하려는 농부들이 많아 올 봄부터는 온실 안에 허브 차와 꽃 요리를 시식하는 공간도 만들 생각이다. 지난해 신지식인 농업인상을 받은 그는 “농사를 지어도 4~5년 앞을 내다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용꽃은 엔젤농장 홈페이지(http://www.angelfarm.co.kr)에서 주문할 수 있다.

사진 : 문지민



▣ 꽃 요리 만드는 법

꽃초밥

재료
유부, 김, 식용 꽃, 참기름, 소금, 참깨, 꿀, 식초

요리방법
1 고슬고슬한 밥을 준비한다.
2 밥에 참기름과 소금, 꿀, 참깨, 식초를 넣고 다진 꽃을 넣어 섞는다. 작은 꽃은 그대로 넣어도 된다.
3 초밥 틀 등에 넣어 모양을 만들어 접시에 담아낸다. 이때 허브를 곁들이면 잘 어울린다. 베고니아같이 신맛이 나는 꽃을 넣으면 식초를 넣지 않아도 된다.



꽃비빔밥

일반 비빔밥과 비슷한 방법으로 만드는데, 꽃의 맛을 느끼려면 맛이 너무 진하지 않은 재료를 넣어야 한다. 큰 꽃은 꽃받침을 떼어 내고, 작은 꽃은 그냥 넣어도 좋다.



꽃김밥

재료
김, 밥, 단무지, 달걀, 어린잎 셀러리, 식용 꽃

요리방법
1 고슬고슬한 밥에 소금, 참기름, 통깨를 넣어 비빈다.
2 김을 깔고 밥을 고루 편 뒤 단무지, 달걀 등 각종 재료와 함께 밝은 색 꽃을 넣어 돌돌 만다.

  • 2008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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