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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 없는 全두부 개발한 이진우 소이젠텍 회장

한평생 두부와 함께

아기 때 그는 부족한 어머니 젖 대신 두부 만드는 콩물을 먹었다. 외갓집이 경북 칠곡에서 두부공장을 했다. 어릴 적부터 두부라면 물리도록 먹었지만 싫지 않았다. 대학입시에서 떨어진 1958년, 외갓집 두부공장에서 배달을 시작했다. 어깨 너머로 두부 만드는 법을 배우려 했지만 ‘간수잡이’로 불리던 기술자는 쉽게 가르쳐 주지 않았다. 간단한 것 같지만, 수십 년 공력으로 쌓인 노하우가 필요한 일이었다.

콩을 날씨에 따라 5~20시간 물에 불린 후(더울 때는 짧게, 추울 때는 길게) 맷돌에 곱게 갈아 비지를 빼고 콩물만 분리한다. 이 콩물을 1시간 정도 눋지 않게 저어 가며 끓이다 80℃로 식힌 후 간수를 넣고 잘 저으면 뭉글뭉글 엉기는데, 이를 두부 틀에 부은 후 무거운 것을 올려놓아 물을 빼는 게 일반적인 두부 제조법. 물이 덜 빠지면 연두부, 많이 빠져 수분 함량이 적으면 경두부가 된다. 당시에는 장작불을 때 두부를 만들던 시절이라 불 조절이 어려웠고, 콩물 농도나 간수 농도를 딱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외갓집에서 두부와 인연을 맺은 그는 두부 판매상을 하다 자신의 두부공장을 열었다. 그때부터 그가 일생의 과제로 삼은 것이 ‘비지 없는 두부를 만들 수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두부를 만들 때 비지로 버려지는 양이 많아 외삼촌들은 “비지 없는 두부를 만들면 떼돈을 벌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귀가 번쩍 뜨였지만, 도저히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수십 년 시행착오 끝에 그는 지금 꿈을 이뤘다.

두부에 일생을 건 이진우 소이젠텍 회장(70세)의 이야기다. 부드러운 찌개용과 단단한 부침용뿐 아니라 생식용, 단호박ㆍ검은깨ㆍ녹차 등 각종 재료를 첨가한 두부 등 갖가지 종류의 두부가 개발돼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두부 시장. 최근에는 비지를 빼지 않고 콩의 영양분을 고스란히 담은 全두부가 등장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십 년 두부와 인연을 맺어 온 이진우 회장의 집념으로 全두부 시장이 열린 것이다.

콩으로 두부를 만들 때 비지로 버려지는 분량이 30~40%. 비지를 빼지 않고 두부를 만들면 섬유질 등 영양이 풍부한 비지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먹을 수 있으면서 재료비도 줄일 수 있다. 이 회장은 “두부를 응고시킨 후 물을 빼는 과정에서 폐수가 발생하는데, 두부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게 항상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이 숙원도 풀렸다. 대두 미세분말로 만드는 전두부는 물 빼는 과정 없이 그대로 굳혀 폐수가 나오지 않고, 비지를 폐기물로 버리지 않아도 돼 환경 친화적이다.


그가 평생의 과제였던 ‘비지 없는 두부’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한 것은 한 일간지에 실린 분체공학자 서태수 박사 기사를 보고 나서였다. 서 박사가 말한 “분체공학을 응용하면 콩을 가루 내 두부를 만들 수도 있다”는 한마디를 붙들고 늘어졌다. 볶은 콩가루로는 두부를 만들 수 없고, 생콩은 수분과 단백질, 지질이 엉겨 가루를 내기 어렵던 터였다. 그는 무작정 대전의 한국화학연구원으로 서태수 박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서 박사는 관련 업체를 운영하던 황인석 씨를 소개했는데, 황인석 씨 역시 “분체공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꼭 이루고 싶었던 과제였다”고 의기투합했다.

황인석 씨는 콩을 원적외선으로 건조해 수분 함량을 줄인 후 껍질을 벗기고 다시 건조시켜 분쇄해 생콩 가루를 내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렇게 얻은 생콩가루로 두부를 만들기 위해 그는 다시 효성여대 식품과학연구소 김순동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처음에는 반 정도밖에 응고가 되지 않아 완전한 형태의 두부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부드러우면서도 탱탱하게 탄력이 있는 두부를 만들기 위해 그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결국 찾아낸 방법이 간수와 함께 3가지 효소를 첨가하는 것. 효소가 분자끼리 결속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에 착안, 이것저것 넣어 시도해 본 끝에 그가 원하던 바로 그 두부를 찾아냈다.

“대학 실험실에서 하듯 비율을 정확하게 재서 실험하지는 않았기에, 똑같이 재현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요.”

그는 “내가 대학을 안 나왔기에 그만큼 더 노력해야 했다”고 덧붙인다.

“대학교수나 박사들과 만나 이야기하려면 모르면 안 되잖아요? 이리저리 문헌을 뒤지며 독학했습니다.”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이를 다듬어 상용화하기까지 또 10여 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전두부를 시장에 내놓을 수가 없었다. 식품공전에 두부의 정의가 ‘콩물에 응고제를 넣어 응고시킨 것’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콩을 미세분말로 만든 후 물에 녹여 응고시킨 것은 두부로 팔 수 없었다. 그 규제가 풀린 게 2003년, 관계 부처를 쫓아다니며 수없이 호소한 결과였다.


배스킨라빈스 같은 두부 전문점 만들 것

서울 성수동 전두부 생산-판매점에서 만난 이진우 회장은 의욕에 가득 차 있었다. 우선 소이젠텍에서 만든 전두부를 내놓으면서 자신 있게 시식해 보라고 권했다. 부드러우면서도 탱탱하고 차진 맛이 독특했다. 그는 또 전두부로 만든 푸딩, 치즈 케이크도 연이어 내놓았다.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김정은 교수에게 의뢰해 개발한 메뉴다. 두부는 싫어하지만 간식을 자주 찾는 아이에게도 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통 두부를 제조하는 데 10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이상 걸린다면, 그가 새로 개발한 방법으로 두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25분 정도. 재래식 방법으로 콩을 물에 불려 두부를 만들다 보면 콩에 있던 수용성 단백질과 유기산, 올리고당이 빠져나가는 데 반해 소이젠텍의 전두부는 콩의 미세분말에 물을 넣고 끓인 후 그대로 응고시키기 때문에 콩의 영양소가 고스란히 남아 있으면서 고소하고 맛도 좋다고 그는 자랑한다.

“단백질의 주된 공급원이자 완전식품에 가까운 두부를 부식으로만 치부하면 안 됩니다. 주식으로도 훌륭하지요.”

지금은 주로 병원과 학교 급식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가맹점을 모집해 각종 전두부와 전두부로 만든 푸딩, 케이크를 판매할 계획이다. 두부에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하기 위해 각종 채소와 과일을 얹어 먹는 토핑 두부도 개발했다. 가맹점 이름을 ‘콩25’로 정해 상표 등록도 마쳤다. ‘배스킨라빈스’처럼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만든다는 게 그의 꿈이다. 전두부는 100% 우리 땅에서 나는 약용 검정콩으로 만들 계획. 이를 위해 경북 안동과 영천, 경남 창녕, 충남 공주, 강원도 인제 지역에서 계약재배를 한다.

“약용 검정콩 껍질에서 고순도의 안토시아닌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출원을 했습니다. 천연색소인 안토시아닌은 노화 방지를 위한 항산화제로 각광받는 물질로 비싼 가격에 수출할 수 있습니다. 우리 콩을 비싸게 사들여 전두부를 만들어도, 안토시아닌을 추출해 비싸게 내다 팔 수 있으니 두부 가격은 높일 필요가 없는 거지요.”

왼쪽부터 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소이젠텍의 황태연 개발팀장, 김용환 약용검정콩심기운동 대표, 이진우 회장, 두부 제조 기계를 개발한 황인석 소이젠텍 연구위원.
우리 검정콩이 특히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다고 하면서 그는 “이를 통해 농촌의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한다. 그는 두부 만드는 사람으로서 ‘최고의 두부’를 개발하기 위한 한길을 걸어왔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연구는 각 분야 학자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고, 그러느라 집도 팔고 논도 팔았다. 그는 평생 두부에 미쳐 있었지만 그의 아내와 2남2녀 아이들은 두부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돈도 안 되는 일에 빠져 집안을 돌보지 않는 가장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었으리라. 그러나 얼마 전부터는 그의 장남인 이창열 씨가 소이젠텍의 사장을 맡아 아버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비지 없는 두부를 만들면 쉽게 돈을 벌 것 같아 시작했던 일이 여기까지 왔다”는 그는 내내 두부로 사람들을 어떻게 이롭게 할까, 이야기하는 데 열을 올렸다.

“나이가 들다 보니 철이 드는 건지, 남 잘되게 하고 남는 것만 가져가는 게 진짜 장사가 아닌가 싶네요.”

사진 : 장성용
  • 200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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