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리포트] 남아공에서 만난 커피의 장인들

아프리카 커피에 새바람 일으키는 남아공 커피점 ‘ORIGIN’

맨앞 조엘, 두 번째 줄 린디, 세 번째 줄 조던(흑인), 데이비드(백인), 네 번째 줄 조세(흰 모자), 윌리엄(백인), 씨야(흑인), 조지(모자 쓴 흑인), 마지막 줄 조드(모자 쓴 남자), 사라(긴 머리 여자), 마크(검은 셔츠).
아프리카 여행의 장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아마 미지의 대륙에서 생각지 못한 값진 보물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일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멋진 미남 바리스타(커피 만드는 장인)들이 꾸려 가는 ‘커피프린스 1호점’을 발견한다면? 커피라면 이탈리아를 먼저 떠올리는 당신에게 원산지의 커피 맛 그대로를 보석처럼 연마해 선사하는 아프리카 최고의 바리스타들을 소개한다.

ORIGIN의 에스프레소.
아프리카 최고의 바리스타 팀이자 커피숍 ‘ORIGIN’의 두 오너 조엘 싱어(38세)와 데이비드 돈드(37세). 오리진은 케이프타운의 도심을 약간 벗어난 워터칸트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수제 가구와 고급 디자이너 숍, 분위기 좋은 바들이 늘어선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거리. 그중에서도 오리진은 아프리카 최고의 커피를 만날 수 있다는 입소문으로 유명한 커피숍이다.

커피숍에 들어서자 갓 볶아 낸 커피에서 나는 신선하고 풍부한 향기를 듬뿍 맡을 수 있었다. 흡사 커피공장에 온 듯한 내부 인테리어 또한 ‘세계 최고의 커피’를 만드는 곳임을 암시했다. 세계 각국의 커피 원두가 모인 이곳에서 다양한 커피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커피를 만드는 미남 바리스타들은 남아공 내셔널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1, 3, 4위를 휩쓴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조엘과 데이비드는 이 커피숍 2층과 3층의 확장 공사를 하느라 바빴다. 2층과 3층은 원두를 로스팅하고, 바리스타들을 교육하는 공간. 커피숍을 찾는 손님들에게 최고의 커피를 서비스하는 일뿐 아니라, 다른 커피숍에 갓 볶은 원두를 공급하고 해외에 수출도 하는 등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오리진’을 프랜차이즈화해서 늘리자는 제의도 많이 받았지만 그런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고.

ORIGIN의 내부 모습. 건축가인 조엘의 부인이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도맡았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이나 커피숍 확장은 우리만의 오리지널 커피 맛을 스탠더드한 맛에 가두는 일이지요.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절대 100점짜리 커피를 모두에게 제공할 수 없을 겁니다.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해 최고의 커피를 만들어 드리는 것이 제게는 가장 큰 기쁨입니다”라고 조엘 싱어는 단호하게 말한다.

조엘은 미국 커피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시애틀 출신이다. 스타벅스와 시애틀 커피 등 세계적인 커피 프랜차이즈가 이곳에서 시작했을 정도로 커피로 유명한 도시에서 성장했지만 지금 그는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커피 원두를 볶으며 바리스타들을 양성하고 있다.

미국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조엘이 일 때문에 남아공으로 옮겨 온 것은 1998년. 시애틀에 있을 때부터 커피 마니아였던 그는 남아공 곳곳을 다니며 커피를 맛봤지만, 만족스러운 커피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2003년, 케이프타운 근처 작은 마을인 그레이튼에 가족과 함께 들렀다. 그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그 맛에 반했다. 그 에스프레소를 뽑은 바리스타를 찾았는데, 그가 바로 지금 오리진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데이비드 돈드다. 함께 커피숍을 운영하자고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그 후 2년 동안 브라질ㆍ에티오피아ㆍ과테말라 등 세계 각국의 커피농장을 돌며 커피 연구에 몰두했다.

ORIGIN의 입구 모습.
그 시간은 그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커피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맛에 가장 잘 어울리는 로스팅 기술을 익혀 ‘맞춤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리진에서는 손님들에게 각자 자신이 원하는 원두를 직접 고르게 한 후 커피를 만들어 준다. 각각의 커피에 딱 맞는 로스팅, 에스프레소 추출 방법, 농도, 레서피 등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적용할 수없는 판매 방식이다.

남아공에서 15년 동안 바리스타로 일한 데이비드는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커피 원두는 종류가 워낙 다양해 더 많이 알아야 하지요. 너무 흔해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는 게 있는데, 아프리카 커피가 그런 것 같다”고 말한다. 거리에 앉아 햇빛을 즐기며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없는 것도 아프리카 커피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케이프타운에서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을 가 보면, 모든 것이 완벽하리만큼 준비되어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 멋진 인테리어, 신선한 재료, 모든 것을 철저하게 체크해서 완벽을 추구하지요. 하지만 커피는 엉망입니다. 제대로 된 커피 맛을 내는 곳이 흔치 않습니다.”

ORIGIN에 들어가면 바로 문앞에 보이는 커피 더미.
그래서 조엘은 데이비드의 바리스타로서의 높은 능력과 자신의 비즈니스 능력을 합쳐 케이프타운, 나아가 아프리카 커피 전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획을 실행해 나가고 있다.

“케이프타운뿐 아니라 남아공 전역에서 바리스타들을 데려와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우리 생각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왜 경쟁 상대에게 노하우를 가르쳐 주느냐고 했지요.”

이들의 꿈은 남아공의 모든 바리스타들이 멋진 커피를 만들어 내 어디서나 커피를 즐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아무리 같은 기술을 습득해도 바리스타마다 각자의 감성에 따라 결국 다른 색깔을 내게 된다면서 이들은 자신의 기술을 나눠 주는 것에 대해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데 커피숍 오리진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는 상반기 매출만 봐도 지난해보다 10배가 늘었다고 한다. ‘커피 맛을 알게 된’ 남아공의 많은 커피숍과 레스토랑들이 오리진에서 원두를 공급 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오리진’은 이제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져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원두를 보내 달라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한동안 케이프타운의 레스토랑을 샅샅이 돌아다녔어요. 식사를 마친 후 커피를 주문해 마셔 보고는 주방으로 들어가 따졌습니다. 당신은 지금 진짜 커피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죠. 그 다음 우리가 만든 커피를 맛보게 합니다. 그러면 자신이 만든 커피가 진짜가 아님을 인정하게 되지요. 그들이 모두 지금 우리의 고객이 되었습니다.”



‘커피 프린스’ 은찬이도 있네

ORIGIN의 오너 조엘(왼쪽)과 데이비드(오른쪽).
조엘의 이런 적극적인 공략으로 곳곳의 레스토랑과 커피숍의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배우기 위해 오리진으로 모여들었다. 2층, 3층의 확장 공사도 이들의 바리스타 교육을 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의 미션은 아프리카 어디서든 멋진 커피를 쉽게 즐기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종종 타운십(남아공 인종분리정책이 있을 때 흑인들이 격리되어 지내던 장소로 인종분리정책이 없어진 지금도 흑인 빈민들이 살고 있다)에 방문하고, 흑인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아 바리스타로 취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들이 키워 낸 바리스타들이 바리스타 대회를 휩쓸고 있는데, 오리진의 대표 바리스타인 윌리엄 피니어(27세)는 2007년 남아공 내셔널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그는 원래 조명 기술자 출신. 오리진이 오픈하기 며칠 전 조명기구를 설치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가 데이비드가 만들어 준 커피 맛을 보고 그 맛에 반해 바리스타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남아공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1위를 차지한 윌리엄.
그는 “나는 절대 1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데이비드가 만든 커피가 자신이 맛본 커피 중 가장 완벽한, 최고였기 때문이다. 윌리엄 역시 데이비드와 조엘처럼 세계 각국의 커피농장을 찾아 공부해 커피를 직접 평가할 수 있는 커피 감별사의 자격을 얻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조금 더 큰 바람이 있다면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만드는 것이다.

“바리스타는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추는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유럽에서 만들어 낸 백인을 위한 커피일 뿐입니다. 흑인들도, 그리고 당신 같은 아시아인들도 좋아할 수 있는 커피 메뉴가 널리 퍼지길 바랍니다.”

또 한 명, 바리스타 중 눈에 띄는 멤버가 보인다. 린디 조지(27세). 짧은 머리에 뒤집어쓴 모자, 털털한 성격의 그녀는 온통 남자뿐인 이 바리스타팀 내의 유일한 여성 멤버다.

4위를 차지한 조세.
“12년이나 됐어요. 바리스타는 제 첫 직업이고, 평생의 직업이 될 겁니다. 이곳에서 실력을 쌓은 뒤 내 가게를 열고 싶은데, 그러려면 조엘과 데이비드에게 더 많은 가르침을 받아야 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린디는 2년 전 어머니의 고향인 남아공으로 건너온 뒤 오리진을 만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던 10년 동안은 커피를 그저 일로 대했는데, 이곳에서 커피의 새로운 경지를 접했다는 것이다. 처음 오리진에 왔을 때 남자 멤버들 사이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많이 힘들었는데, 끊임없는 노력 끝에 내셔널 챔피언십 3위에 입상하는 등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한다.

3위를 차지한 린디.
한발 한발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그들의 얼굴에는 항상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최고 품질의 커피를 만든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필자는 그들을 남아공 커피의 선구자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의 성과만큼이나 앞으로 그들이 해낼 성과가 눈부실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오리진을 통해 남아공을 커피의 성지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 200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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