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에스팀 이사

세계적인 모델 키워 낸 ‘큰언니’

모델 출신 연예인들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천하장사 마돈나> <꽃피는 봄이 오면> <커피프린스 1호점>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며 연기자로 활약 중인 이언, 개성 있는 외모와 말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찰스, 책을 쓰고 노래도 불러 다양한 재주를 선보인 장윤주 등 끼 많은 모델들의 활동 영역은 참으로 다양하다.

이러한 스타급 모델들의 대부분이 속해 있는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Esteem). 모델 에이전트와 매니지먼트뿐 아니라 패션 이벤트, 미디어까지 패션과 모델에 관련된 모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델 발전소’다. 에스팀을 진두지휘하는 김소연 이사(34세)는 쇼 디렉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줄곧 패션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시원시원한 마스크와 큰 키(177cm)가 인상적인 그는 대학 3학년 때 아는 언니의 졸업 작품전에 모델로 서면서 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그때 패션쇼를 연출하신 선생님이 저에게 ‘모델 아르바이트해볼 생각 없느냐’고 하시는데 처음 받은 모델 권유라 얼마나 신나던지. 그런데 막상 하려고 보니 조건이 안 좋더라고요. 당시 모델들은 박영선 씨처럼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대세였는데 저는 얼굴도 크고, 전국체전 나가면 1등 할 것 같은 덩치에(웃음), 나이도 많았죠.”

모델로 성공할 신체조건은 아니었지만 친구들에게 ‘모델 한다’며 자랑한 게 민망해서라도 그만둔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모델과 관련된 일을 계속하기 위해 처음 자신에게 모델을 권유한 연출 선생님을 무작정 찾아갔다. 그 선생님이 당시 이름을 날리던 모델 장진경의 언니인 장경아 씨였다.

이후 장경아 씨의 추천으로 SBS에서 주관하는 패션 컬렉션의 조직위원회에 들어가면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쇼 디렉터를 할 때도 그는 단순히 모델들의 동선을 짜주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미적 감각을 살려 무대 디자인과 조명 위치, 음악, 객석까지 신경 쓰며 일을 했고, 1999년에는 스폰서의 투자를 받으면서 DCM(‘디자이너 클럽’의 자체 모델스쿨) 창단 멤버로 활동했다.

“DCM에서 저는 쇼 디렉팅을 담당했어요. 그런데 회사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한계를 느꼈어요. 한 달에 대여섯 개의 쇼도 벅찬데 스무 개 이상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크리에이티브하게 일할 수 없었죠. 스트레스가 심해 녹다운될 지경이었어요.”

일을 줄이고 싶어도 줄일 수 없었다. 아카데미 학생이 많으니 당연히 전속모델이 많아지고 그 모델들을 활동시키려면 쇼를 많이 잡아야 했기 때문에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업계의 구조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처음으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뭘까’를 고민하면서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미술교육을 전공했으니 언니가 사는 영국에 가서 미술공부를 좀 더 하고 돌아와서 미술 선생님을 하거나 학원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단다.

“런던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송경아, 장윤주 등 DCM 소속 모델들이 찾아왔어요. ‘지금까지 힘들게 같이 고생하며 왔는데 이렇게 그만두면 어떡하느냐’는 거예요. 고심하다 이 친구들 자리 잡을 때까지만 하자는 심정으로 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2003년부터 시작된 에스팀은 현재 앞날이 반짝거리는 전속모델 27명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김소연 이사는 회사 규모가 더 커지는 걸 원치 않는다. 내실을 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일이 재미있느냐는 질문에 단호히 고개를 내저으며 “하루빨리 그만두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스트레스도 많다.


모델들 장래 걱정하다 보니 갈 길이 보이더라고요

“전속모델 27명 중 절반이 잘되고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기회를 엿보고 있거든요. 저희를 믿고 들어왔으니 그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루빨리 도와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괴롭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오랫동안 패션 업계에 종사하다 보니 전속모델들과도 친언니 누나처럼 가까워져 ‘엄마 같은 마음으로’ 그들의 은퇴 후까지 고려하게 된다는 것. 그는 모델들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 끝까지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얼마 전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맘껏 발산한 이언은 처음 봤을 때부터 연기자감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때 ‘최홍만도 이긴’ 씨름 유망주였던 이언은 모델을 하기 위해 30kg을 감량했단다. 하지만 운동선수 출신인 탓에 어깨와 허벅지의 과도한 발달로 모델로서 좋은 체형은 아니었다고.

송경아와 장윤주는 함께한 지 워낙 오래돼 친구 같고 가족 같은 느낌이다. ‘윤주 상무’, ‘경아 전무’라는 별칭을 만들어 놨을 정도. 에스팀이 새로 영입한 신인 모델의 거취 등과 같은 회사 문제나, 김 이사 개인의 문제까지도 상의할 때가 있다. 장윤주가 책을 출판한 것이나, 송경아가 을 통해 방송진행자로 거듭난 것, 박윤정이 일렉트로닉 앨범을 내고 한혜진이 뉴욕으로 진출해 세계적인 모델이 된 것 모두 김 이사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모델들과 가장 잘 어울리고 적성에 맞는 작업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상의해 찾아낸 결과물들이다.

“사실 윤주의 몸매는 훌륭하지만 왜소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외국시장 진출은 어려웠죠. 그런데 그 아이는 책 읽고 사색하는 걸 즐기는 멋진 아이예요. 그래서 글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경아는 말 한마디할 때마다 너무 웃기고 재밌거든요. 방송이 적격이다 했죠.”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에스팀 소속 모델들.
송경아의 경우는 모델만으로도 욕심이 났던 친구였다. 180cm의 키에 몸도 가는데다 피부 톤도 맑아 외국 모델에 전혀 뒤지지 않는 신체조건을 가졌기 때문이다. 김 이사의 표현에 따르면 ‘국내에만 있는 게 너무 아까울 정도’였다. 그래서 김 이사는 무작정 뉴욕에 있는 에이전시들을 이 잡듯 뒤지고 돌아다니며 송경아의 뉴욕 진출을 알아보았다. 송경아의 맘고생으로 무산되긴 했지만 이때의 경험은 또 하나의 좋은 노하우가 됐다.

“경아 때의 경험이 자산이 되어 혜진이 때는 도리어 저희가 유리한 조건을 내걸면서 에이전시와 협상할 수 있었어요. 나이는 어리지만 경력 좋고 워킹도 완벽한 혜진이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이었죠. 지금은 세계 모델 랭킹 20위권에 드는 톱모델이 되었어요.”

아이러니한 얘기지만 김소연 이사는 모델들을 데리고 큰돈을 벌 생각은 없다. 그저 그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한바탕 놀아 보자’고 제안할 뿐. 다만 에스팀의 모델들을 방송과 대중이 요구하는 엔터테이너와는 차별화된, 실력파 예능인들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소망이 있다면 얼른 회사를 그만두고 뉴욕의 외곽에 카페를 하나 차려 놓고 그림 그리면서 수정과랑 약과를 파는 것이란다.

사진 : 이창주
  • 200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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