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트로플랜트 김태현ㆍ정종효

식물을 디자인하는 남자들

핑거 로즈 외에도 포도나무, 녹차나무, 끈끈이주걱 등 미니 식물들의 품목을 다양화했고, 집에서 직접 새싹 채소를 키워 먹을 수 있도록 배양토와 화분, 씨앗을 세트로 묶은 상품 ‘미니 가든’을 개발해 히트를 치고 있다.
지름 5㎝ 작은 유리병 안에서 꽃피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장미’,‘사랑해요’라는 메시지가 새겨진 콩 나무. 식물을 팬시 상품으로 만들어 성공한 남자들이 있다. 인비트로플랜트의 사장 김태현 씨와 부사장 정종효 씨. 성균관대학교 식물유전공학과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2001년 성균관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20대 초반에 대학에서 만났는데, 그때부터 꿈이 같았죠. 둘 다 촌놈들이라 그런지 유전공학으로 우리나라 농업 발전에 뭔가 큰일을 하겠다는 이상이 있었어요. 우리나라에도 델몬트나 선키스트 같은 세계적인 농업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말이에요.”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두 사람은 여미지 식물원과 백합 배양센터를 둘러보고 막연하지만 “식물에 관한 사업을 해보자”고 합의를 봤다. 그 후 김 씨는 유학을 떠나고, 정 씨는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그 꿈을 잊지 않고 있었다. 김 씨는 미국에서‘핑거 로즈’라는 사업 아이템을 갖고 귀국했고, 두 사람은 다시 뭉쳤다.

“미국에서 원예학을 공부했는데, 취미 삼아 유리병 안에 배양액을 넣고 그 안에 손가락만한 장미를 키웠습니다. 그중 꽃을 피운 것을 친구에게 선물했더니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사업화하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8개월의 연구 끝에 유리병 속에서 장미를 키우는 방법을 개발해 냈고, ‘세상에서 제일 작은 장미’ 핑거 로즈가 탄생했다. 생육에 필요한 요소가 모두 들어있어 공기와 물, 기타 영양분의 추가 공급 없이도 장미꽃을 피우는 영양젤이 핵심. 그는 이 아이템으로 귀국한 지 두 달 만에 사업을 시작했다. 정종효(35세) 씨도 미련 없이 회사를 나와 그와 합쳤다. 변변한 사업계획서도 없이 핑거 로즈를 찍은 사진 한 장 들고 찾아온 이들에게 모교는 선뜻 6평짜리 공간을 내주었다. 그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을 높이 산 것이다.

“안 그래도 좁은 공간에 배양기 등 연구자재를 들여놓으니 그야말로 사람 하나 앉을 자리도 없을 정도였죠. 월급도 없이 잠도 못 자고 매달렸지만 마냥 행복한 때였습니다. 사업에 대한 기대로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렀으니까요. 꿈 많던 대학 시절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었죠.”

혈기 왕성한 사나이들이 뭉쳤지만 사업은 만만치 않았다. 핑거 로즈를 시장에 내놓자 소비자들은 이게 꽃인지 팬시용품인지 헷갈려 했고 기존 화훼 시장으로의 진입도 어려웠다. 대형서점과 디자인용품점, 인터넷 쇼핑몰 등의 신규 판로를 하나 둘 개척해 나갔다. “커피 찌꺼기를 배양토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데 착안, 스타벅스와 손을 잡기도 했다. 6개월의 연구 끝에 커피 배양토를 개발, 여기에 심은 미니 화분을 고객 서비스에 활용하게 한 것.


유리병에서 자라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장미’

대학 시절 꿈을 실현한 김태현(왼쪽)ㆍ정종효 씨.
2004년 로이터 방송에 보도된 후 미국과 340만 달러어치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회사는 부쩍 성장했다. 단일상품으로는 우리나라 원예 수출 사상 최대 규모였다. 꾸준한 홍보로 인터넷 쇼핑몰과 디자인용품점에서의 인지도도 급격히 상승했다. 그들은 핑거 로즈 외에도 포도나무, 녹차나무, 끈끈이주걱 등 미니 식물들의 품목을 다양화했고, 집에서 직접 새싹 채소를 키워 먹을 수 있도록 배양토와 화분, 씨앗을 세트로 묶은 상품 ‘미니 가든’을 개발해 히트를 치고 있다. 창업 7년째인 지금 경기도 수원에 번듯한 사무실과 연구소도 마련하고, 연구와 디자인, 유통 담당 등 직원도 늘었다.

“현재 우리 회사에서 나오는 상품이 100여 가지가 넘어요. 얼마 전 둘이 함께 지방 출장을 다녀오면서 차 안에서 문득 우리 회사 상품의 정확한 컨셉트가 무언가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머리를 맞댄 끝에‘혁신적인 디자인과 창의적인 기술을 결합한 신개념의 원예 상품’이라는 결론을 내렸죠. 사실 핑거 로즈의 경우만 해도 기본 원리는 유전공학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것이거든요. 단지 아무도 그걸 예쁘게 만들어 상품화하려는 생각을 못 했을 뿐이죠.”

인비트로플랜트는 2007년 미국의 대도시 열여섯 군데에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예쁜 화분이나 유리병에 담긴 작은 식물은 애완동물이나 팬시 상품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컴퓨터 옆 등 항상 생활하는 공간에 두고, 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게 장점. 그만큼 예쁘고 깜찍한 게 생명이다. 두 사람은 “우리 회사의 디자인은 다른 어떤 원예회사도 따라 올 수 없다”고 자부한다. 튀는 디자인이라 쉽게 싫증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은 간과하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디자인의 새로운 상품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공을 살려 빛을 받으면 일정한 파장을 발산하는 형광식물을 비롯해 특정 바이러스를 예방 및 치료하는 항체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식물을 배양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사업과는 거리가 멀 것 같았던 이들의 성공 노하우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 씨는 대학이나 기업체들로부터 강의 요청이 쇄도하는 인기 강사이기도 하다. 그는 사업을 시작한 후 주경야독으로 마케팅에 대해 공부했다고 한다. 3~4년 동안 읽은 경영학, 마케팅, 세일즈 관련 책만 1000 권이 넘는다.

“마케팅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저는 한마디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 고객이 행복해할 수 있는 상품을 많이 만드는 거죠. 이노 디자인의 김영세 사장이 ‘디자인은 남을 사랑하는 일(Design is loving others)’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바로 정답이에요.”

인비트로플랜트에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창의적인 기술을 결합한 신개념의 원예 상품들이 100여 가지가 넘는다.
처음 창업할 때는 시골 폐교를 개조해 연구실과 사무실로 쓰겠다는 꿈을 꾸었다는 그들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고객 가까이, 그들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서울 도심의 빌딩 옥상을 전부 식물원으로 만들고 싶어요. 식물이 인간에게 주는 게 참 많잖아요?”

사진 : 이창주
  • 2007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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