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복합 작업 문화 공간 만든 디저트 작가 백오연

디저트도 예술이 된다

백오연 씨(29세)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디저트 작가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나 파티셰는 들어 보았지만 디저트 작가라는 명칭은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디저트 작가는 백오연 씨만의 브랜드이기 때문. 이화여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광고기획 일을 하던 그는 스물일곱 나이에 파리로 떠났다. 2년 동안 프랑스의 세계적인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에서 공부했고 수석 졸업했다(제과제빵 부문).

“광고 일을 좋아했지만 평생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었어요. 워낙 음식과 요리를 좋아했어요. 대학 다닐 때 조리사 자격증을 땄고, 궁중 요리와 궁중 김치 담그는 것도 배웠습니다.”

프랑스에서 만난 요리 스승 장 프랑수아 선생님은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그가 디저트 작가로 진로를 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토끼 머리를 자르고, 일일이 핀셋으로 닭털을 뽑으면서 갖가지 요리를 배웠지만, 그는 자신의 감성을 담을 분야는 디저트라고 마음을 굳혔다. 색의 조화나 조형성이 중요한 디저트는 시각디자인을 공부하면서 감각을 키운 그와 잘 맞았다. 어릴 때부터 뭐든 새로운 게 있으면 꼭 먹어봐야 했던 ‘미각’도 도움이 됐다.

“대학생 때 미팅 자리에서도 얌전을 뺀 적이 없어요. 처음 남자를 만날 때도 그 남자의 음식까지 ‘한입만 먹어 볼게요’하고 욕심을 부렸으니까요.”

그의 미각은 어머니로부터 비롯됐다. 요리를 좋아했던 어머니는 언제나 새로운 간식을 만들어 주시곤 했고, 딸 다섯 중 막내였던 그는 유별나게 어머니 곁을 맴돌았다.

“제가 다섯 살 때인가, 어머님이 집에서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어 주신 기억이 나네요. 초콜릿에 위스키를 넣기도 했고요. 언니들과 집에서 슈크림을 만들던 기억, 어머니와 함께 방산시장에 가 요리 도구를 고르던 기억도 남아있고요. 약과 같은 한과도 많이 만들어 주셨어요.”

그런 그도 파리에 가서는 ‘문화 충격’을 받았다. 집집마다 바게트 맛이 달랐던 것. 2년 동안 그는 파리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카페와 유명한 디저트 가게들을 탐방했다. 유명한 레스토랑에 가기 위해 한 달치 용돈을 아낌없이 투자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요리와 아트를 결합시킨 디저트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그가 만든 디저트는 ‘정말 예뻐서 먹기에는 아까운’ 장식적인 디저트가 아니다.

“제 디저트는 결코 예쁘다고 할 수 없어요. 투박하고 자연스러운 맛을 추구한다고 할까요? 재료나 디자인이나 인공적인 것을 빼니까요. 대신 건강에 좋은 디저트를 추구하지요.”

모차르트 서거 250주년을 기념해 만든 ‘105 디저트’. 밤과 호두가 들어간 초콜릿 케이크 위에 밤으로 만든 크림을 뿌리고, 오선지를 그려 넣었다. 무화과 스콘은 주물럭주물럭 소박하게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속 재료인 무화과가 살짝살짝 비쳐 자연스러운 느낌이 난다. 압구정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이자 카페인 아틀리에&프로젝트에 가면 그의 작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 만든 복합 공간 아틀리에&프로젝트.

작업실이자 카페, 전시장, 파티장, 강습실로 바뀌는 공간

아틀리에&프로젝트는 동갑내기인 패션 큐레이터 박지영 씨(29세), 광고 아트디렉터 김지은 씨(29세)가 의기투합해 만든 공간이다. 파리에 유학하고 있던 그를 찾아온 지은 씨는 “분야는 다르지만 우리가 함께할 공간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2005년 그가 귀국한 후, 뉴욕에서 사진을 공부하던 지은 씨도 한국으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각자의 일에서 어느 정도 터를 닦은 후 만들기로 했던 아틀리에를 좀 더 앞당겨 장만하기로 했다. 지영 씨와 지은 씨는 중학교 동창, 오연 씨와 지은 씨는 대학 동창이다.

“지영이와 지은이는 중학교 때 벌써 구체적인 사업기획안까지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아틀리에&프로젝트는 차와 커피, 쿠키와 케이크 외에도 숍에 마련된 갖가지 의류와 인테리어 소품, 안경과 구두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이다. 인테리어는 광고 디렉터인 지은 씨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다. 공간 한가운데 턱하니 철제 침대가 놓여 있는데 피곤한 손님이 잠시 눕기도 한단다. 백오연 씨가 디저트를 만드는 동안 손님들은 그 과정을 구경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백오연 씨가 만든 디저트를 어느 그릇에 낼지는 지은 씨 의견을 따를 때가 많다. 각자 작업을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셈.

“세 명의 작업실과 카페가 합쳐진 공간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새로운 공간을 제시해 보고 싶었던 게 저희 욕심이기도 하고요. 작업실, 카페, 가게뿐 아니라 전시회장이나 파티장으로 이 공간은 그때그때 변화합니다. 오시는 분들이 영감을 얻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지난여름에는 세 사람이 모두 좋아하는 작가 에곤 실레의 드로잉전을 열었고, 백오연 씨는 전시에 맞춰 에곤 실레 디저트를 내놓았다. 쑥을 넣은 티라미수 케이크. 쑥을 통해 어려운 시절을 거쳐 예술 정신을 꽃피운 에곤 실레의 삶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김동률 씨나 이상순 씨의 사진전, 재즈 연주회도 열렸고, 그동안 사진과 패션계에서 일하는 사람, 모델, 음악인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백오연 씨는 1주일에 네 번 쿠킹 클래스도 연다. “얼마 전 방콕에 갔더니 패션 숍에서 헤어 커트를 하고 있더라”며 이런 다목적 공간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활동 영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몇 개월간 플로리스트 공부를 했다는 그는 “평생 배우면서 살고 싶다”고 한다.

“요즘엔 태국 요리를 배우고 싶어요. 향신료에 특히 끌리거든요. 일본 요리책을 봐야 하니 일본어도 배워야 하고요. 또 하나 꿈이라면 요리 동화를 써보는 것입니다.”

그의 요리 스케치와 사진이 가득 담긴 노트를 보면서 이 사람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 상상해 봤다.

사진 : 이창주
  • 2007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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