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선 요리 전문점 고메홈 박희자 대표

약이 되는 음식 대접합니다

“입에 착착 붙는 음식들은 몸이 아니라 입을 위해 조리한 것들이죠. 입이 원하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는 다른 식당에 가서 드시고, 몸을 위한 음식을 찾을 때만 우리 집에 오시라고 손님들에게 말해요.”
“음식이 너무 밋밋해. 근데 먹고 나면 몸이 너무 편해. 그리고 기분이 좋아”

서울 대치동에 있는 약선 한정식 레스토랑‘고메홈’에서 음식을 먹은 손님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 반대로 이곳을 찾는 외국인 손님들은 무조건‘원더풀’을 외친다. 강한 양념이 없는 대신 재료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 한국 사람들은 유독 매콤한 음식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렸다가 먹을 정도로 붐비는 식당들은 대부분 칼칼하고 자극적인 음식이 주 메뉴인 경우가 많다.

“입에 착착 붙는 음식들은 몸이 아니라 입을 위해 조리한 것들이죠. 입이 원하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는 다른 식당에 가서 드시고, 몸을 위한 음식을 찾을 때만 우리 집에 오시라고 손님들에게 말해요.”

고메홈의 주인 박희자(60세) 씨는 약선 요리 연구가다. 약선(藥膳)요리란 양념을 아끼는 대신 원재료의 맛을 살리고, 한약재 등 몸에 좋은 것들을 첨가해서 만드는 음식이다. 현재 초당대학교 조리과 겸임교수이기도 한 박 씨는 1995년 고메홈 식품연구소를 설립, 면역과 저항력을 기르는 약용식품을 이용하면서 칼로리는 줄이는 요리법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젓갈이나 장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 한식 요리를 만드는 게 특징. 이곳에서는 김치까지도 약선 요리로 만들어지고, 찜이나 구이 등 칼로리가 적은 음식이 대부분이다. 맛은 더덕, 도라지 등 천연 재료를 이용한 소스로 낸다. 지금까지 300여 가지 약선 요리를 개발했으며, 특허도 13개나 갖고 있다.

이 집 코스 요리에서 맨 처음 등장하는 ‘구선왕도고’ 수프는 대표적인 건강 음식. 쌀가루에 의이인, 백복령, 맥아, 백편두, 곶감의 하얀 가루분 등 효소가 듬뿍 든 재료들을 넣어 걸쭉하게 끓인 죽으로 원기를 보하고 비장과 위를 튼튼하게 한다. ‘구선왕도고’ 가루는 다른 요리에도 두루 활용한다. “먹는 데서 병이 오기도 하지만,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도 음식에 있잖아요? 몸에 도움이 되도록 잘 먹으려면 우선 식품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해요. 식품은 오장육부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자신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지요.”

박씨는 위장에는 노란색 계통의 식재료와 단맛, 심장에는 붉은색 계통의 식재료와 쓴맛, 간에는 초록색 계통의 식재료와 신맛, 신장은 검은색 계통의 식재료와 짠맛, 폐에는 하얀색 계통의 식재료와 매운맛이 효능이 있다고 설명한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약간 매운맛이 나는 무라든가 도라지를 먹어 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장이 약한 사람은 버섯 종류를 짭짤하게 요리해서 먹고, 눈이 침침하고 간이 안 좋은 사람은 미나리 같은 초록 야채를 새콤하게 무쳐서 먹으면 금방 눈이 시원해지면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위장이 안 좋으면 유자차, 된장국, 노란 콩을 이용한 음식 등을 달콤하게 해서 먹으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제가 처음부터 약선 요리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에요. 워낙 손님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식당을 시작했는데, 장사가 잘돼 1981년에 갈비집을 크게 열었죠. 그런데 갈비를 재우는데 캐러멜과 각종 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손님들은 그게 맛있다고 하시고. 장사는 잘됐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어릴 적 할머니가 해준 갈비구이는 천연 재료만 넣었는데도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났다. 조리실장에게 옛날 그 방식대로 소스를 만들어 갈비를 재운 후 단골손님들에게 맛보여 품평회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열이면 열 다 맛이 없다는 것이다.

“그대로 가는 수밖에요. 손님이 원하니까. 하지만 끊임없이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천연 양념만 가지고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조리법을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전문대학 조리과에 다니기 시작했죠.”


《본초강목》 연구하며 새로운 음식 개발

박 씨는 약선 요리 외에도 궁중 요리, 한식, 중식, 일식, 파스타, 프랑스 요리 등을 두루 섭렵했다. 조리사 자격증만 7개. 3년 동안 오롯이 매달린 결과였다. 건강 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요리할까 골몰하면서 10여 년째 중국 명나라 약학 서적인 《본초강목》을 연구 중이다.

“본초강목에 나오는 600여 가지의 약재 중 요리에 접목해서 쓸 수 있는 것은 40~60가지밖에 안 돼요. 선방 요리는 병을 치유하기 위한 요리라 맛보다는 효능이 중요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찾는 레스토랑에서는 맛도 있어야 하니까요. 소비자는 냉정하니, 그들 입맛에도 맞으면서 몸에 좋은 요리를 내려면 끊임없는 연구 개발이 필요해요.”

고메홈은 그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Gour- met(미식가)와 Home(안식처)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미식가들의 안식처라는 뜻. 고메홈에 들어서는 문 앞에는 ‘세계로 통하는 문’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는데 여기에는 몸에 좋은 우리 음식을 세계에 알리고 싶은 그의 소망이 담겨있다.

“뉴욕에도 고메홈을 열고 싶어 서른 번도 넘게 갔다 왔어요. 지금 뉴욕에서는 프랑스 레스토랑에 이어 스시집이 최고 인기거든요. 유태인들은 스시집에서 나오면서 이를 쑤시고 나와요. 잘 먹었다고 자랑하려고. 미국인들은 일단 보기에 예쁘고 심플한 음식을 선호하는데 우리 음식은 색깔이 예쁘지가 않아요.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불고기도 익혀놓고 보면 색깔이 칙칙하잖아요. 그래서 초밥처럼 예쁘고 한입에 들어가는 메뉴를 연구 중인데, 쉽지 않네요. 어떻게든 일본 스시를 누르고 싶은데 말예요.(웃음) 그래도 할 거예요. 한번 해보려고요.”


고메홈은 레스토랑 외에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명동점 그리고 현대백화점 천호점 등에 식품 매장이 있다. 코스 요리 위주인 고메홈의 음식을 단품으로 팔아 보자며 백화점 측에서 먼저 제안을 해왔다. 2년 전에는 인근에 고메고매라는 항아리 숙성 갈비집을 냈다. 물론 박 씨가 개발한 천연 재료만으로 소스를 만들어 항아리에서 숙성시킨다. 맛도 맛이거니와 몸에 좋은 한약 재료들이 들어있어 반응이 좋다. 박 씨는 경희대학교에서 약선 요리로 석사 논문을 쓴 후 현재 강릉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나이 예순에 무슨 박사 과정을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사실 강의하랴 레스토랑 운영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약선 요리를 정립하려면 박사 자격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그의 궁극적인 꿈은 조리전문대학을 세우는 것이다.

“고객 요구에 맞게 메뉴를 짜고 효율적으로 인력 관리를 할 수 있는 셰프 매니저를 양성하는 전문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레스토랑 사장이든, 주방장이든, 매니저든 업계에서 최고라는 사람들의 노하우를 전수할 생각이에요. 여기에 자신만의 장점을 더하면 그야말로 경쟁력 있는 셰프 매니저가 탄생하는 거죠. 유능한 셰프 매니저가 많아지면 그만큼 좋은 식당이 많아지는 것 아니겠어요.”(웃음)

사진 : 이창주
  • 2007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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