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최초 여성 전투 헬기 조종사 김효성 중위

“전쟁 나면 제일 먼저 헬기에 오를 겁니다 ”

그는 여군 최초의 코브라 조종사라는 점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감도 크다고 말한다. 내친김에 ‘최고의 코브라 조종사’로 주목받고 싶은 욕심도 있다.
“군대에서는 5분만 늦어도 작전 실팹니다. 저는 약속 안 지키는 사람이 제일 싫습니다.”

창군 이래 최초의 여성 공격형 헬기 조종사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김효성 중위(27세). 170cm의 큰 키에 단아한 외모를 지닌 그는 약속에 늦었다고 핀잔을 주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절도가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포용력까지 겸하고 있었다.

전차용 토 미사일 8발, 20mm 발칸포 750발, 2.75인치 로켓탄 39발을 장착할 수 있는 육군의 주력 공격 헬기 AH-1S 코브라는 전시에 지상 전투의 최선봉에 나서는 병기다. 1981년 처음으로 여성 헬기 조종사가 배출된 이래 지금까지 열네 명의 여군 조종사가 나오긴 했지만 공격 헬기 여성 조종사는 김 중위가 처음이다. 헬기 조종사와 전투 헬기 조종사는 헬기 종류가 다르다. 헬기 조종사가 모는 기동형 헬기는 UH-1H 등으로 인원·물자를 수송하는 임무를, 공격형 헬기는 AH-1S(일명 코브라)·AH-64(일명 아파치) 등으로 적진에 침투해 기갑 및 기계화 부대를 공격하는 임무를 맡는 것으로 구분된다.

“헬기 조종사는 경무장이고, 코브라 전투 헬기는 중무장을 하는 것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사실 기동형 헬기냐 공격형 헬기냐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군인으로서 그 사람의 인간성과 훈련 정도가 중요하지 기종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김 중위는 지난해 11월 육군항공학교에 입교해 기초·계기·전술비행 등 8개월간의 훈련을 마쳤다. 지난 7월 육군항공학교에서 열린 조종사 양성반 수료식에서 은빛 조종휘장을 받은 김 중위는 지난 8월 항공작전사령부 소속 코브라 부대에 배치되었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적 의 기갑 및 기계화 부대를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주야간 전투사격술을 익히게 된다.

“만약 실제 전투가 벌어진다면 선봉에 서는 첫 번째 코브라에 탑승해 싸우고 싶습니다. 모든 군인들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전투 조종사들은‘전쟁 시 제일 먼저 나가 죽는다’는 각오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차피 군인은 전시에 한번 싸우기 위해서 평상시에 훈련하고 밥 먹고 생활하는 것입니다.”

그는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승려가 되려고 했는데, 방향을 바꿔 2003년 여군사관 48기로 임관했다.

“야전에서 정보병과로 약 1년간 소대장 임무를 수행하던 중 조종사 양성반에 지원했어요. 조종복과 베레모에다 ‘빨간 마후라’를 두른 조종사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죠. 그래서 지원했는데 이왕 조종사를 할 거라면 사격도 하고 적과 싸우기도 하는 역할을 맡고 싶었습니다.”

그는 여군 최초의 코브라 조종사라는 점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감도 크다고 말한다. 내친김에 ‘최고의 코브라 조종사’로 주목받고 싶은 욕심도 있다. 기회가 된다면 헬기 조종사로서 최고의 영예인 ‘톱 헬리건’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톱 헬리건은 비행시간 200~300시간 이상의 베테랑 조종사들이 참가하는 공중사격대회에서 최고 성적을 낸 명사수에게 주어지는 영예. 그는“톱 헬리건이 되고 싶다는 건 1등을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숙련된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뜻”이라며 “사실 개인의 영예보다 부대의 영예가 더 중요하다”고 부연 설명을 한다.


군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장녀

김 중위의 부모는 둘 다 군인이었다. 어머니 이순숙 씨는 부사관 7기 출신으로 육군본부에서 7년가량 근무하다 중사로 전역했고 아버지는 그가 초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굉장히 강하신 분입니다. 딸 셋을 혼자 키우면서도 늘 씩씩하셨죠. 마치 아버지 같았어요. 어머니는 저를 여자로 키운 게 아니라 사람으로 키우셨습니다. 저는 한번도 여자라는 의식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나는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랐습니다.”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 입버릇처럼 장남이라고 말하곤 한다. 집안에 남자가 없고 여동생들만 있다보니 장남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은 것이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으로, 자신의 이름에 먹칠하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한다. 태권도와 합기도는 물론 검도, 테니스, 재즈댄스, 벨리 댄스, 수영, 요가 등 운동이란 운동은 다 섭렵한 그는 쌍절곤 돌리기가 취미다.

“체력 하나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는데 야전 나와서 한 달 생활해 보니 장난이 아닙니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비행하면 어지럼증이 나거든요. 계급 여하를 떠나서 조종사들 모두가 정말 존경스러워 보입니다. 보양식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저도 챙겨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그는 현재 대대 전체에서 홍일점이다. 자신을 제외하고 온통 남자뿐인 공동체 생활이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 하지만 스스로 여자라고 의식하는 순간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 피곤해진다는 생각에 늘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한 사람 때문에 모두가 전멸할 수도 있는 군대에서는 남자, 여자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제 꿈은 마르고 닳도록 군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여성 최초로 육군참모총장이 될지도 모를 일이지 않습니까. 사실 제가 공격형 헬기 조종사에 지원할 때도 주변에서는 다 ‘미쳤다’고 했습니다. ‘여자는 코브라 안 시켜, 포기해. 그전에 너보다 더 뛰어난 선배들도 기준에 미달돼 불합격했는데 너도 안 될 거야’라고요. 그런데 전 지원을 했고 운 좋게 합격했습니다. 그러니 제 운을 믿어보는 거죠.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작전도 중요하지만 이긴다는 자신감이 더 중요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죠.”

사진 : 이창주
  • 200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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