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아내는 귀신 잡는 해병대 잡은 교관!

국내 최초 해병대 부부 김갑주·김윤전 대위

2002년 3월, 대한민국 최초의 해병대 부부가 탄생했다. 동갑내기 김갑주·김윤전 대위(31세)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경기도 김포 청룡부대에 나란히 출근했다가 같이 퇴근한다. 김갑주 대위는 보급통제과장으로, 김윤전 대위는 인사운영장교로 근무 중이라 일하는 곳은 다르지만, 부대 안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절도 있는 경례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한단다.

김윤전 대위는 2001년에 임관한 여성 해병대 1호이자 여성 최초의 해병대 교관이다. ‘귀신 잡는 해병대를 잡는 여성 교관’이었던 셈이다. 교관 재직 시절, 김 대위는 생도들이 벌벌 떠는 공포의 교관으로 유명했다. 작은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새하얀 피부에 큰 눈망울을 가진 그를 만만히 본 생도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한다.

“일부러 더 못되게 굴었습니다. 여자 소대장이 훈련생을 제대로 휘어잡지 못하면 ‘여자가 그러면 그렇지’라는 말이 나올 게 아닙니까. 이런 말을 듣기 싫어 남자 교관들보다 더 혹독하고 강하게 훈련시켰습니다.”

지금도 그 당시 훈련생들은 김윤전 대위를 보면 치를 떨면서 “외모 보고 방심했다가 뒤통수 맞았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군인 정신 투철한 김 대위는 평상시에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그렇습니다”, “아닙니다”라고 대답한다. 집에서 전화를 받을 때도 “필승! 해병 김윤전입니다!”라고 외친다고 한다.

부부는 7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청주대학교 2학년에 다니던 김윤전 대위가 육사겙翩?해사 체육대회 뒤풀이에 참석했다 그 많은 생도 중에서 해군사관학교에 재학 중이던 김갑주 대위를 콕 찍었다. 유머 감각 있고, 유쾌하고 긍정적인 김갑주 대위가 눈에 쏙 들어왔다 한다. 김윤전 대위에게 해병대 입대 동기를 묻자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 없는 최고의 직업”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원래 군대와 경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강하고 도전정신이 필요한 직업을 찾고 있었는데 ‘여성 해병대를 뽑는다’는 공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강하겠다, 최초겠다, 이보다 더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게 또 어디 있겠습니까.”

한번 결심하면 해내고야 마는 딸의 성격을 아는 아버지는 결국 두 손을 들었다. 하지만 해병대 남자 친구를 설득하는 건 쉽지 않았다. 김갑주 대위의 말이다.

“해병대 훈련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이 사람이 그 힘든 훈련을 견뎌 낼 수 있을지 걱정됐습니다. 특별히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또 같이 해병대에 있으면 복잡한 문제들도 생길 것 같고. 밤새워 고민하다가 ‘나는 너를 믿는다’ 한 마디로 허락했습니다.”

김윤전 씨는 결국 16 대 1의 경쟁을 뚫고 7명을 뽑는 여성 해병대가 됐다. ‘사나이다움’의 대명사인 해병대. 진짜 사나이들 사이에서 그가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게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자 화장실이 따로 없어 남자들과 함께 써야 하는 데다 동물원 원숭이 쳐다보듯 하는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그에게 최초의 여성 해병대로서 적응하기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백일을 맞은 아들 지우와 함께.
“저는 괜찮았는데 주변에서 더 저를 불편해 했습니다. 원래 강한 사람들이 여성한테 약하지 않습니까. 아무도 저에게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대할지 방법을 몰랐던 겁니다. 하지만 임관 3개월 만에 연안상륙훈련을 받으면서 서로 적응이 됐습니다. 강화도에서 훈련을 받았는데, 굉장히 춥고 고생스러웠습니다. 낙오하지 않고 악착같이 훈련을 끝내자 저를 쳐다보는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소대장님, 수고하셨습니다. 함께 사진 찍으시지요’ 하는데 정말이지 임관할 때만큼 기뻤습니다.”

김윤전 대위는 해병대가 된 후 몸이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대학원을 마치고 입대했기 때문에 여자 동기보다 두 살, 남자 동기보다 네 살 많았던 그는 처음엔 체력이 많이 달렸다. 하지만 이젠 구보만큼은 자신 있다고 한다. 그래도 162㎝ 49㎏의 몸으로 20㎏가 넘는 배낭으로 완전군장하고 행군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목이 타 들어가는 듯하고 한 걸음도 더 나가기 힘들 것 같은 극한의 신체적 고통 속에서 그는 단 한 번도 해병대가 된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결혼반지는 안 끼어도 해병대 임관반지는 꼭 끼고 다닌다고 한다. 그날도 그는 결혼반지 대신 해병대 반지를 끼고 있었다.


아내 해장국 끓여 주는 남편

이들 부부는 남편과 아내 역할이 뒤바뀌어 있는 듯하다. 밥 짓고 청소하고 장 보는 것 같은 집안일 대부분이 남편 김갑주 대위의 몫이라 한다. 마트에 가면 남편은 이리저리 살림살이 고르느라 정신이 없고 아내는 빨리 나가자며 보챈단다. 김갑주 대위는 아내가 술을 마시고 밤늦게 돌아오면 다음 날 아침 먹을 해장국을 준비해 놓는데, 시간 없다고 그냥 나갈 때 정말 속상하다고 한다.

해병대 복장으로 나란히 앉은 부부를 자세히 보니 김윤전 대위의 왼쪽 가슴에 노란색 휘장이 달려 있다. 알고 보니 낙하훈련을 네 번 이상 받은 사람에게만 수여되는 ‘공수 낙하 휘장’이란다.

해병대 부부로 산다는 건 때론 해병대 생활의 연속이다. 부부 간의 권력관계도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 남편이 대위, 아내가 소위이던 결혼 초기엔 남편의 힘이 막강했다고 한다. 아내가 사소한 실수라도 할라치면 남편은 “똑바로 못 해! 그 따위 정신 가지고 해병대라고 할 수 있겠어!”라고 야단을 쳤다. 하지만 둘 다 대위가 된 순간부터 전세가 역전돼 아내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고 한다.

해병대 부부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것 같다. 김윤전 대위는 이렇게 말했다.

“여느 부부보다 믿음이 강합니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아도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몸의 거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밤늦게 들어와도 그냥 믿습니다. 민간인들이 말하는 사랑이 우리에겐 믿음입니다. 그 믿음의 바탕은 물론 해병대 정신입니다.”

이들은 4월에 첫돌을 맞는 아들 지우를 자주 못 보는 게 가장 힘들다고 한다. 청주에 계시는 시부모님이 키워 주시기 때문에 주말에만 볼 수 있단다. 아들이 해병대에 간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김윤전 대위가 “가야 됩니다”라고 답한다. 김갑주 대위가 “아들의 의사를 존중하자” 했더니 김윤전 대위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의사 존중은 없습니다. 엄마 아빠가 해병대이기 때문에 다른 데 못 갑니다. 운명입니다. 받아들여야 합니다.” ■
  • 2006년 05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