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15억 원 정육매장의 쌍칼 형님-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오세문 씨

오세문 씨는 “이 일을 시작한 이후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직업에 귀천이 있나요?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재미있게 하면 그게 최선이죠”라고 말한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정육매장에는 26년 경력의 칼잡이 명장(名匠) 오세문 씨(48세)가 있다. 그의 별명은 ‘쌍칼 형님’. 칼을 두 개 가지고 작업하는 것처럼 손놀림이 빠르다고 후배들이 지어 준 별명이란다. 매장에서 만난 그는 별명과 어울리지 않는, 흰 피부에 곱상한 외모였다. 말투도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매장에는 오세문 씨 외에도 20년 이상 경력의 칼잡이가 두 명 더 있다. 하루 평균 3~5마리의 소를 손질해 내는 이들은 정육매장 매출을 늘리는 데 일등공신들이다. 2005년 이 매장의 매출액은 115억 원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정육 단일매장 최고 수준이다.

돼지고기와 쇠고기 모두 손질하는 그는 한우, 수입육, 냉동육, 냉장육 가리지 않는다. 육질의 방향과 고기 관절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뼈와 살을 정교하게 발라내는 작업을 ‘골발 작업’이라고 하는데, 그의 손에서 돼지 한 마리는 5분, 소는 30분 만에 작업이 끝난다. 골발 작업이 끝난 고기는 춤추는 듯한 오 씨의 칼놀림에 의해 똑같은 간격으로 잘린다. 오 씨는 “칼로 써는 것과 기계로 써는 것은 다르다”며 “칼로 썰어야 육색이 쉽게 변하지 않고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골발 작업을 하지 않는다. 일이 분업화되면서 골발 작업이 끝나 부위별로 포장돼 온 고기를 육질의 성격에 맞게 자르고 포장용기에 담는다. 각각의 부위와 요리 용도에 맞게 손질하는 일이다. 불고기용은 넓고 얇게, 국거리용은 약간 도톰하고 작게, 로스용은 넓적하고 두툼하게 잘라야 최적의 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추석이나 설 대목으로 정육 선물세트 만드는 일이 밀릴 때는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한다. 지금이야 익숙해졌지만 이 일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 퉁퉁 부어서 안 구부려질 때도 허다했고, 어깨와 손목 관절이 욱신거릴 때도 많았다. 꽁꽁 언 냉동육으로 작업을 하다가 손을 벤 적도 많다. 지금도 오 씨의 왼손 검지손가락에는 여덟 바늘을 꿰맨 상처가 남아 있다. 그는 상처를 보여 주며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웃는다.

오 씨가 칼잡이 세계에 들어선 것은 고향 친구의 권유 때문이었다. 강원도 홍천에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난 오 씨는 어려서부터 막연히 돈 많이 버는 직업을 열망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서울에서 일하는 친구가 “너도 나처럼 벌게 해 줄 테니 나와 함께 서울로 가자”고 했다. 한 달에 40만~50만 원을 번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1980년 서울로 올라온 그는 친구를 따라 서울 마장동의 우시장으로 향했다. 10시간 가까이 차를 타고 야심만만하게 서울에 도착한 시골청년은 살코기들이 빨간 불빛 아래 주렁주렁 매달린 풍경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흙냄새에 익숙해 있다 고기 누린내를 맡으니 헛구역질이 나왔다. 하지만 친구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냉정하게 말하며 그를 우시장 더 깊숙한 곳으로 끌고 들어갔다.

정육 칼잡이 세계에 입문한 그는 ‘일단 시작한 이상 일인자가 되자’고 결심했다. 이 분야에서는 골발 작업이 가장 큰돈이 됐다. 하지만 칼이 너무 깊이 들어가도, 얕게 들어가도 안 되고, 고기의 결대로 조심스레 떼어 내야 하는 고난도의 기술이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이 일을 맡기지 않는다.

“골발 작업을 남보다 빨리 배우고 싶어서 그 친구한테 도움을 청했어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동료들이 작업을 시작하는 8시까지 골발 작업을 배웠죠. 잠이 부족해서 술자리에서도 일찍 나와서 빨리 잤어요.”

새벽잠 설쳐 가며 배우기 1년. 그는 ‘칼잡이 명장’이 됐다. ‘쌍칼 형님’은 이때 생긴 별명이다. 노력에 대한 대가도 따랐다. 입사 2년 만에 연봉이 두 배 이상 올랐고 여기저기 스카우트 제의도 들어왔다. 안양에 있는 회사로 옮겨 2년간 일한 후 1984년부터 현대백화점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늘 “매서운 충고로 이 일을 시작하게 해 주고, 같이 새벽잠 설쳐가며 골발 작업을 가르쳐 준 그 친구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그 친구는 8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오세문 씨는 “이 일을 시작한 이후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직업에 귀천이 있나요?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재미있게 하면 그게 최선이죠”라고 말한다. 하지만 고등학생 아들이 이 일을 하겠다면 말리고 싶다고 한다. 정육업체가 대형화·기계화하는 추세라 ‘기술’에 대한 자부심 하나만 품고 살아가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그를 보면서 사라져 가는 장인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신선하고 맛있는 고기 감별법

쇠고기

*선명한 붉은색을 띤 것일수록 신선하다. 살코기가 거무스름하게 변했거나 지방이 누렇게 변색된 것, 육즙이 흘러나오는 것은 오래된 것이다.

*고기 결이 곱고 살코기 사이사이에 지방이 균일하게 박혀 있는 것일수록 신선하다.

소고기를 구워 먹을 때에는 센 불에 한 번만 뒤집어 살짝 익혀야 맛있다.

돼지고기

*고기살의 결이 곱고 담홍색을 띤 것, 뽀얀 윤기가 감도는 지방을 가진 고기가 연하고 신선하다.

*뽀얗고 끈기 있는 지방이 신선하다. 돼지고기는 지방 맛으로 먹는다고 하나 지방이 너무 많아도 좋지 않다.


글 김민희 TOP CLASS 기자│사진 이창주
  • 2006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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